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세번째 글에서 언급했던 이년의 3억짜리 똥 사건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이년이 사기를 맞은건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이게 무슨 3백 3천도 아니고 3억이면 이것 만으로도 결혼이 파토날 사유가 충분히 되긴 합니다. 그런데 자기 부모에게 헬프 칠 생각하며 벌벌 떨고 있는 이년에게 부모님에게는 알려만 드리고 내가 같이 살면서 갚아주겠다고 했습니다. 전 솔직히 이 말 하면서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뻑에 젖어서 '이야 나 졸라 멋있는 새끼구만' 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얘기를 했는데 돌아오는건 정말 어처구니 없는 대답이더군요. '당장 그돈 갚아줄 것 아니면 의미 없다. 그리고 신혼부터 구질구질하게 그 돈 갚아가면서 생활하기 싫다. 그러니 필요없다.' 였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몇번을 다시 물어보고 다시 물어봤지만 저 대답은 똑같더군요 ㄷㄷㄷㄷ 정확한 워딩으로 "결혼 전에 내 실수로 우리 미래의 가정에 부담이 될 수 없다." 라는 이유가 아닙니다 이게..;;
물론 이년 부모가 3억을 떡 내어줄 형편이 안 되죠.
왜 저는 이걸 못 갚아주냐는 질문이 오더군요. 그래서 이년이 연봉 1억5천은 씹구라고 과장된 것이고 지금 인수합병건에 재동이 걸려서 3억이라는 현금은 없다, 라고 하니 이때부터 제 앞에선 뭐 둘의 사랑이 최우선이다 뭐다 이런 뭐좋은 개살구 같은 소리 처 씨부리면서 제 뒤에선 이년을 졸라 닥달했던 모양이더군요 ㄷㄷㄷ 그리고 이 와중에 결혼식 비용을 내야하니 빡샜겠죠. 그래서 청첩장 돌리기 직전에 다시 한번 몇 개월만 미루는 것 재고해 보시라 했더니 단칼에 '절.대.로' 안된다 하더군요.
그리고 이년에겐 장애인 동생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동생하고 원한도 없고 트러블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영화 대사에서 나오더군요. '전 처의 처남 만큼 쓰잘데기 없는 인간 관계가 또 어디 없다.' 라고요. 뭐 그래서 있는 그대로 쓰겠습니다.
저는 이 동생이 있다는 얘기 듣는 순간부터 제가 결혼하면 죽을 때 까지 챙겨줘야 될 사람이라는 걸 직감했고 그럴 마음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동생은 지적+신체적 장애가 있는데 지적으로는 완전 지능이 낮은 것도 아니고 신체적으로는 거동이 불편해서 그렇지 가벼운 운동도 가능할 정도 입니다. 이러니 집안에 있으면 스트레스도 받고 성욕도 있고 하니 약간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죠. 뭐 그때까지만해도 정말 내 식구 될 사람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동생 얘기는 왜 하느냐?
이년은 저희 집에 흉 아닌 흉은 다 찾아내서 지적을 하죠, 아버지 일찍 돌아가신 것도 그년 말대로라면 '남들이 보기엔 흉' 이라고 씨부렸다 싸운 적 있고, 누나가 외국인하고 결혼을 했는데 사이가 안 좋아서 별거 상태에 있습니다. 이혼도 아니고 별거인 상태인데 이걸 또 '흉' 이라고 지적을 하길래 "넌 어째 니 동생 평생 돌봐주겠다고 하는 사람 앞에서 그 사람 가족 헐뜯기만 하냐?" 고 했더니 마치 제가 무슨 큰 실수라도 한 것 처럼 헛웃음을 연타로 때리면서 "어떻게 우리 동생 얘기를해?!" 이지랄 하더군요. 자기 흉은 절대로 건들면 안 되는 금시사항이고 제 가족사는 무슨 일부로 흉으로 만들어서 씹어 되야 하는 건가 봅니다.
거기에 제 조카에 대한 컴플랙스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조카가 백인+동양인 혼혈이다보니 외모가 어마어마하게 이쁩니다. 이걸 벌써 아직 결혼도 안 했고 당연히 애도 없는 외숙모 될 년이 이 3살배기 애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실제로 스트레스라고 토로까지 하면서 삼촌이 자기 조카 이뻐하는 꼴도 못 보게 허다군요 ㄷㄷㄷ(제가 그렇다고 또 무슨 팔불출 처럼 조카 조카 노래를 부른 것도 아니고 애당초 애들을 안 좋아해서 사진 보여주면서 "이쁘지?" 라고 한 정도 이죠;;)
이쯤되면 읽는 사람은 '아니 그래서 어떻게 파토가 나는데? 언제 파토나도 이상할 거 없어보이는데?' 싶겠죠?
네, 그래서 결혼식은 했습니다. 우여곡절로...결혼 반지를 제가 또 명품으로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위에 언급한 상황이 터져서 전 이마당에 솔직히 얘기하고 지금은 그냥 금 반지하고 나중에 좋은거 사준다 하니 이미 지 애미한테 자랑질 해놔서 말 바꿀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이미테이션을 제작해서 가져오는 헤프닝까지 있었죠.
결혼식장에서 하나에서 열까지 불만불만불만 토로하던 그년 얘기 다 하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파토 원인 즉 deal breaker는 결혼식 끝나고 신혼 호텔방 와서 였는데..전 신혼여행 이후 바로 다시 출국해야 되는 스케쥴이라서 혼인신고 언제 할지에 대해서 말이 나왔습니다. 그년은 '나중에'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 다음 입국할때 얘기냐고 했더니 한 1년 두고보고 하자는 겁니다 ㅋㅋㅋㅋ 아무런 상의도 없이 ㅋㅋㅋㅋ
와...진짜 글이 기네요...다음 글로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