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추락에 관한 경험을 쓰다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나네요..
비록 군대에 있던 시기가 힘들긴 했지만, 서른이 넘은 지금, 그 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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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군에 있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방공포나 GP같은 곳에서는 제한된 사람만 만날테고,
수방사 혹은 본부에 있는 사람들은 별들도 많이 보게 될테지...
다들 누구를 만나셨나? 계급별로? 소위 중위? 대령? 준장? 혹은 총장???
아마 나만큼 특별한 사람을 본 경험도 별로 없을터.. 한번 적어본다...
1999년 언젠가? 아침에 조회를 하는데, 주임원사가 이런 소리를 하더라..
얼마 뒤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남) 우리 기지에 **********가 온다.. 그 때 가서 다시 이야기 할테니, 다들 잘
기억하고 있도록..
그 ****************가 누구냐고???
바로 이 할매가 올거래... 누군지 알겠지??? 엘리자베스 여왕..ㅡ,.ㅡ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기지를 오는 것은 아니고, 생일날이라고 몇개 나라를 갔는데, 그 중 한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할 거래.. 그 거점으로 우리 공군기지가 사용될거고...
뭐.. 그렇게 시간이 좀 흘렀고 이윽고 저 할매가 도착하는 날이 되었지..
아침 조회 때..
주임 원사: 오늘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기지를 통해서 안동 하회마을로 가는 날이다. 시간이 되면 알려줄테니 그 때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도록..
그 때, 우리 부서 (테스트 셀)는 활주로 건너편에서 근부하던 터라, 우리 부서에서 근무하던 준위, 상사, 나, 쫄병 하나는
일찌감치 중대로 올라오고 하사 하나는 좀 있다 올라온다고 했는데, 안오는거야..
이윽고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어.. 밖에 잘못 나가면 저격수한테 총 맞는다는거야...
그렇게 보고가 떨어지고 나서 좀 시간이 지났나?? 분명히 우리 반에 있어야 하는 하사가 중대에 올라온거야..
그것도 활주로를 건너서 말이지..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나: 지금 건너오신겁니까?
하사: 어 왜???
나: 지금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는 지시가 나왔는데 말입니다.. 여왕 곧 도착한다고...
하사: (하얗게 질려서) 진짜???
곧, 중대 전화는 불이 붙고..
주임원사: 어떤 시키가 지금 활주로 건너온거야!!!!!!!!!!!!!!!!!!!!!!!!!
하사: 접니다..
주임원사: 너 이 시키야 대가리에 총알 박힐 뻔한거 몰라????????????? 당장 본부로 가봐!!!!!!!
그렇게 그 하사는 본부로 끌려가고...
한시간쯤 지났나??여왕이 탄 비행기가 내리더라...
이런 녀석이었음... 물론 같은 것은 아니었찌만... 브르티쉬 에어웨이도 아니고.. 문양은 저런 문양이었음..
우리 중대가 여왕이 내리는 곳 바로 앞에 있어서 봤는데, 한복입은 아줌마들 엄청 일렬로 서 있더구만...
태극기하고 영국기 흔들면서,
곧, 문이 열리고 모자쓴 할매가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오... 저 할매가 여왕이군.. 싶었음...
언제 갔는지는 모름.. 그냥 갔다고만 함...
궁금하신 분들은 엘리자베스 여왕 안동 하회마을 한번 쳐보기 바람..
어쨌든, 저 할매가 내가 군대에서 본 가장 높은 사람.... ㅎㅎ
물론, 직속 상관은 아니지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