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정상급 전차 '흑표'의 핵심 기술이 아무런 여과 없이 외국으로 반출될 위기에 처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방위사업청이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 사격통제장치 등 흑표만의 핵심기술이 터키 수출 과정에서 이전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되는 기술은 국익상 공개가 엄격히 제한되는 A급 기술 20건을 비롯해 B급 기술 77건, C급 기술 4건 등 총 101건이다.
1995년 개발에 착수해 2010년 완료 예정인 흑표 사업에는 2426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급됐고, 파워팩 개발을 위해 2010년까지 717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문제는 지난 7월 흑표 사업에 참여한 현대로템이 2015년까지 전차 개발 기술을 터키에 지원하기로 계약을 맺으면서 발생했다. 현대로템은 이때 개발 단계인 파워팩도 완성품이 나온 뒤, 의무적으로 터키에 기술을 이전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2010년 완성될 파워팩의 핵심 기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술 이전을 의무화한 것이다.
현대로템은 이에 대해 "파워팩 등이 완성돼도 수출 이전에 정부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사청 관계자도 "전차 수출계약은 관련 법과 규정 및 국익상 해가 없다고 판단했고, 전문가 위원회의 심의도 거쳤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제공받은 기술을 이용해 터키가 비슷한 전차를 만든 뒤 제3국에 수출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흑표 수출과 관련된 부속 계약서에 따르면 제3국 수출에 대해 '터키는 우리가 제시한 입장이 반영되도록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터키가 한국의 반대 의견을 따르지 않아도 구체적인 제재 수단은 없다.
전차 기술 수출에 따른 기술료 분배도 논란거리다. 정부가 기술 개발을 위해 15년간 3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지만 기술 이전료는 개발에 참여한 연구기관과 업체들이 나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터키는 로템을 통해 이전받은 기술로 전차 200대를 생산하고, 기술료 명목으로 1805억원(1달러=1300원 기준)을 지불해야 한다. 이 기술료는 방위사업 규정에 따라 50% 이상이 기술 인력 등에 대한 장려금으로 사용된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사업에 참여한 정부출자기관 국방과학연구원(ADD)과 현대로템은 900억원을 벌어들이게 된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은 "기술료는 업체가 보유한 고유 노하우를 제공한 대가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술료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을 종합해 합리적인 사용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