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까, 제가 앞뒤 설명을 제대로 안했더군요.
그러니까 원래 발단은 제가 그 날 학교 가는 길에 남자친구랑 통화를 하게 될 때부터 였습니다. 오빠 말이 오늘 친구 결혼식에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친구 결혼식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던 중이었습니다.
오빠 - 근데 그소리들으니까...나도 빨리 너랑 같이 살고 싶어졌어.
나 - 갑자기 무슨 소리야? 오빠 나 처음 만났을 때 결혼 같은 거 할지 말지도 자긴 모르고, 해도 몇년 뒤에야 하고 싶다고 했잖아.
오빠 - 너랑 연애하다 보니까 바뀐 것 같애...사람이 사랑을 하다 보니 바뀌더라.
나 - ......그럼 그렇게 쉽게 바뀔 거였으면 그 때 왜 나한테는 그런식으로 말한거야? 내 마음이 바뀌지 않을 것 같으면 걍 다른 남자만나서 결혼해라느니 니가 결혼 안할 생각을 가져도 상관없다느니 그 때 왜 그렇게 신신당부한거야. 그 떄 몇번이고 나한테 말했었잖아.
오빠 - .........
나 - 왜 아무말도 안해?
오빠 - 솔직히 말하면...음...
나 - 말흐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
오빠 - ....그 때는 니가 나한테 호감이 있고, 너는 가벼운 만남이랑 연애는 구분한다고 말했었잖아. 근데 난 그 때 널 좋아하고 연애하고 싶긴 했지만 너랑 진지하게 가자니 좀 부담스러워서 그렇게 얘기한거야.....
나 - ............뭐야, 그게....내가 말했잖아. 진지하게 연애할 자신 없으면, 하지 말고 차라리 솔직하고 가벼운 만남하고 싶다고 말하라고 했잖아. 오히려 그렇게 말해주는 게 편하다고.
오빠 - .....내가 가벼운 만남하고 싶다고 말한다고 해도, 니가 더 이상 나를 만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 거 같아서.
나 - (어이가 없어서)뭐???
오빠 - 근데 오해하지마. 나는 지금 널 가볍게 생각안해. 그 때 니가 3주동안 나한테 연락이 없었던 때에 널 진짜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 지금은 오히려 내가 너를 훨씬 사랑한다고 장담해. 정말이야. 너랑 결혼하고 싶고 평생 살고 싶어. 진짜 널 놓치고 싶지 않아. 그치만 막 너무 부담가질 필요는 없고, 지금 결혼한단 소리도 아니고...
나 -나중에 얘기하자. 나 지금 수업 들으러 가야돼.
그리고 공강시간에 또 통화를 했습니다. 뭔가 확실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빠 - 아까 결혼하자고 얘기한거...너무 막 신경쓰지 말고..니가 아직 어리다는 것도 알고 있고. 우리가 솔직히 말해서 그런 얘기 해 본 적도 없고...그리고...
나 - 오빠, 이런 말 하면 지금 오빠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해야 될 거 같아서 할게. 나도 예전에 말한 적 있지. 오빠가 결혼할지 말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을 때 나도 솔직히 결혼할지 말지 확실하지 않다고. 진지하게 연애는 하더라도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오빠 - 응.
나 - 난 말이야. 그 때 오빠처럼 부담스러워서 한 말이 아니야. 오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랑 사귀었어서도 똑같았을 거
야. 나는 연애따로 결혼따로 한다는 말이고, 말 그대로 내 인생에서 결혼을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오빠 - 알아 알아 나도 오늘 아침에 대화할 때 느꼈었어. 내가 너무 가볍게 말했었고 니 말을 그 때 너무 가볍게 받아들였구나라는 걸 느꼈고..
나 - 오빠 나는...
오빠 - 나 생각해 봤는데, 니가 나랑 평생 함께 한다고 약속만 해준다면 꼭 결혼할 필요도 없어.
나 - ..........
오빠 - 이 얘기 우리 저녁 때 통화하면서 진지하게 해보자. 지금은 좀 그렇고..너도 또 수업 들어가야 되잖아..
나 - 그래.
그래서 저녁에 이 얘기에 대해서 통화를 했습니다.
보니까 술을 좀 마셨더군요.
나 - ..오빠말 잘 들었어. 이제 내 의견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할게.
오빠 - .... ,,,,
나 - 나는 가끔 결혼안하고 연애만 하고 싶더라..걍 결혼이 부담스러운 거 같애
오빠 - 괜찮지 결혼안하고 동거만 하는 것도 대신 지금은 니가 어려서 나중에 니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니가 그 때 결혼하기 원하면 결혼해도 되고 아님 평생 동거만 해도 되고 상관없어
나 - .나는 나만 있을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해서 결혼하고 싶지 않은 건데......
오빠 - 그럼 뭐 따로 살면 되지 대신 지금처럼 주말에는 우리집에서 자고 가면 되는거고. 괜찮지 그렇게 살면 평생
같이 살면서 맨날 보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2-3번 보는 게 더 서로를 보고 싶게 할수도 있으니 장점도 있을 거 같애.
나 - 근데 오빠랑 나랑 미래에 헤어질 수도 있잖아..오빠가 나에 대한 사랑이 식을 수도 있고..
오빠 - 난 안변할건데..
나 - 내가 변할 수도 있지
오빠 - 그 땐 임신시키면 되지 뭐 너 낙태하느니 차라리 결혼할꺼라며
나 - 뭐...???
오빠 - 니가 그 때 얘기 했잖아..임신하느니 낙태할 거라고....
나 - .........그래서 정말 그러겠다는거야?
오빠 - ...............
나 - 오빠?
오빠 - .................
나 - ...왜 또 대답이 없어......
오빠 - 아 x발 내가 진짜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나 - 오빠 내가 헤어질수도 있다느니 어쩐다느니 그런 소리를 하는 건,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정말 그 상황이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고. 오빠는 정말 후회안할 자신 가지고 나랑 동거하겠다느니 연애만 하겠다느니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오빠 - .......모르겠다.......
나 - 오빠가 지금 너무 성급하게 말하는 거 같애. 그리고 취하기도 했고...
오빠 - 내가 지금 술 마셔서 그런건지,널 붙잡고 싶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술기운이 있으면 더 얘기하기 편할 줄 알았는데, X신같은 소리만 했네. 저녁에 먼저 얘기하자고 해놓고 이딴 소리나 해서 미안해. 있잖아....우리 나중에 얘기하자....내가 먼저 얘기하자고 해놓고 미안해....
솔직히 제가 글을 올렸을 때 댓글을 보면서 뭔가 좀 오해가 있었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갑자기 남녀차이가 나오고 돌려말하지 말라는 댓글이 나오질 않나...
그리고 반론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라고 생각했고......생각해보니 제가 제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더군요.
남자친구가 무섭다고 한건, 술기운에 임신 시키겠다는 소리를 했다고 해도 진심일수도 있지 않을까....싶은 생각에 물어본 겁니다. 끝에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너무 신경쓰여서요.
그리고 헤어지자는 말을 한 것도 평생을 전제로 하길래 궁금해서 물어본거구요. 얘가 과연 헤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지요.
그 다음날 남자친구가 그거에 대해 밤을 새고 고민했다는 얘기에 '....이렇게 밤새고 고민할 줄 알았으면 함부로 얘기하지 말걸. 나중에 주말에 만났을 때 진짜 얘기할 시간 많을 때 얘기할 걸. 아님 돌려말했어야 하는 거였나??술취한 상태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요.
...암튼 타이밍도 참...제가 결혼 말고 연애만 하고 싶다는 글 쓴다음에 바로 이런 상황이 오다니..
p.s 아..그리고 제가 물어본다고 쓴 글이 있었는데...정말 남자친구 문제랑 그거는 별개입니다;;;;;-_-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미 전 얘기해버렸는데 그런 걸 물어본 다고 해서 남자친구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