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포르노성이 짙은 애니 [엔젤(엔젤학원)]을 가장 먼저 보게되었고 이후에 일본 애니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를 가장 놀라게 한 작품은 정말 충격적이고 환상적이었던 [에반게리온]이었습니다 TV판 극장판을 이틀에 걸쳐 미친 듯 보았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인간의 감정처럼 폭주하던 에반게리온은 제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더랬습니다
그 후 여러 애니를 보게 되면서 장르를 떠나서 재밌고 기억에 남은 애니는 야한 장르에서는 야하면서도 스토리가 명확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정성이 깃든 [수병위인풍첩]과 [메조포르테] 그 시대의 시대상, 그 시대의 풍경들을 마치 영상으로 담아놓은 듯 여백의 화면조차도 아름다운 미야자키 하야오의 [추억은 방울방울]과 [이웃집 토토로] 그리고 [공각기동대]와 바로 이 작품 [애플시드]가 있습니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든 장르는 철학적이고 암울합니다 그것은 비단 애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화 [블레이드런너] 이후의 작품들이 거의 다 그랬습니다 암울한 미래사회의 모습, 삽입되는 난해한 장면들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거대한 음모 그것을 해결하는 주인공......대게는 그런 것이죠 [공각기동대]가 그랬고 [이노센트]는 더 그랬습니다
[애플시드]는 그것들과 달리 암울한 미래사회를 그려내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음모는 있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암울하게 그려내지 않고 난해하게 그려내지 않습니다 단순 명확하고 명퀘하게 그려낸 것입니다 그점이 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본의 만화 산업은 전세계에서 넘버1 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애니로 만들어지거나 영화화 될 때 스토리가 왜 그렇게 떨어지는지 아쉽습니다 [애플시드]라는 애니가 갖는 한계성은 바로 이 시나리오 부분입니다 시나리오가 역시나 아직은 약합니다 그렇고 그런거겠지가 역시나 그렇고 그렇게 되는......미래 장르를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대게 짐작 가능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 스토리 라인마져 완벽했다면 네이버 평점 9점대를 무난하게 통과하고 새로운 기록을 세우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안타깝습니다 (현재 네이버평점 8.25점)
그렇다면 저는 왜 [애플시드]에 상상초월이란 최고점을 부여하는가!!! [애플시드]는 시나리오의 완성도나 철학의 강조를 목적으로 삼지 않아서 난해하지 않고 마치 헐리웃 영화처럼 이해하기 쉽고 액션이 주를 이루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첫번째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애플시드]가 추구하는 이 미학, 이 액션의 미학이라는 것이... 마치 매트릭스의 그것처럼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로 전달해 줄 수 없을 정도로 감탄스럽습니다 즉, 제가 저 위의 애니들을 보고 야, 진짜 대단하다 느꼈던 그런 경외감을 정말 간만에 이 [애플시드]를 보고 느꼈다는 것이 상상초월이란 최고점을 부여한 두번째 이유입니다
공각기동대가 주었던 감동을 이노센트(2편)이 깎아먹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주었던 감동을 스팀보이가 깍아먹었습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일본 애니도 이제 그렇고 그렇구만 하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는데 [애플시드]를 보고 한 방 제대로 맞은 느낌입니다 매트릭스를 보고 한 방 제대로 먹고 경외감을 느꼈던 바로 그 때처럼 말입니다
애플시드의 선전 포스터를 보고 3D와 2D가 따로놀 것 같은 예감을 했기에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절대 그렇지 않고 투디 스리디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서 새로운 애니의 비젼을 제시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특히 비내리는 해상 연구소의 옥상에서 대치하는 장면은 정말 영화로는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섬세한 디테일을 애니의 화면으로 보여주는데 애니이기 때문에 섬세하게 표현이 가능한......정말 감탄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애플시드]는 뭐랄까......[애니 영화] 같은 작품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현재 어느 경지까지 이르렀는지 한번쯤 확인해 보고 싶은 맘이 드신다면 [애플시드]를 봐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일본이든 노르웨이든 브라질이든 필리핀이든 한국이든 오늘날을 살아가는 나, 는 최고에 근접한 것들을 보고 싶은 바램이 있는 겁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만든 문화 상품을 보라고 권하는 저에 대해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욕하실 분들에게 사과와 또 보기라도해야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비겁한 변명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