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장생은 눈이 먼 상태로 줄을 타는데, 유일하게 바람을 느끼고 중심을 잡아주는 생명줄... 즉 부채를 집어 던지고 하늘로 나르지요... 눈치 채신 분들도 많으신 것 같은데..
저 장면은 공길과 장생이 자살하는 장면입니다.
저 뒤에 어찌될지는 불보듯 뻔한.. 그런거지요.
'그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죽냐?' 라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말하는 '죽음'은 육체적인 죽음만을 말하는게 아니예요. 장생이 던져버리는 부채.. 그건 즉, 광대로서의 삶, 그 삶의 마지막을 표현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저도 잘 몰랐는데 줄타는 사람들에게 부채란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더군요.
정말 적절한, 정말 최고의 장면에서 저는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둘의 자유로운 모습...그리고 그 안에 담긴 죽음..비극...이 모든걸 저 장면 하나에 너무나 잘 소화시켜 담아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아닐런지요.
게다가 저 장면후 놀이패의 모습이 비춰지지요? 거기에는 장생, 공길, 육갑, 칠득, 팔복이가 이렇게 즐거이 노래를 부르고 걸어갑니다. 그것이 저승가는 '저승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요?
그 증거로 장생이 '너 거기있고 나 여기 있지'라고 하나 공길이 '아 나 여기있고 너 거기있지'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육갑이(육갑은 이미 활맞아 죽었지요) '아 나 여기있으니 우리모두 여기 있는거야!'라고 합니다. 반대로 팔복과 칠득은 "뭔소리여 우리는 없는디~"라고 합니다. 굉장히.. 소름끼쳤습니다.
대부분이 회상하는 장면인가 보다. 라고 하시던데....그럴 수 도있다고 생각합니다. 천국으로 가는 걸 수도있지요. 반정군에 다 같이 죽고 난 후의 모습일 수도있고, 말 그대로 회상하는 장면일 수도 있구요^^ 결말이 여러가지로 상상된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왕의남자는 충분히 '수작' 이라 불릴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산이 녹수의 치마폭에 들어가는게 어머니의 자궁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장면이라는 것을, 모성애를 갈구하는 연산의 목마름이라는 것을 아셨는지요? 연산이 왜 미치게 됬는지, 연산의 유년이 어떠했는지 자세히는 아시나요? 연산이 녹수를 만났을때 녹수는 서른대의 여인, 그것도 노비의 아내였다는 사실은요?
공길이 처음 연산에게 해준 인형놀이가 뜻하는 바는요? 그것이 연산에게는 공길이 처음에는 연인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라, 소꿉친구처럼 다가왔다는 표현이라는 것을, 자신의 텅 비고 홀로 지냈던 유년시절을 위로해주는 행위라는 것은 알고있었는지요? 또 공길이 두 번 한 인형놀이중, 처음한 인형놀이가 다리에서 공길의 뺨을 닦아주던 장생과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사실은 알고있었는지요? 처선영감이 자살한 이유는 추측하시고 영화를 보셨는지요?
왜 연산이 장생의 신체중 '두 눈을'공길이 앞에서 지졌는지 아시나요?
장생이 '어느 잡놈이 그 놈 마음 훔쳐가는 것을 못 보고..' 하며 연산에 대해 말할떄,
공길이 장생에게 " 야 이 잡놈아!!!"하고 외치는 것을 들으셨는지요? 자신이 바로 그 잡놈이라고 하자 장생의 얼굴에 미소가 띈 것은 잡으셨는지요?
서로를 마주보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죠.. 그럼 두 눈이 멀어 피눈물을 흘리던 장생의 심정은 헤아려 보셨나요? 사랑하는 이를 제 눈에 담을 수 없는, 그 아픔, 그 한을 같이 느끼셨는지요?
또 장생이 줄을 끊으려고 할때 공길이 왜 그다지도 '안돼 안돼!'하며 울부짖었는지.. 그 이유는 아셨는지요? ... 그 줄은 '인연'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줄'정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하네요. 공길과 장생의인연.. 그것을 장생은 끊으려고 했고, 공길은 울부 짖으며 '안돼'라고 소리쳤던 거지요.
그리고 영화의 끝부분, 왜 그 넷이 마지막까지 함께 했는지는 예상하시는지요? 그 네명중 두명은 가장 높은 권력을 지닌 왕과 녹수이고 나머지 두명은 조선시대 가장 천한 신분인 광대 장생과 공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지는 않으셨는지요? 아, 그리고 말이죠. 엔딩크레딧에 올라오는 이름들 중 점쟁이역할 맡으신 분도 있으시던데. 그 점쟁이 장면은 왜 편집당했지? 하고 의문 가져보신 분은 없으신가요;
마지막으로.
"왕의 남자" 에서. "왕" 이란 연산이 아니라..... 장생임을.....장생이 바로 또 하나의 왕임을...아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