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그여자] 착각인지는 모르겠는데

babyARA 작성일 13.09.15 11: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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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남자 --- 

오늘로 97번째 시 한편을 옮겨적은 편지를 

202호 그녀의 우편함에 몰래 넣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워낙에 글솜씨가 없어서 기껏 써놓고 보면은... 

보고 싶습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좋아합니다... 

딱 세마디가 다였죠 

내 마음을 적은 시로 대신 전하고 싶을 뿐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이렇게 오랫동안 하게 될지도 몰랐구요 

그런데 몇일전 집을 나서다가 우편함에서 

내 편지를 꺼내는 그녀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되었거든요 

착각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반가워 하는거 같더라구요 

그 자리에서 바로 편지를 뜯어서 

길지않은 시를 아주 오랫동안 몇번이고 읽어보고 있었죠 

이제는 마음을 전하는 것 보다는 

그냥 그녀에게 작은 즐거움을 준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백번째 전할 시는 정말 특별한 걸로 고르고 싶은데 

아... 어떤 시가 좋을지 고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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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여자 --- 

몇달전부터 이어지는 편지한통에 내 생활이 많이 달라졌어요 

제일 먼저 아침이 달라졌죠 

늘 지각할까 허둥지둥 대곤 했었는데 

요즘은 우편함 앞에 머무는 시간 제하고도 

넉넉하게 도착할 만큼 집을 나서는일이 빨라졌다니깐요 

예전에 꾸벅꾸벅 졸던 지하철 

이젠 그 편지 아니 그 시를 읽으면서 상상을 하곤 했죠 

도대체 누굴까...? 

그런데 그렇게 궁금했던 그 사람의 얼굴을 몇일전 드디어 보게 됐어요 

수위실 옆에서 잠복하듯 기다리고 있었죠 

새벽2시쯤 102호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나타났어요 

키가 작고 조금 마른체격에 그냥 평범한 이목구비 

기대가 컸던 탓에 솔직히 실망스런 맘도 들었거든요 

그런데 우편함에 편지를 넣는 

그 사람의 표정이 너무 순수해 보였어요 

초인종 누르고 도망치는 꼬마아이 같았어요 

실망스러움을 간데없이 금새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오늘로 아흔 일곱번째 편지 

백번째 되는날요 내가 고마움의 시를 한편 선물하고 싶어요 



















- 이소라의 FM음악도시 '그남자 그여자' 中

연인이라 불리는 또는 연인이라 불리웠던 두 사람

같은 시간, 같은 상황 밑에서 그남자와 그여자는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녀의 심리에 관한 짧은 이야기.. [그남자... 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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