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사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전투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용문산 전투일 것이다.
용문산 전투는 1951년 5월 17~21일 육군 6사단 용문산연대 장병이 중공군 3개 사단 2만여명을
막아낸 전투로 미 육군사관학교 전술교범에 모범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중공군 3개사단과 아군 1개연대와의 싸움!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전투였기에 정말 처절한
혈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의 참상을 참전자들은 이렇게 전한다.
“같은 호 속에 전우의 시체가 함께 있었습니다. 전우의 시체가 썩는 옆에서 대소변을 배설하고, 선 채로
잠깐씩 자고, 배는 고파 죽겠는데 먹을 것은 없고... 다른 게 지옥이겠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호 속에서
대소변을 보고 밥 한끼 제대로 못 먹었지만 놈들을 물리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일념으로 정말 독하게
싸웠습니다. 물이 고인 호 속에서 그 고통을 참으며 온 밤을 세웠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는 건 인내력의
한계를 넘은 것이지요.”
죽음을 각오하고 진지를 사수하던 아군의 처절한 결전에도 불구하고 중공군은 그야말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마치 무제한의 밀물처럼 밀?윱?것이었다. 중과부적(衆寡不敵)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 밀?윱?적군, 그 무제한의 공격에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한 우리 병사들은
밀고 밀리는 혼전을 거듭한 가운데 연대는 진지를 오므려 사주방어를 하며 끝까지 진지를 사수하기 위해
분투했고 결국은 이 전투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처럼 극한상황 속에서도 오직 조국수호의 일념으로 적과 싸워 이긴 선배전우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