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 대한 이야기

유로니모스 작성일 06.07.07 03: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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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신지요.
저는 대한민국 해병대 병 801기로 입대했고, 무사히 전역한 한 해병 입니다.
여러분들은 해병대를 떠올리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팔각모, 깡다구, 구타, 객기, 주사, 난장판, 세무워커, 정복, 개병대......

여러 단어들이 떠오르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해병대에 대한 글을 읽어보니 여러가지 내용들이 있더군요.
입대 시 면접에 대한 글, 해병대에 대한 독설, 자부심에 관한 글.......

물론 제가 해병 출신이라고 해서 해병대에 대해 좋은 말만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추상적인 동경만을 가지고 입대한 후
김포 2사단에 실무배치를 받고 쫄병시절 날마다 하우스나 화장실, 보일러실에 끌려가서
두들겨 맞던 기억, 어금니가 조각나고 입안이 씹창나서 일주일동안 밥도 제대로 못먹었던
기억, 간부들에게 대들다가 11월 한달동안 순검 후 빤스바람했던 기억 등......

정말이지 말로 다 할수 없이 힘든 기억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두들겨패던 선임이 다음날 밤 숨겨놓았던 햄버거를 먹여주며 함께 눈물흘렸던 날,
81미리 박격포를 등에 지고 밤새도록 행군했을때 힘내라고 곁에서 노래불러 주었던
내무실 1수 선임의 얼굴, 지독한 감기에 걸린 저에게 뜬금없이 매운고추 한움큼 씹어먹으면
나아질거라며 근처 고추밭에서 서리해와 챙겨주던 맞후임.

전역하던 날 박수치고 노래불러주며 뜨겁게 눈물 흘려주었던 중대 후임들......

예비역 분들 모두가 느껴보셨던 뜨거운 사나이들의 정을 저는 절대로 잊지 못합니다.

하지만 해병대에 대해서 사회인들은 그리 관대하지만은 않습디다.

저도 휴가 나올때 선, 후임들과 함께 신촌거리를 돌아다니며
술에 취해 객기도 부려보고 오와열을 맞추어 행군하며 사가도 불러제껴보고
휴가나온 특전사분들을 만나면 괜히 시비도 걸어보고 그랬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젊은 날 한때의 혈기였을 뿐,
전역을 하고 나서는 그러한 객기를 부렸던 적도 없을 뿐더러
해병대를 내세우며 쓸데없는 호기를 부렸던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해병대를 나오지 않으신 분들이나 여자분들 중 90%의 분들은
어쩌다 해병대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개병대 란 단어부터 꺼내십니다.
물론 자신들이 경험했던 해병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 그러실테지만
정말 그것은 그분들이 "빙산의 일각" 만을 보시고 그렇게 이야기 하시는 겁니다.

해병대는 개병대가 아닙니다.
그저 좀 더 강인한 자신을 만들고 싶었던 순수한 사나이들입니다.
제가 군생활 했을때만 해도 (700자 선임들과 800자들 후임들) 휴가를 갔다오면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던 기억이 납니다.
어디어디서 곤경에 빠진 누군가를 도와주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었다,
어떤 할머니께서 길을 잃어 하루종일 길을 찾아주었던 해병도 있었습니다.

예전 "이경규가 간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전철 내
짐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할머니를 다들 외면하고 있던 도중
한 해병만이 할머니를 도와주던 장면이 생각나시는지요.

해병대

물론 안좋은 모습을 보이는 해병도 있습니다.
그런 해병도 해병입니다. 단지 따끔한 지적과 꾸중이 필요한 해병이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해병은
거칠어 보이지만 정말 순수하고 남을 도와줄줄 아는 사나이 들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양심보다 먼저 해병대의 프라이드와 목적의식이
먼저 행동에 지시를 내리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기수를 따지며 선, 후배 관계를 결정짓는 모습들을 보시면서
이해가 가지 않으셔도
그저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 주시는 여유를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해병대는 1기 선임때부터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이고,
그런 것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피해를 드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런 모습이 보여진다면 그저 웃고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배 해병님들과 앞으로 해병이 되기를 희망하시는 분들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요즘 휴가나온 해병들을 보면 아는 척을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반가워서 아는 척을 하고 돈이 몇푼 없더라도 담배 한갑이라도 꼭 손에 쥐어주고
열심히 하라는 한마디 아끼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때 부터인가
휴가나온 해병에게 반갑게 말을 걸면 (전 절대 반말로 아는척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를 피하고 쉬쉬하며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후배들이 많아졌습니다.
기본적인 예의라고 여겨왔던 경례는 커녕 도망치듯 자리를 뜹니다.

분명히 그러한 후배들도 자기들의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는
해병대, 해병대 하며 자신을 과시할 겁니다.
그건 진정한 해병이 아닙니다.
해병정신에서 배어나오는 선배에 대한 예의와 후배에 대한 관심
그리고 동기에 대한 사랑이 기본적으로 자리잡고 있어야 진정한 해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병 241기신 저희 작은아버님도 아직도 선배 해병님을 만나면
깍듯이 인사하시고 예의를 갖추십니다. 물론 요란하게는 아니지만요.

해병대 면접에 합격을 해서, 실무에 배치를 받고, 빨간 명찰을 달고
정복을 입었다고 해서 해병대가 아닙니다.
제발 제가 말씀드린 점을 간과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 하느라
더운 날씨에 잠과 모기와 더위를 이겨내며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국군 장병 여러분들께 힘내시라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모쪼록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에 건강 유의들 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기를 빌겠습니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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