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장군님의 하얼빈 의거 그 뒷 이야기

쿠라라네 작성일 10.01.24 17: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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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는 1910년 3월 26일 순국하였습니다.

의거 날부터 정확히 6개월 되는 날입니다. 6개월 전 즉 1909년 10월 26일 그는 하얼빈역에서 조국의 원수인 이또 히로부미를 미제 브로우닝 권총 3발로 절명 시켰습니다.

 

이 거사는 당시 세계 만방에 조선이 쉽게 일본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사건이며 동아시아 전역에 반일 감정을 드높였으며 중국 주은래가 <갑오중일전쟁후 본세기 초에 안중근이 할빈역에서 이또 히로부미를 사살하였다. 두 나라 인민의 일제에 반대하는 공동투쟁은 이때로부터 시작되었다> 라고 평가했듯이 한-중 공동투쟁을 촉발한 기폭제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커다란 사건의 당시 상황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아마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등박문을 저격했다’ 정도 수준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이등박문 저격사건에서 단순한 관련자가 아니라 저격계획을 같이 세우고 실행한 다른 애국동지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1909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이 기회를 이용해 한국을 완전히 병합하고 중국침략을 더욱 가속화 시키기 위해 이또 히로부미를 하얼빈으로 보내 러시아 재정대신 코코부체브와의 회담을 계획하였습니다. 한국통감이었던 이또 히로부미의 하얼빈방문은 만주와 블라디보스톡에서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있던 안중근의사에게는 일본의 조선 침략의 만행을 세계에 널리 폭로 할 수 있는 하늘의 주신 기회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안중근은 우선 같이 무장투쟁을 같이하며 생사의 고비를 함께 해온 우덕순 동지와 뜻을 모으고 러시아어에 능통한 유동하 동지와 함께 하얼빈역으로 출발했습니다. 당시 하얼빈은 동청철도의 종착지이자 만주의 정치사회 중심지였습니다.

 

우덕순(禹德淳 1880~1950) 동지는 서울 동대문 부근에서 잡화상을 경영하다가 1904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담배 판매상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안중근이 의병부대 창설의 준비단체로 조직한 동의회(同義會)에 가입하여, 1908년 안중근 휘하에서 300명의 의병과 함께 함경북도 홍의동의 일본군과 경흥의 일본군 정찰대를 공격한 국내진공작전에 참여했습니다. 그는 회령전투에서 포로가 되어 징역 7년 형을 선고 받았으나 탈옥하여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가 대동공보 <大東共報>의 모금인으로 활동하던 중 안중근과 함께 이또 히로부미 제거계획을 세운 안중근의사와는 사선을 넘나든 동지입니다.

 

유동하(劉東夏 1892~1917)는 함경남도 원산 출신으로 1902년 러시아의 국경지대인 보그라니츠나야로 이주하여 러시아인 철도고등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아버지 유승렬이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1909년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김성화, 탁공규, 아버지 유승렬과 함께 ‘7인 동맹’에 가입하여 이또를 저격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할 것을 다짐했던 당찬 동지인데 러시아어를 잘하고 또 하얼빈 한인회장인 김성백의 조카로써 이번 거사에 필요한 동지였습니다.

 

10월21일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한 열차가 하얼빈역에 도착한 것은 10월 22일. 그 열차에는 조선애국청년 3명이 있었습니다. 3명의 청년들은 포장마차를 타고 이동하여 도리구 삼림가에 있는 하얼빈 한인회장 김성백의 집에 투숙했습니다.

 

10월 23일 세 청년은 하얼빈역을 돌아보고 하얼빈역은 경계가 삼엄하여 거사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하얼빈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채가구역에서 거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채가구역은 이또 히로부미가 하얼빈으로 오기 위해 특별열차로 갈아타기로 한 역이기에 채가구역을 거사의 장소로 삼은 것입니다. 그날 또 한 명의 애국동지가 합류했는데 그 동지가 바로 조도선 동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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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가구역과 채가구역 지하실 입구

 

조도선(曺道先)은 함경남도 홍원(洪原) 사람으로 1895년 고향을 떠나 러시아 이르크츠크 등지에 체재하면서 세탁업과 러시아어(語) 통역에 종사하다가 1909년 8월에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만주 하얼빈으로 왔습니다. 그 때 안중근이 그를 만나 거사계획을 말하며 참여를 요청하자 흔쾌히 수락하여 거사에 참여하였던 것입니다. 

 

그날 밤 안중근은 방에 홀로 앉아 끊어 오르는 심정으로 한편의 시를 썼으니 그것이 유명한 [장부가(丈夫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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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가(丈夫歌), 한 국어- 중국어 모두 안중근 의사의 친필이다.

안응칠은 안중근의 어릴적 이름으로 태어날때 배와 가슴에 일곱개의 점이 있어

북두칠성의 기운을 받아 태어났다는 의미로 응칠이라 지었다.

 

장부가 세상에 남에 그 뜻이 크도다

때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이 때를 만드는구나

천하를 굽어보니 어느 날에 뜻을 이루고

동풍이 점점 차가우나 장사의 뜻이 뜨겁다

분함은 한번 갔으니 반드시 목적을 이루리로다

쥐도적 이또여 어찌 목숨을 비길고

어찌 이에 이를 줄을 헤아렸으리오

모든 일은 본디부터 그러하도다

동포 동포여 속히 큰 뜻을 이룰지어다

만세 만세여 대한 독립이로다

만세 만만세여 대한 동포로다

 

안의사의 장부가를 읽고 끓어오르는 마음으로 우덕순은 [의거가]를 써서 시로 마음을 주고 받습니다.

 

만났도다 만났도다 원수너를 만 났도다 너를한번 만나고자 일평생에 원 했지만
하상견지 만야런고 너 를한번 만나려고 수륙으로 기만리를 혹 은윤선 혹은화차
천신만고 거 듭하여 로청양지 지날때에 앉을때나 섰 을때나 앙천하고 기도하길
살피소소 살피소서 주예수여 살피 소서 동반도의 대제국을 내원대로 구하 소서 
오호간악 이도적아 아 등민족 이천만을 멸망까지 시켜놓고 금 수강산 삼천리를 
소리없이 뺏 노라고 궁흉참악 저수단을 ........... 중  략 ........... 
제금네명 끊어지니 너 도원통 하리로다 갑오독립 시켜놓고 을 사체약 한연후에
오늘네가 북 향할줄 나도역시 몰랐노라 덕닦으면 덕 이오고 죄범하면 죄가온다
너뿐인줄 알지마라 너의동포 오천 만을 오늘부터 시작하여 하나둘씩 보는 대로 내손으로 죽이리라.

 

10월 24일 만일에 대비해 유동하를 하얼빈에 남겨둔 채 안중근, 우 덕순, 조도선 세 사람은 채가구역으로 이동하여 채가구역 지하에 잠입하여 거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이또 히로부미는 새벽6시에 채가구역으로 오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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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가구역 지하실. 이 좁은 곳에서 세 청년은 조국을 위해 죽기를 다짐했을 것이다.

 

근데 마지막으로 계획을 점검하던 중 한가지 문제점을 발견 했습니다. 만일 이또 히로부미가 플랫폼으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며 채가구 도착시간이 새벽 6시 날이 밝기 전이기에 이또 히로부미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 만약 그렇다면 거사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은 상의 끝에 채가구역과 하얼빈 역 두 곳에서 거사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우덕순과 조도선은 채가구역에 남아 거사를 준비하고 만약 그것이 실패할 것을 대비하여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거사를 준비하기로 한 것입니다.

 

10월 25일 안중근은 하얼빈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여관방에서 거사를 준비했습니다. 한 밤이 되어도 다음날 새벽 거사를 앞두었기에 쉽게 잠은 오지 않고 오히려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기대에 가슴은 요동쳤습니다. 과연 동지들이 채가구 역에서 거사를 성공 시킬 것인가? 아니면 결국 내가 이또 히로부미를 죽일 영광을 얻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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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별 이동경로

 

10월 26일 아침 6시. 채가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덕순과 조도선은 일본이 예방차원에서 채가구역의; 모든 문을 봉쇄하는 바람에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모든 거사의 성패는 안중근의 두 어깨에 달려있습니다.

 

아침 7시 드디어 기적소리와 함께 역으로 기차 들어왔습니다. 환영인파의 함성과 군악대의 연주 속에 이또 히로부미가 기차에 내려 러시아 대신과 인산하며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안중근은 러시아 군대 뒤에 바짝 붙어서 그들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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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 영 답례를 하고자 모자를 벗고 있는 사람이 이또 히로부미.

 

이또 히로부미는 안중근 의사 앞을 지나 5m 정 도 지나갔을 때 안의사의 권총이 불을 뿜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이또 히로부미의 얼굴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가장 유력해 보이는 사람을 향해 3발을 쏘았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을 향해 3발을 쏘았습니다.

 

이또 히로부미는 먼저 쏜 3발에 가슴과 복부에 총알이 명중 되어 절명했고 그 뒤를 따르던 하얼빈 일본총영사 가와가미, 비서관 모리, 만주철도이사 다나까 등도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 후 안중근은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를 세 번 외쳤고 그 함성위로 러시아 군인들이 안중근을 덮쳤습니다. 1909년 10월 26일 아침 7시 안중근의사는 그렇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 했습니다.

 

이처럼 이또 히로부미 저격은 안중근을 비롯한 4명 의 동지들의 공동 작전이었으며 한 곳에서 실패할 것을 우려해 하얼빈역과 채가구역 두 곳에서 치밀한 계획 속에 진행된 거사였습니다. 만약 채가구역에서 여건이 허락되었다면 역사는 우덕순과 조도선의 영웅적 거사로 기억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실패를 염두해 둔 비상작전 계획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이또 히로부미를 반드시 저격하겠다는 필살의 의지가 드높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 거사에 조국과 자신들의 모든 운명을 걸었던 것입니다.

 

그 후 그 일행들은 모두 체포되었고 안중근과 함께 여순감옥에 수감되어 같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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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자료:<안중근과 할빈> 흑룡강 조선민족출판사 87P

 

우덕순은 3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 예전 탈옥 사건이 추가되어 7년을 복역하고 나와 만주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계속하며 수 차례 옥고를 치렀고 해방 후 1948년 대한국민당 최고위원이 되었으나 남북전쟁 중 북한군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일제에 모진 탄압에도 살아남았는데 동포의 손에 죽임을 당하다니 분단의 고통이란 것이 이처럼 모진 것인가 봅니다. 1962년 건국훈장 국민장이 추서되었습니다

 

조도선은 1년 6개월의 형을 마치고 나와 제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그 후 행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신 분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훈을 기리어 1962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습니다

 

유동하도 1년 6개월의 형을 마치고 러시아에 머물다가 볼셰비키가 혁명에 성공하여 러시아를 지배하자 조선독립운동을 지원받기 위하여 애국청년들과 함께 볼셰비키 혁명군에 가담하여 백 러시아군의 축출활동을 하고 있을 때 독립군으로 가장한 일본군에 의하여 11명의 애국청년들과 함께 체포되어 싸말리야 강으로 끌려가서 총살을 당하였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88년 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습니다.

 

4명의 동지들 중 유일하게 유해가 국립묘지에 안장 된 분은 우덕순 의사뿐입니다. 이처럼 당시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투쟁했던 수많은 애국열사들의 유해는 소수를 제외하고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낯선 들판에 이름없는 들꽃으로 산하 해 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중에는 독립유공자로 등록 조차 되지 못한 분들도 부지기수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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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묘지 애국열사 59호 우덕순 묘

 

얼마 전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평균 국민 소득이 2만 달러가 넘었다고 합니다. 2만 달러가 얼마나 잘 사는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최소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밥이 없어 굶어 죽는 비참한 시대는 아닐 것입니다.

 

개발도 중요하고 선진국으로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도록 거름이 되어준 애국열사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 그 어떤 선진국도 대의와 정의를 위해 자기 한 몸 던진 애국자 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과거를 위해서도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도 애국 열사들의 발 자취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미래의 길을 과거로부터 찾는 지혜입니다.

 

 

(펌 다음 이종격투기카페 대영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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