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스펙타클한 파혼 얘기 pt.5

바나나나빵 작성일 17.12.31 04: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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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방적인 '선 식 1년 후 신고 통보'를 받은 얘기까지 했네요.

 

그래도 어렵게 한 결혼이고 또 신혼 여행도 있고 하니 일단 '선 식 1년 후 신고 통보' 는 바로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이건 아무리 이년과 이년 애미가 비상식적이어도 결국 대화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순진함 때문이었겠죠..

 

물론 신혼여행이라고 정신나간 해프닝이 없었겠습니까? ㅋㅋㅋㅋㅋ

5년간 연애 기간중 관계시에 실수로라도 한번도 질내사정은 해 본적이 없습니다. 애 낳아야 된다 애 낳아야 된다 노래를 불렀기에 신혼여행가서 첫 관계를 할때 질내사정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막 밀쳐내고 개 난리를 치더군요 ㄷㄷㄷㄷ. 무슨 생각이냐고 묻길래 넌 왜 난리를 치냐고 하니 이제와서 "너 지금 애 생기면 곤란한거 몰라?" 라고 하더군요 ㄷㄷㄷ 뭐 더 대화할 생각도 안 들고 그냥 멍 때리고 돌아 누워 있는데 그 새벽에 자기는 걱정이 되서 사후 피임약을 처 드셔야겠답니다. 그래서 휴양지 새벽에 나가서 또 사후 피임약을 사줬죠 ㅋㅋㅋㅋ (쓰면서도 참 병1신같네요 ㅋㅋㅋ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천만다행이네요.)

 

그리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뭐 '선 식 1년 후 신고 통보' ...지금 시점에선 당연히 말이 안 통하더군요. "요즘 다 그렇게 한다." 라고 하면서...난 요즘 어떻게하는지 알 바아니고 왜 이걸 결혼식 하고 나서 말하냐니까 "요즘 다 그렇게 하니까 너도 그럴줄 알았다." 라고 씨부리더군요;; 그래서 결국은 결론을 못 내리고, 자기는 저 따라서 출국 못하겠으니 따로 1년 동안 돈 모아보자..정도로 결론을 내리고 출국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어디 이게 끝이겠습니까? ㅋㅋㅋㅋ

1년 동안 돈을 최대한 모으자, 라는 결론이 나왔으니 전 신혼집과 지금 어머니와 누나가 사는 집을 합칠 것이라고 얘기했고 이년은 그 말을 들은 자리에선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출국 당일 아침에 애미년에게 연락이 오더니 막 미친듯이 흥분을 해서 전화기에 침튀기는 소리 내며 씨부립니다. "누나랑 같이 산다는건 절대 안되는 얘기야!" 제가 그래서, 누나는 월세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입장에선 돈 모으기 좋은거다. 라고 설명하니 "여자는 그런게 아니야, 여자는 질투심 같은게 있어서 그렇게는 못 해, 그럴거면 차라리 내딸 보고 출국해서 살라고 하지!!" 뭐 이런 이해 안 될 개소리 처 씨부리고 있더군요.

 

저도 진짜 참을 만큼 참았다 싶었습니다.

이년에게 전화해서 대체 니 엄마한테 어떻게 얘기했길래 저런 말을 하냐고 했더니 자긴 그냥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고 지년 엄마가 하는 말은 자기도 모르겠답니다 ㅋㅋㅋㅋ

 

 

 

이렇게 해어졌냐고요? 아뇨, 아직 더 크리티컬하고 스펙타클한 결정타가 남았습니다.

전에 얘기했던 3억 사기 똥 기억하실 겁니다. 그 사업자 명의가 제 명의로 되어 있으니 경찰 수사가 시작되니 저도 수사 대상이라는 겁니다. 정황상 저는 1회 출석해서 조사 받으면 아마도 미래 남편으로 단순 명의 재공자로 처리 될 것 같다고 하긴 했지만 반드시 1회 출석은 해야 된다고 하는 겁니다. 당시에 다시 사업을 시작해야 하니 취직을 해서 현지업체 컨설턴트로 꽤 괜찮은 조건으로 부장급으로 채용이 되었고 첫 달 근무중인 상태였습니다. 당시 상태로 봐서는 조금 처후 개선만 된다면 그냥 이대로 이 회사 다녀도 될 것 같았죠. 그러던 도중에 한국에 경찰서 출석해야 되는 일이 생긴겁니다. 첫달 근무중에 ㅎㅎㅎㅎ 그래서 3일 휴가를 요구했더니 회사에서는 얼척없어 하더군요. 임원중 한명은 안 가면 안 되겠느냐, 가면 아마도 해고 당할 것이라는 얘기들었지만 어쩔수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에 이년한테 이 얘기는 안 해줬죠. 무려 미안해 할까봐라는 착각속에 ㅋㅋㅋㅋ

 

그래서 마음도 힘들었고 다시 얼굴보고 관계 냉랭한거 풀고 싶은 마음에 은근히 설례면서 한국에 왔습니다.

이년 연애중에 외박을 허락 받고 한 적이 한번도 없고 같이 외박할 일 있으면 친구들하고 논다고 구라치고 나와서 자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애 이전에 저 낚으려고 할 때는 툭하면 그렇게 외박하면서 전국 여행 같이 잘 다니더니 정작 연애 시작하니 지 보모에게 거짓말 하는게 싫어서 못하겠다 합디다 ㅋㅋㅋ. 아무튼..입국해서 공항버스 안에서 연락을 하니 그래도 남편이 2개월 만에 왔는데 외박은 힘드니 내일 나가겠다는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등1신 같이 이때서야 헤어질 결심이 들더군요 ㅋㅋㅋㅋ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해고 통보 받았습니다.

그리고 출석일은 수사관 나으리께서 일정이 바빠 예정보다 하루 늦게 출석을 했죠. 조사는 금방 끝났고 (당연하게도 전 단순 명의 재공자로 끝났습니다.) 피해자들이 형사+민사 고소를 했는데 형사는 적용이 안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듣고 끝났습니다. 밥을 먹자길래 무슨 얼어죽을 밥이냐고 하며 까페에 들어가서 그동안 얘기를 쭈욱하면서 마지막 뭘 기대했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해봤지만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더군요. 제가 이번 조사 때문에 잘 다니던 직장 해고 당했다고 하니 자기 부모한테 비행기표 값에 월급 3개월치 달라고 얘기하라고 하길래 참 어처구니 없어서 됐다고 했습니다. 특히 '선 식 1년 후 신고 통보' 얘기만 나오면 그냥 좀 넘어가면 안되냐는 식이기만 하고 그게 결국 1년 뒤에 봐서 성에 안 차면 그대로 해어지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하면 대답은 안 합니다 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아,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몇 개월 뒤에 연락이 오더군요. 그 사기껀으로 운흉 사기꾼에게 회수한 돈이 제 명의 계좌로 입금이 되니 본인이 와서 찾아줘야 한답니다. 비행기표를 줄태니 와 달라고 하더군요. 당시 마침 시간상 가능도 해서 뭐...한국 바람도 쐘겸 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제가 돈을 찾아놓고 보니 3억중 겨우 150만원 이더군요 ㅋㅋㅋㅋ. 그리고 까페에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서류가 하나 둘 나오면서 저 없어도 해당 계좌 권한 위임해달라는 서류까진 좋았는데 예전에 자기가 투자했던 1천만원 그거 회수를 보장 해줄 수는 없겠지만 무기한으로 돌려주겠다는 의지만 표시하는 법적 서류에 싸인을 해달라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와 씨1발 ㅋㅋㅋㅋ 그래서 그러면 넌 내가 저번에 한국 경찰서 출석 때문에 받은 피해 보상 합치면 1천만원 우습게 넘기니까 내가 더 받진 안겠다 했더니 더 말은 못하네요. 그게 마지막 한 연락이었습니다.

 

 

사람 콩깍지가 참 무섭더군요.

전 이년이 뭐 미인상은 아닌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제 눈에는 나름 귀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헤어졌다는 얘기만 듣고 바로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해주는 얘기가 "너 어디 쟤랑 숨겨둔 애 있는줄 알았다. 니가 어디가 모잘라서 저런 못 생긴 애랑 결혼하냐? 아무리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지만..." 얘기를 엄청 많이 듣고 나서 나중에 찍은 사진 보니...콩깍지가 벗겨지더군요 ㄷㄷㄷㄷㄷ

 

 

 

세상엔 온갖 미1친년놈들이 많습니다.

제가 그래도 다시 연애를 해볼 생각을 들게 하는데 2년이면 겪은 일에 비하면 빨리 회복한거 같네요. 첫 글에도 썼지만 지금 여친이 상식적으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인데 거기에 사소롭게 감동 받는 저를 보면 여친이 참 신기해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든 결혼이든 구더기 무서워하면 장 못 담그는 법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 글이 연애 혹은 결혼을 안 하는 혹은 못하는 이유 혹은 핑계가 되질 않길 바랍니다.

 

2017년 마지막날 새벽에 이 글을 몰아서 쓴 이유도 있습니다.

친한 친구들에게 하소연 하듯 얘기는 했지만 이렇게 디테일 하게 얘기한 적은 없었습니다. 자기 얼굴에 침뱉는 꼴이니..

그래도 익명성을 빌려서 '임금님 당나기귀 효과' 처럼 한 번 다 털어내고 새 해에는 이 정신나간 년에 악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에 한번 질러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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