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남자 ---
내일은 우리 두사람에게 아주 역사적인 날입니다
그녀와 나... 우리 두사람만의 타임캡슐을 묻기로 한 날이죠
아주 많이 생각한 끝에 난 이렇게 다섯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처음으로 둘이 같이본 영화티켓
그리고 같이 찍은 것중에 제일 잘 나온 스티커사진
발레타인데이에 받은 초컬릿의 포장박스
얼마전에 같이갔던 놀이공원의 입장표
그리고 어제 밤을 세워 쓴 편지 한통
실은 내일이 만난지 딱 100일째되는 날이거든요
친구들은
"야...그래도 한 천일쯤은 되야 간직할만한 추억이 있는거 아니야?"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입니다
우리는 200일, 그리고 300일, 400일이 될때마다
계속 이 타임캡슐을 꺼내서 또 다시 묻을꺼에요
그때쯤이면 구박 받으면서 타임캡슐을 만들던 일도 다 추억이 되어 있을겁니다
그러니깐 결국에는
내일 우린 추억을 묻는게 아니구 추억을 하나 만들어 내는 셈인거죠

--- 그여자 ---
이게 내일 내가 타임캡슐에 넣을 물건들이에요
우선 그 사람의 사진들... 꽤 많죠?
작년 체육대회때 찍은거에요
그때 다른 사람들 찍는 척 하면서 계속 그 사람 사진만 찍었거든요
아마 그 사람은 이런 사진 있다는 것도 아직 모르고 있을걸요
그리고 이 티셔츠랑 편지는
작년 그 사람 생일날 진짜 밤새 고민해서 골랐는데
용기가 없어서 결국 못 줬던 거에요
그땐 디게 이쁘다고 골랐는데 지금 보니까 어쩐지 촌스럽네요
마지막으로 내 일기장 두권 지난 일년동안 쓴건데요
한장씩 넘겨보면 온통 그사람 이야기 뿐이에요
난 이런 것들을 준비했어요
그 사람도 모르는 우리 사랑의 역사적 증거물이죠
내 짝사랑의 추억이기도 하구요
200일이 되는날 이 타임캡슐 열어보면
그사람... 많이 놀라구 많이 기뻐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