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짝사랑하는 여직원이 있어요.
작년 겨울에 어설프게 고백 후 며칠 뒤 남자로 안 보인다는 말과 함께 매몰차게 차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후에 파견지에 나와서 회식 아니면 서로 얼굴 볼 일이 없다보니 감정도 서서히 옅어지더군요.
그런데 얼마전 동료직원 결혼식이 있어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어요.
예식장에서 이런저런 얘기 좀 하고 헤어져 집에 왔는데 여직원이 석양 사진과 함께 카톡을 보내더군요.
그녀가 사는 동네에 벚꽃이 곧 만개할 것 같은데 만개하면 보러 오라는 말과 함께..
너무 설레였어요.
이게 같이 보러 가자는 말인가?
아니면 자기 동네가 벚꽃 명소이니 시간날 때 한번 보러 가라는 말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죠.
고민끝에 같이 보러갈테냐 물어봤더니 알았다고 하더군요..
누구라도 설레여 할만한 상황이죠? ㅎㅎ
그렇게 토요일로 약속을 잡았다가 화요일 쯤 여직원이 급한 일이 있어 토요일은 어려울 것 같다고 카톡을 보내더군요.
좀 실망스러웠지만 일단 그 다음 주 토요일은 시간이 괜찮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별안간 이러더군요.
"나는 괜찮지만, 혹시나 ㅇㅇ씨가 오해할까봐 하는 말인데 나는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생각하고 가는거다. 그 이상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그녀는 34살이고 저는 29살이거든요.)
순간 너무 실망스럽고 이 사람이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온 말이 있으니 약속을 잡았고 그렇게 어제 그녀의 동네에서 점심부터 저녁 늦게까지 데이트를 했습니다.
약속잡으면서 카톡으로 들은 말이 있으니 그녀가 나를 남자로 느낄만한 말이나 행동은 못 하겠더군요.
동성친구와 할만한 일상적인 대화만 잔뜩 했던 것 같아요.. ㅋㅋ
그렇게 데이트가 끝나고 오늘이 되니까 너무 비참합니다.
예전에 고백한 경력이 있기에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도대체 왜 벚꽃얘기를 꺼냈고 보러 오라는 말은 왜 한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한순간 설레이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니 괴롭습니다.
내 자신이 너무도 보잘것없게 느껴지고..
한없이 초라해지네요.
그냥 혼자 속에 담아두려니 너무 고통스러워 끄적여 봅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