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발고리즘 작성일 11.11.21 01: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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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한 번 밖에 안썻지만 꽤나 오래전부터 연애 게시판을 눈팅해왔던 사람입니다.

 

이곳 분들에게 감사할 일이 생겨서 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1년 전쯤에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둥글둥글 귀여운 상 좋아한다면 어디서도 빠지지 않을 사람입니다.

 

인기도 많고 꾸준히 따르는 남자도 있었구요.

 

그에 비해 저는 남부럽지 않게 작은 키에 부모님을 제외하고 농담으로도 잘생겼다라는 소리도 못 들어본 외모의 소유자

 

학벌도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경제력이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술 잘 먹고 남자아들에게는 유쾌하지만 여자들 앞에서는 말한마디 하기 힘든

 

전형적인 호구 스타일의 소유자입니다.

 

여태까지 11번의 소개팅 실패와 그리고 다양한 경로의 3번의 짝사랑을 거친

 

연애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

 

일년동안 따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올해 너무 연애를 하고 싶어서

 

친구들이 귀찮을 정도로 소개팅을 조르고 수업에서 맘에 드는 여자애가 있음 헌팅도 하고 그랬답니다.

 

그렇지만 전적은 5전 5패.

 

안되나부다. 한 학기 동안 나름 살도 빼고 친구들 도움으로 여자사람들 만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법을 익히기도 했는데

 

나름 할만큼 해봤는데 그래도 난 안되나부다.

 

외모가 못나서 아직 돈을 못 벌어서 옷을 잘 입지 못해서 유머가 없어서 매력적이지 않아서

 

안되나부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짱공유 눈팅하면서도 남의 나라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느껴지는건 강한 실패의 냄새.

 

나를 싫어하지 않아도 오빠로서는 좋아해도 남자로서는 아니구나.

 

수 많은 실패로 다져진 예민한 감각이 익숙한 패배의 냄새를 맡게 되었을때의 깊은 좌절감.

 

지금도 잘해주고 사귀면 더 잘해줄건데 왜 날 안 좋아할까라는 치졸한 자문자답.

 

결국 그 친구는 저에게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있다고 애기 하더군요.

 

역시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될 대로 되라 고백이라도 해볼려고 했습니다.

 

그 때 짱공유에서 두 개의 댓글을 보았습니다.

 

짱공유 어느 네임드(아이디가 정말 기억이 안나네요 죄송합니다)분이

 

[여자한테 애정을 구걸하지 마라]

 

라는 댓글. 그리고 다른 분의(역시 아이디가 기억이 안나네요...)

 

[여자를 많이 알고 지내라.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그 여자만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라는 댓글

 

 

그 댓글을 보자마자 집 밖에서 담배를 반갑은 태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문처럼 생각하고 다녔습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애정을 구걸하지 말자.

 

그래서 제 할일 하면서 다른 여자애들하고 놀아보고 농담따먹기도 해보고

 

인간적으로 괜찮은 여자애한테 사심없이 잘해주기도 해보고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 아이가 가끔 연락오면 오는대로 뜸하면 뜸해지는대로 그냥 그렇게 지냈습니다.

 

물론 가끔 너무 보고 싶으면 불러서 밥도 먹이고 했지요.

 

그래도 나를 좋아해 달라고 답없는 문자를 연달아 보내고

 

만나기만 하면 제가 다 사줄려고 하고 그런 짓은 그만두었습니다.

 

돈 없으면 오늘은 너가 살 차례다하고 힘든 일 있음 나와서 오늘 나 위로나 좀 해주라 하면서

 

예전에 약한 모습 보여주면 혹시라도 나 싫어하겠지 못하던 행동들도 그냥 해보고 했습니다

 

거절당하면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물론 끊임없이 들었지요.

 

그래도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나의 모습이 싫으면 싫은게지 다른 인연이 나타나겠지.

 

그리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알고보니 재야의 밀땅고수 였어! 새로운 능력자의 탄생 이라고 놀리더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아이를 좋아하는 저의 마음은 사실 한결같았고 밀땅은 해볼려는 생각도 없었으니까요.

 

다만 그 두 댓글을 보고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해 봤을 뿐입니다.

 

사실은 사귄지 꽤 되었어요. 그런데 긴 시간이 지나도록 믿기지가 않아서 볼만 꼬집어 보다가

 

그래도 꼭 감사의 글을 올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이 글은 저처럼 하라는 권유의 글이 아닙니다.

 

제 주변에는 4년동안 한 사람만 좋아한다고 먼 발치에서 바라보다가

 

결국 성공한 녀석도 있구

 

좋아하는 사람이 있음 내가 이 세상 제일의 호구라는 마인드로 뛰어들어 연애를 성공해본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아이와 저와의 관계에서는 그 두 댓글만큼 중요한 조언은 없었던것 같네요.

 

다시 한 번 그 댓글을 쓰신 분들과 수 많은 경험으로 저의 얄팍한 연애지식을 채워준 짱공유 연애 게시판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건승하시길 빕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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