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순간들과 수시로 마주쳐야만 하는 뱃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하며, 그러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 관습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해군에서도 이러한 뱃사람들의 관습과 유사한 금기사항(禁忌事項)이 몇 가지 유래되고 있습니다.
함정에서의 금기사항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크고 단단하게 건조된 함정이라 하더라도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한낱 보잘것없는 나뭇잎과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멀고 긴 항해 중 심한 폭풍우 속에서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다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기도 하고,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심한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죽음 직전에서 간신히 구조되기도 합니다.
▲ 원양항해 중 적도 통과 시 바다신에게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제를 올리는 것이 뱃사람들의 관습이다.
위험한 순간들과 수시로 마주쳐야만 하는 뱃사람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믿음의 세계가 존재하며, 그러한 관습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해군에서도 이러한 뱃사람들의 믿음과 유사한 금기사항(禁忌事項)이 몇 가지 유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배에 여자가 오르는 것을 매우 금기시 하였습니다. 출어(出漁)를 앞둔 어부는 며칠 전부터 여자와 동침하는 것을 금하기도 하였으며, 출항을 하는 배에 여자의 기운이 묻는 것을 꺼려 여자가 배 근처에 다가오는 것도 금기시 하였습니다.
서양에서도 배에 여자를 태우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관습이 전해지고 있는 데, 이는 바다의 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배에 여자를 태우면 질투를 하여 폭풍우를 일으키고 이로 말미암아 배가 손상되거나 침몰하게 된다는 그들 나름대로의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많은 나라에서 상선이나 어선, 심지어는 군함에까지 여성을 승선시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여성의 군함승조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 현재는 많은 수의 여군 장교 및 부사관들이 해군 함정에 승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함정에서 여성을 금기했던 인습은 여군을 선발하여 활용하게 됨으로써 점차 사라졌으며, 배에서의 여성 기피는 이제 과거의 금기 사항으로만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숫자와 선호하지 않는 숫자가 각각 존재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한자어 중 죽음을 의미하는 "죽을 사(死)"가 연상되는 숫자 4를 금기시 하고 있으며, 각종 건물이나 병원 등에 4층이 표시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서양에서는 기독교적인 사상에서 13이라는 숫자를 꺼리고 있으며 이러한 숫자가 들어있는 날이나 순서를 피하고 있으며, 특히 13일과 금요일이 겹쳐지는 날은 철저히 피하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에서도 이러한 숫자에 대한 금기사항이 나름대로 지켜지고 있는 데, 각 함별 함정번호를 매김에 있어서 4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건물 층수를 포함하여 숫자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물에 4자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 한국전쟁 초기 대한해협에서 북한군 수송선을 침몰시킨 대한민국 해군 최초 전투함 백두산함
항해 중에 휘파람 부는 것은 금물
연중 계속 바다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두??것은 언제 어느 때 일어날지 모르는 폭풍우입니다. 폭풍은 항상 바람에 의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바다에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극심한 바람을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볼 수밖에 없겠죠.
옛날 바다사람들은 해상에서 폭풍우가 불어올 때면 바다의 신이 노해서 이러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하였고, 따라서 배위에서 바다의 신이 부르는 바람 소리와 비슷한 휘파람 소리를 사람들이 내는 것은 바다의 신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이고 이를 들은 바다의 신이 노해서 바람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관습이 해상에서 휘파람을 금지케 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해상에서 캄캄한 밤중에 휘파람 소리를 들으면 곧 바람소리를 연상하게 되고, 이것은 곧 이어 닥쳐올 높은 파도에 대한 두?遲막?이어지게 되어 군함에서도 항해 중에 휘파람을 금지하는 것이 관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얘기로는 배가 침몰할 때 배로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공기가 빠져나갈 때 나는 소리가 마치 사람이 부는 휘파람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함상에서 휘파람을 불면 배가 침몰한다는 속설 때문에 휘파람을 금기시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금기사항 외에도 각종 첨단 전자장비로 구성된 함정의 특성상 함 승조원들은 수명이 동시에 갑판 위를 구르는 행위나 큰 고함을 치는 행위 등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함정에서의 몇 가지 금기에 대해서 알아 보았습니다. 혹시 군함을 타시게 되면 위에서 말씀드린 사항들을 꼭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해군블로그 블루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