어젠
아시는 분과 거나하게 소주를 들이부었죠
처음엔 조금만 마시려고 했는데 어느새 제가 술을 마시는 게 아닌 술이 저를 마시고 있더라구요
그래도 다행히 술자리에선 크게 실수하지 않은 채 안전하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그만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누가 흔들어 깨고보니 기사아저씨께서 절 깨우고 계셨고
이제 내려야 하지 않냐는 말씀에 잽싸게 내렸었죠
그런데 아차... 가방을 두고 내린거였습니다
바로 뒤를 돌아본 순간 버스는 이미 저만치 가고 있었고 술은 마신 저는 버스를 쫓아가기가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너무 많이 마셔버려서 상황판단도 되지 않고 일단은 버스안에 두었고 내렸던 곳이
종점에 다다른 곳이라 내일 전화로 여쭙고 찾아뵈야겠다 싶어 일단은 걸어서 집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제 버릇이요 술을 마시면 마실 때는 취하지 않아요
같이 마시는 사람조차 취기를 못 느낄 정도로 안심하고 같이 마시지요
그런데 술자리를 끝내고 집에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나면 취기가 확 올라오면서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습니다
흔히 필름이 끊기고 술에 취해 정신을 못차린다고 하잖아요?
그러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올때면 제가 어떻게 걸어왔는 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ㅠ
어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어 걸어가는 도중 울어버린 기억이 납니다
남자 20대 중반에 길거리에서 질질 짜고 있으니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창피합니다ㅠ
운 까닭이 뭐냐면은요
전 여자친구 잊은 줄 알았는데 쉽지가 않아요~
너무 서럽게 울어서 이러다가 술마시면 우는 버릇이 추가로 생기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렵습니다
에휴~
걸어가다 앞도 제대로 못보고 넘어져서 종아리는 다 까이지 않나 집에 오니 잠은 어떻게 잤는지 몰라요
그렇게 보고 싶으면 술마신김에 연락이나 해보았을까 싶어 휴대폰을 봐도 다행히 연락은 안한거 같더라구요
냉큼 자고 일어나 바로 버스종점에 갔더니 다행히 제 가방이 있더군요
아침에 어머니께서 어젯밤에 들어온 저를 보시고는 안씻고 자냐는 말씀에 제가 그냥잘래..라고 답하고 그냥 잤다고
하더라구요
뭔가 안좋은 일이 있었나 싶어 더 이상 물으시지 않으시고 냅뒀다고 하는데..
아무튼 술이 웬수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