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전투기 추락한 경험..1

유니콘16 작성일 12.07.19 1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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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없겠지만, 그냥, 생각이 나서 끄적여본다. 육군 사고는 많이 있지만, 공군에 관한 것은 별로 없기에..

 

모든 군대가 다 그렇겠지만, 항상 많은 사건 사고가 있으며, 최악의 사고는 인명사고일 것이다.

게다가 수십억을 넘는 전투기나, 전차, 혹은 군함등과 연관된 사고는 더욱 그러할텐데,

이 글은 본인이 1999년 공군 근무 당시, 군대에서 겪은 일이다. 13년이나 지났을 뿐더러, 당시 언론에서

군 기강 해이 문제로 엄청 때렸던 터라.. (심지어나 조종사와 관제탑 교신 내용까지 공개 되었다.. 육성으로.. 찾으려고

했지만, 그 당시 인터넷이 발달된 때가 아니라 없더라..), 군사기밀로 존재하지는 않을듯 하다. 군사기밀이면 자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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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서의 보직은 편한 것은 정말 편하고, 빡씬것 또한 정말 빡시게 돈다.. 비행기로 가까워질수록 빡시다고 보면 된다.

본인이 근무?한 곳은 야전정비 대대, 기관 중대였다.. 즉 엔진 정비를 맡은 곳인데, 빡씨다...ㅡㅡ;; 어쨌든, 우리 비행단의

모든 엔진 정비는 우리 중대를 거쳐 나간다.

그러던, 내가 병장이던 어느날, 근무를 마치고 내무실에서 쉬고 있는데, 아이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행정병들을 찾더라..

나: 무슨 일이냐? 알아봐라..

그러자, 나갔다 온, 나보다 두기수 밑의 상명 하나가,

 

"김뱀, 비행기 떨어졌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면, 보통 엔진에 이상이 생겨서, 엔진을 기체로부터 분리해야 할 때

'엔진 떨어졌다.'라고 표현한다. 나는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엔진 떨어졌구나.. * 됐다.. 야간 작업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그게 아니더라... 그러더니 다른 녀석이 와서 한마디 덧붙인다..

 

"김뱀! 진짜로 비행기 추락했답니다!!!!!"

 

정말이었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이었다. 자세한 상황은 안나왔는데, 내무실 당직 사관과 모든 행정병들이 중대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대기였다. 기체반 녀석들은, 추락한 기체 수집과 상황 때문에 올라가야만 했다.

우리 내무실 병장들은, 앞서 이야기 한것처럼 모두 동기들이다.. 그래서, 심각하게 물었다.

"이유가 뭐래냐? 알아봐라..."

시간이 좀 지나자, 쫄병 하나가 와서,

 

"기관중대 * 됐습니다. 엔진 두개 다 멈췄고, 그래서 추락한 거랍니다."

"!!!!!!!!!!!!!!!!!!!!!!!!!!"

앞이 캄캄하더라.. 이건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왜냐면 우리가 정비하는 F-5E/F는, 쌍발엔진이다. 즉 엔진이

두개인데, 공중에서는 간혹 한개정도 꺼질수도 있지만, 재점화가 즉각 가능하고, 두개가 동시에 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된다... 그런데, 엔진이 두개가 다 꺼졌다니.. 게다가 추락!!

결과는 더 참담했다... 야간 비행 훈련으로 나간건데, 앞좌석 조종 훈련생 (내 기억으론 중위다)은 사망, 뒷좌석

교관 (대위)는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모든 중대는 대기상태가 걸렸고, 언제든 중대로 올라갈 준비를 하던차, 중대에서 연락이 오기를, 오늘은 어두워서,

기체 수거작업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올라오지 말고, 내일 아침일찍 올라오라고 하더라..

그렇게 하루가 가고 있었다.

다음은, MBC에서 방송한 관제탑과 조종사간의 교신내용이다. 원본이 없어서 그 당시

MBC에서 들은 내용을 기억을 더듬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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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아주 침착하게) 고도 ******, 속도 ******, 좌측엔진 EGT (배기 온도) **도, 노즐 고정. (엔진 꺼졌단 소리)

관제탑: ** 시도해 보기 바람. (속도를 이용한 재시동을 말함)

조종사: 재시동 실패

관제탐: 기지로 귀환하기 바람.

조종사: 로져..

잠시후......

조종사: (조금 당황하지만 여전히 침착) 고도 **, 속도 ** 우측엔진 EGT **, 노즐 고정, 우측 엔진 다운..

관제탑: ** 시도해보세요

조종사: 실패, 양쪽 엔진 다운. 고도 다운!!

관제탑: Eject! Eject!

조종사: Eje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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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기지로 귀환하기 위하여 선회하던 중, 남은 엔진이 마저 꺼지면서, 전투기는 급격히 양력을 잃었고,

두 조종사는 사출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훈련생은 사망하고,

교관은 거의 중태에 가까운 중상을 입게 된 것이다.

4대로 이루어진 편대 비행을 하기 때문에, 주위에는 3대가 아직 비행중이었으며, 추락해 가는 동료의 비행기를

직접 보았다고 한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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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 야!! 빨리 찾아봐!!

훈련생: 보이지 않습니다.

교관: 파라슈트(낙하산)는?? 탈출했어?

훈련생: (거의 울면서 말했다네요) 파라슛트 보이지 않습니다. 화염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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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뒷이야기는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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