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남자 ---
복잡한 백화점 입구에서 그녀를 봤습니다
서로 아는 척하진 않았지만 그녀도 날 보았다는 걸 알수있었죠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거는
그녀가 태연한척 하고 싶을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버릇이었거든요
그러고보니 그녀는 여전히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네요
아니 그때보다 더 길어진것 같네요
예전에 그녀가 머리를 막 감고 나오면은
바람이 불때마다 머리카락에서 아찔할만큼 아주 좋은 향기가 나곤했죠
어느새 그녀의 뒷모습을 사라지고 없는데
백화점 입구에서 발길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죠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첫사랑에게로 되돌아 가는 길이라구요
강물을 거꾸로 올라가는 연어처럼
시간을 힘들게 거슬러가야 다시 닿을 수 있는 멀고도 힘든길이라죠?
그녀의 샴푸냄새, 그녀의 손내음 그리고 그녀의 웃음소리
그리운 것들이 하나씩 생각이 나네요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것 같습니다
--- 그여자 ---
한동안 이렇게 마주치기를 간절히 바랬던 적도 있었어요
우연히 만나서 그 만남으로 인해 다시 사랑이 시작되길 바라기도 했죠
그런데 헤어진지 2년
어느새 그런 바램들도 희미해진 오늘에서야 그 사람하고 다시 마주쳤네요
복잡한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들한테 떠밀리듯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서로 눈조차 제대로 마주칠 시간이 없었죠
그렇게 짧은순간 봤지만 그 사람 많이 변한 것 같았어요
옷차림도 머리모양도 그리고 표정도... 훨씬 좋아보였어요
'잘 지내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나도 아마 조금은 변했겠죠 하지만 내겐 여전한 것들이 더 많아요
그 사람이 좋아하던 긴 머리카락도
그 사람의 이름 세자만으로 마음 한쪽이 흔들린다는것도
2년전 내게 등돌리던 그때
친구로라도 남게해달라며 어렵게 붙잡고 싶었던 내 마음을
그 사람은 알고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 집니다
이젠 상관없는 일이겠죠
혹시 다시 말을 건넬수 있다면 그냥 이렇게만 말하고 싶어요
첫사랑의 기억이 되어주어서 많이 고맙다구요
- 이소라의 FM음악도시 '그남자 그여자' 中
연인이라 불리는 또는 연인이라 불리웠던 두 사람
같은 시간, 같은 상황 밑에서 그남자와 그여자는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녀의 심리에 관한 짧은 이야기.. [그남자... 그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