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연애의 결말

beryll 작성일 16.07.24 1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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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만나는 시점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30대 초반 때 여친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얼마전 헤어진? 여친을 만났는데요 좋다며 제 옆을 떠나질 않았어요.

어쨌든, 대학을 보내야 하니(여친은 학생, 저는 강사) 잘 타이르며 신경을 썼죠.

그런데 부모님이 아신 모양이에요. 학원에 찾아오셔서 대뜸 물으시더군요.

우리 아이를 좋아하느냐. 저는 학원에 속해 있는 입장이라 좋다는 대답을 할 수

없었어요. 그럴 수 있는 나이니까 제가 잘 타이르고 얘기하겠습니다. 이렇게

마무리를 했죠. 그렇게 대학을 보내고 케어를 많이 해줬습니다.

그 때 부터 사귀기 시작했고요. 저로서는 좀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기는 해요. 과제도 약간씩 도와주고 그 나이 때에 여자들이 원하는 각종 이벤트,

데이트 및 가지고 싶은 것들 다 해주고 그랬죠.

그러는 중간에 또 부모님을 뵜어요. 좋아하면서 왜 그 때는 거짓말을 했느냐.

그래서 여차저차 설명을 드리고 따님을 좋아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무조건 싫다며

헤어지라고 하시더군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거짓말을 했다.

2. 담배를 피운다.

3. 장사를 한다. (학원을 그만두고 저희 집안이 하는 치킨집에서 같이 일을 합니다. 약간 유명해요.)

4. 나이가 많다.

5. 기독교가 아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입니다. 하지만 여친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뭐 워낙 일방적이라 쓴소리만 듣고 끝났죠. 그렇지만 서로는 너무 좋아해서 계속

만났습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기 전까지 또 계속 응원해주고 아껴줬습니다.

처음, 두번 째 회사는 너무 야근이 많아서 굉장히 힘들어 했어요. 그래도 주말에는 서로

웃으며 데이트도 하고 그랬죠. 이제 돈 좀 번다고 저한테 뭘 사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ㅎㅎ

그러다가 세번 째 회사, 괜찮은 곳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마음에 들어 하더군요.

복지도 괜찮고요. 저도 이제 마음이 놓여서 이제 결혼할 일만 남았다 생각을 했죠.

회사 사람이랑도 잘 맞아서 바로 위 상사가 플스를 한다고 같이 하고싶다고 하길래 당장

두 대 사서 그 분들과 재미있게 게임도 하고 문자도 주고 받고 그랬죠. 이젠 안하지만.

그러다가 또 부모님을 뵜어요. 그렇게까지 기회를 줬는데 우리 딸을 얻고 싶으면 와서

무릎이라도 꿇던가 해야지 뭐하는 행동이냐며 역정을 내시더군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기회? 무릎? 나는 아직 80년대에 살고있는건가?

이 얘기를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참, 다르더군요. 반 반이에요. 꿇어라. 미쳤냐.

말씀을, 약간만이라도 제가 들어갈 여지를 주셨다면 무릎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조건 죄송

하다하며 따님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할 마음은 늘 있었지만 순간 80이 다 되어가는 제

어머니가 생각이 나면서 울컥하더군요. 그래서 그 때는 아무 말도 없이 듣기만 했어요.

그 후 부터 저도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여친을 만나면 예전처럼 잘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니까 결혼을 못해도 난 너만 있으면 된다고 했고 여친도 자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했죠. 참 풋풋하죠 ㅎㅎ 이 나이에.

 

그러다가 저희 어머님께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시고 여친에게 말씀을 하셨나봐요.

너도 나이가 30이 코 앞인데 언제까지 이렇게만 있을거냐. 정말 서로 좋고 그러면

전세 괜찮은거 하나 얻어줄테니 둘이서 살아봐라. 혼수도 필요없다. 그렇게 천천히

용서를 구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다. 그게 아니라면 더이상 앞 길을 막지

말아라.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당일 날, 저는 포경수술 말고 파상풍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원수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좀 여유롭게 생활을 하자 해서 이사도 준비중이었고요.

드라이브라도 하면 기분이 나아질까 해서 8월 달에 자가용도 구할 예정이었습니다.

너무 바쁘고 힘드니 조금만 참고 견디자고 얘기했죠.

바로 그 날 저한테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참... 타이밍이 어찌 그렇게 기가 막힌지.

사실, 저도 불만이 많았습니다. 회사에서 일은 잘하는데 집에만 오면 뭐랄까... 제가

보모가 아닌데 항상 챙겨주고 뒷바라지 하는 기분이랄까요? 청소며 저녁식사며....

그래도 이런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헤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제가 이제 예전같지 않다는 겁니다.

요약을 하자면,

1. 이제 달콤한 말을 해주지 않는다. (저는 사랑하는 방식이 조금 변한거라고 얘기했습니다.)

2. 핸드폰을 집어 던진다. (8년 동안 한 네 번 정도 그랬습니다. 너무 화가나게 해서 그만...)

3. 술, 담배를 한다. (여친 부모님 문제로 한참 스트레스 받을 때 많이 했습니다.)

4. 자신이 울어도 그냥 두고 가버렸다.
  (우는게 거의 습관입니다. 아무리 달래도 입을 절대 열지 않아요. 저도 지쳐서 세 번 정도 그랬습니다.)

5.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6.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서 식견이 좁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친이 어리다는 생각이 들어요.)

7. 관계를 갖는데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매 번 그러기는 힘들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

차갑게 비수를 꽂으며 인신공격도 하더군요. 굉장히 놀라웠어요. 처음이라.

어쨌든, 그래서 저도 다는 아니지만 몇 가지 정도는 얘기를 했죠. 가족들이 이상하다고... 너는 왜 입장을

취하지 않았냐 등 이런 것들만 얘기 했습니다. 이런 얘기도 상처였나봐요.

그리고 난 너를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 했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루 말로 다 못해요 ㅎㅎ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제 어머님이 말씀하셨던 전세집 마련과 혼수가 필요없다는 대목에서 굉장히 수치스러

웠다고 하더군요. 여친쪽 형편이 좀 넉넉치 않은편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은 하지만 잘은 모르겠어요.

 

그렇게 헤어지고 난 후에 제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며 여친 물건들을 따로 모은 다음 불렀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고요. 편지며 그림일기, 각종 인형, 책, 기념품, 사진, 액자, 전자제품 등등...

조용히 앉아서 최후변론을 준비중이었죠. 와서 처음 하는 말이 왜 자기를 잡지 않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을 했죠. 그래서 불렀다고. 가서 무릎이라도 꿇고 싹싹 빌어서 허락을 받아내겠다고.

네가 아쉬워 한 것들, 당장은 힘들어도 조금씩 고쳐 나가겠다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서로 울고 불고 난리였죠. 하지만, 인형이랑 책, 사진같은 것만 챙기고는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건 다 버려도 그림일기와 반지는 버리지 말아달라고 하더군요. 이게 참... 얼마나 아프던지.

자기는 이제 행복해지고 싶다며 나와 같이 쫓기는듯 살기 싫다고 했습니다.

연락은 계속 하고 친구로 지낼 수 있을 수도 있다는 묘한 말만 남기고 말이죠.

 

이제 오늘입니다.

처음 맞이하는 일요일이에요.

결혼생각에 연애에만 집중하느라 그런지 친구도 몇 남아있지 않네요. 반면, 전 여친은 잘들 만나고 다녀요.

39살에 마지막 기회였던 그 많은 시간을 송두리째 뽑힌 느낌이라 아무 것도 집중이 되지가 않아요.

무언가를 해볼까 하고 동호회같은 것을 끄적여도 타임머신이라도 탄건지 내가 벌써 이런 나이라니...

나이 제한에 걸리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여친 페이스북에 바뀐 '싱글'과 커리어 란을 보니 참... 저기에 다 내가 있었는데... 이런 바보같은

생각도 드네요.

그렇게 공들여서 같이 살아가자고 돌봐줬는데 이런 꼴이 나니 참 허망하기 그지없어요.

이 나이에 이 정도 스펙에 여자 만나는 것도 쉽지도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연애는 신물도 나고요.

 

제일 힘든 건,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혼자라는 점과, 사소한 이야기조차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외로움이 암덩어리처럼 정신을 지배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몸도 마음도 약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알거 다 알 나이인데도, 여전히 헤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카톡이니 페북이니

아직도 친구로 되어있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일까 참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아픔의 궁극적인 원인은, 제가 잘 못해서 이렇게 됐다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솔직히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전부 다 제 잘못인 것 같아요.

 

형님들, 동생분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말씀을 좀 부탁드려요.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알아요 저 찌질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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