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유태인 학살에 대한 영화나 매체를 많이 접해봤을 것이고 그럴때 마다 나치의 행각에 손을 움찔 쥐며 분노를 터트리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의 독일인들도 그때의 잘못에 대하여 깊히 반성하고 있고(요즘 젊은 독일인들은 점점 왜 자신들이 구시대의 잘못을 되갚아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고는 있지만......) 잘못을 시인하고 있다. 어떤 나라오는 조금 다르다.
여하튼 이 영화는 내가 본 유태인 학살에 대한 영화중 두번째로 괜찮은 영화였다.
한 피아니스트의 삶을 그린 영화랄까? 아마도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약간은 지루하고 덜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감동의 면에서는 어떠한 시나리오 보다 멋졌다. 아니 이걸 멋지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러니까..... 뭐랄까? 잔잔함? 이렇게 표현하면 되는걸까?
시종일관 눈물을 짓게 만드는 영상이나 내용은 없었지만 마지막에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왠지모를 느낌이 가슴속에서 잔잔히 퍼졌다.
한국의 오락 멜로영화처럼 억지로 자아내는 억지 눈물이나 감동이 아닌 진정 속에서 피어나는 감동이고 눈물이었다.
마지막에 스텝이나 도와준 분들에 대한 글자가 올라갈때 까지 그의 손에서 빠르게 울려퍼지는 피아노 소리에 정신 못차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스필만은 폴란드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남동생 하나 여동생 하나 그리고 누나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고있다.
그가 사는곳은 어느날 나치의 침공을 받게 되었고 순간 그의 삶은 폐허가 된다.
그 것을 반증하듯 시종일관 그가 치는 혹은 몇몇 다른 사람이 치거나 혹은 연주하는 음악 외에는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즉 폐허가 된 도시에는 음악이 울려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살던 도시 한 가운데는 유태인 수용소가 건설되고 그 속에서 살아가던 주인공 스필만은 결국 큰 사건에 빠지고 만다. 그의 가족들이 모두 다른 유태인들과 함께 죽임을 당한 것이다. 직접적인 죽음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기차가 가고 그 옆에 서서 바라보던 나치 두명이 "저들은 이제 용광로 행이군" 이라는 말에서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스필만은 가족과 끌려가던 도중 자신이 알던 친구(그리고 나치의 앞잡이)의 도움으로 행렬에서 빠져나와 삶을 궁리하게 된다.(대부분 미국 영화라면 이 상태에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죽어라 애를 쓰겠지만 그는 살 방법이 생기자 마자 처음에는 갈등 하다가 이내 빠른 속도로 그곳에서 멀어진다.) 결국 그렇게 도망다니다가 다시 유태인 수용소로 가게 되고 거기서 일을하며 살게 된다.
한참을 일하던 도중 몇몇의 에피소드를 거치고 그는 그 수용소를 도망나와 예전에 알던 사이인 가수와 음악가를 찾아간다.(둘은 부부관계이다.) 스필만은 그렇게 도주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전쟁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가고 독일인들의 횡포는 점점 심해져간다. 그에따라 피아니스트의 삶도 점점 황량해져간다.
그렇게 굶주림에 두려워 하던 때 그는 다른 조력자를 찾아 다시 다른 숙소를 얻게된다. 그리고 그중 한 조력자의 배신(그에게 갈 음식물을 빼돌리거나 유명한 스필만의 이름을 팔아 돈을 벌었다고 한다.)에 의해 병에 걸린다.
점점 전쟁 상황은 악화되어가고 그의 작은 방 밖의 풍경은 그것을 암시한다.
전황이 악화됨에 따라 나치들은 더더욱 흉폭해 지고 그들은 양민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그것에 반발하여 사람들은 반군을 조직하여 싸우지만 결국 전멸을 하고만다.
어른, 아이, 여자 할것없이 다 죽고 그 속에서 홀로 스필만 만이 수북히난 수염과 쾡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나치는 어느세 스필만 주위의 사람들을 공격하고 스필만의 친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죽어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독일 군인들이 그가 사는 곳에 들이닥쳐 탱크로 포를 쏘기 시작한다. 아마도 모든 사람을 전멸시킬 모양이었다.
스필만은 포화에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독일군의 총포를 피해 옛 독일군 병원으로 숨었다가 다시 들이닥쳐 화염방사기로 사람의 씨를 말리려는 독일군을 피해 이번에는 병원 뒤 담을 넘는다. 그리고 그 담 뒤의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담 뒤의 풍경은 참혹하다. 철저히 부서진 그의 삶의 터전들... 그것을 보며 이제는 다리까지 다친 그는 절뚝 거리며 자신이 알던곳들을 찾아간다.
주위를 서성이며 돌아다녔을때 옛날 신문(우리로 따지면 독립신문이랄까?)을 찍어내던 집을 찾게되고(그 집 일가는 모두 총살 당했다.)그 안에서 먹을것을 찾다가. 뜯지 않은 통조림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오이피클이었을 것이다.
힘이 없어 그것을 따지 못하던 그는 그 오래된 통조림을 들고 폐허가 된 집을 돌아다닌다. 얼마가 더 지났을까? 그는 그것을 불쏘시게로 열려던 도중 결국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고 만다.
죽었다고 생각된 순간 독일군 장교가 그의 신분을 물었다.
그러자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을 끌어 안듯 피클통조림을 들고있던 스필만은 자신의 옛 직업이 피아니스트라 말했다.
그 말에 장교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를 불러낸다.
스필만은 그를 따라갔고 그를 따라간 곳에서 자신의 영혼이자 삶의 이유인 피아노를 보게된다.
그리고 독일군 장교는 피아노 근처로 가 이렇게 말한다.
"쳐봐"
힘도 없어 벌벌 떨던 그는 피아노 건반을 만지작 거리며 옛 느낌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덜덜 떨리는듯 하더니 이네 뭔가 느낌을 찾은듯 신들린것 처럼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악화된 전장에서 피로를 느끼던 장교의 맘속에 돌 하나를 집어던져 놓았다.
장교는 감명을 받은듯 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가 사는곳을 물어본다.
피아니스트는 말한다.
"다락방입니다."
가장 참혹하고 어두운 곳이다. 창문하나 없는......
하지만 그곳에서 피아니스트는 살아가고 독일군 장교는 그에게 여러가지 음식을 제공한다.
전황은 계속 악화되어 가지만 독일군 장교는 아무도 모르게 피아니스트를 먹여 살리고 스필만은 그런 독일군 장교에게 너무나 감사한다.
계속된 전황의 악화였을까? 결국 독일군은 폴란드에서 퇴각하고 강 하나를 두고 넘지 못하던 소련군이 결국 독일군을 몰아낸다.
폴란드는 북쪽의 나라이다. 당연히 춥다.
독일군 장교는 자신의 코트를 스필만에게 준다. 계속된 전쟁에서 지친 그를 일깨워 준 피아노때문인지 아니면 혹시모를 담보였는지 모르지만 독일군 장교는 마지막 까지 스필만을 도와준다.
시간이 흐르고 죽어가던 스필만에게 러시아군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퍼지고 들려온다.
장교의 옷을입은터라 너무 기뻐 소리지르며 튀어나온 스필만을 사람들이 "독일군이에요!" "나치에요!" 하며 소련군에게 알리고 옷만보고 판단한 소련군은 스필만에게 사정없이 총을 쏜다.
스필만은 총포를 피해 간신이 자신이 독일인이 아니라 폴란드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고 결국 그는 살아난다.
훗날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스필만의 친구 하나가 소련군이 독일군을 잡아놓은 철조망 근처를 지나며 욕을 한다.
"너희는 내 영혼을 빼앗아갔어! 난 뮤지션이야! 그런데 너희가 내 바이올린을 빼앗아갔단 말이야! 내 영혼을!"
그때 한 독일군 장교 하나가 눈을 빛내며 뛰어왔다.
"혹시 스필만 아시오?"
독일군 장교는 스필만과 해어지기전 그의 음악을 한번더 듣기 원하며 스필만의 이름을 물어 봤었다. 그러자 유태인은
"당연하오."
"그렇다면 스필만에게 전해주시오. 내가 여기있다고 난 스필만이 도망중일때 협조한 독일군이오."
"그...... 이름이 뭐요?"
"난...."
소련군은 야속하게도 독일군 장교를 끌고가버려 그의 이름은 들리지 않았다.
유태인은 훗날 다시 복구된 스필만의 일터인 폴란드 방송국에 돌아가 스필만을 만나고 독일군 장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을 들은 스필만은 반가움에 한달음에 그가 있었다는 곳을 찾아가지만 이미 옛날에 사라진 후였다.(유태인이 독일군과 말할때 그의 머리카락이 없었는데 스필만과 만날당시 그의 머리가 많이 길었던걸 보면 시간이 많이 흐른 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