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극과 극을 오갔다던 ㅎㅎㅎㅎ..입니다 ㅋ
많은 분들이 조언해 주신 것들을 종합해 보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단은 제가 열받은 건 조금 누그러트리더라도 할 얘기는 확실히 해야겠더군요.
특히 제가 화났던 건 본인 기분이 안좋을 때 심한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거..
풀어나간 과정을 간략히 써보면..(굵은 글씨만 읽으셔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1. 싸운 그 당일은 사소한 시비 때문이었는데 여친 자신의 말실수에 제가 기분나빠하니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서 전쟁 발발
2. 얘가 싸운 그 다음날도 여전히 상태가 영 아니었고 저도 말섞기 싫어서 패스
3. 그 다음날 먼저 말 걸어와서 어째어쨰 얘기를 풀기 시작.. 그러나 또 중소규모 전투...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도 안나게 복잡한 얘기를 나누면서 종전.
결론적으로는.. 아예 이유없이 히스테리 부리는 건 아니었더군요.
예전 데이트할 때 사진 찍는거 귀찮아하고 피곤해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나름대로 열심히 찍고 재밌게 놀았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엔 제 리액션이 별로였나 봅니다.
장소는 윤중로였는데, 거리공연이다 sbs중계차다 해서 이래저래 시끌벅적한 게 여친 맘에 쏙 들었는데,
문제는 제가 사람 버글버글한데 가면 3초에 HP가 1씩 닳습니다.. 아주 죽어나죠.. 산같은 데 가면 벙벙 뛰고..
중반까지는 잘 놀다가 여친이 더 멀리까지 가쟤서 HP 보충할 포션(밥)도 못 먹은채로 헤맸습니다..
윤중로 왜 이렇게 긴건지.. 지하철역은 안나오고..
결국 저녁을 먹을때쯤 되면서 여친은 서운해 하더군요.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피곤한 티 이렇게 내야 하냐면서..
생각해 보니 그냥 가만히만 있었어도 좀 덜 서운해 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사과를 했습니다.
근데 이게 사과가 사과로 끝난 게 아니었더군요...참..
그리고 이번 싸움의 원인이 데이트 때 피곤해 했던 데 대해 미처 다 안 풀린 서운함이었다는 겁니다.
1. 그 서운함 + 2. 공부의 피로 + 3. 일의 피로 이렇게 시너지 효과가 나서 그랬던듯..
(2, 3의 조합만으로 화를 내진 않는다고 얘길 하네요.. 맞는듯)
싸움이 거의 마무리 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전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여의도 데이트의 막바지, 여자친구는 본인이 서운함을 표시하는 메시지를 '여자어'로 전송했다 했고,
전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_-;;
여친의 머리속 생각 중 하나만 예를 들자면..
밥먹을 때 남친이 먼저 싸준 상추쌈이 너무 크고 질질 흘리게 엉성한 걸 줬음. 게다가 원래 깻잎을 더 좋아하는데 그걸 안줬음.. 오늘 남친 피곤해해서 가뜩이나 맘에 안드는데 이런 센스없는 짓을 저지름. 서운함이 채 가시지 않은 것을 어필해야 함.. 깻잎에 고기를 조금만 넣어서 작게 만들어 줌. 그걸로도 모자람. 그 이후로도 내가 먹을 쌈에는 무조건 깻잎만 초이스. 그냥 깻잎쌈도 아니고 눈에 띄게 아주 정갈하게 두번 세번 접어서 쌈을 싸 먹음.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데..
제게 이걸 알아듣고 센스있게 행동한다는 것은 마치 윈도 없이 컴퓨터 언어를 1과 0으로 입력해서 알아듣는 것과 비슷하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을 해 주면 조금씩 이해가 가겠는데 그냥 여자어로만 하면 이건 뭐......ㅋㅋ
이거 말고도 꽤 있었더군요.. 그리고 그거만 알아들었어도 그날로 풀렸을 거라고..
원체 여자어가 심오하니 지어낸 말이나 연기는 절대 아닌 진심일 것이고,
어째 보면 참 쪼잔하고 나노 마인드 같으면서도.. 잘 생각해 보면 그 상황이 웃기고 여친이 귀여워 보이더군요..
저는 이런 여자어를 잘 못알아 들으니 여친이 화를 내면 뒷통수, 적반하장이라 여겼던 거 같네요.
고양이랑 개가 싸우는 이유는 서로의 언어가 뜻이 전혀 달라서란 말을 들었는데,
남자와 여자의 경우에도 맞는 거 같습니다.
심한 말을 하는 것도 제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는데,
정작 여친은 그렇게 느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 하면서 한 얘기는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제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정답일거 같네요. 어차피 남자어랑 뜻도 전혀 다른 여자언데 굳이 그걸 제 방식대로 해석해서 기분나빠 할 건 없을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조언을 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