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と 虎と 魚たち).. 최고의 영화.

UN총사령관 작성일 06.03.02 18: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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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이 영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이 글 읽지 마시고 영화 보시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と 虎と 魚たち)
타나베 세이코의 동명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조제의 첫 등장은 꽤나 인상적이다.
유모차에 앉아서 남자 주인공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첫만남이라니..

장애를 가진 소녀와 대학생의 만남.
뭔가 순수하고 애절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그렇기에 진부한),
무척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에서 벗어나 허공에 떠다니기를 거부한다.

남자 주인공에게는 가볍게 섹스를 즐기는 쿨한 대학 동기도 있고, 이제 막 사귀려고 하는
여자도 있다. 영화는 굳이 초반부터 츠네오와 두 여자와의 육체적인 관계를 보여 줌으로써,
츠네오가 순정만화에나 나올법한 순수한 청년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

남자 주인공 츠네오가 대학 4년생이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한 발은 이상의 세계인 대학에 두고서 다른 한발은 취업과 사회 생활이라는 현실의 세계를
향해 내딛고 있는 대학 4학년이란 오묘한 입장. 그들이 처음 사랑하게 되었을 때가 츠네오가
아직 학생일 때이고 그들이 이별하게 되었을 때가 츠네오가 사회인이 되었을 때라는 것도
꽤나 상징적인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츠네오를 만나기 전의 조제의 세계는 단순했다.
유모차를 타고 인적이 드문 새벽에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산책을 나가고,
할머니가 길에서 주어 온 책들을 보거나 맛있는 요리를 하거나 그런 일상이 전부다.
츠네오를 만나면서 조제는 대낮의 풍경을 접하고, 아무도 버리지 않아 볼 수 없었던
‘한달 후 일년 후’의 속편도 볼 수 있게 되고, 낯선 감정과 맞닥뜨리고,
그로 인해 절망을 맛보기도 한다.

‘일년 후’라는 자막이 떴을 때,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 ‘한달 후 일년 후’의 여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조제이기에
우리는 두 사람이 이별 하리라는 걸 짐작 할 수 있다.
1년 전 그들이 사랑했을 때 조제는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호랑이를
츠네오와 함께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끝나가는 지금,
그녀가 보고 싶어한 물고기들은 수족관의 휴관으로 볼 수 없다.
대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물고기를 테마로 한 러브모텔의 물고기 모양의 불빛이다.
그곳에서 조제는 이렇게 말한다.

‘너를 알기 전의 세상은 해저속의 암흑과도 같았어.
그다지 외롭진 않았어.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너를 알고 난 지금 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겠지.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아.’

휴게소에서 조제를 업고 가며 츠네오는 휠체어를 사자고 말한다.
조제는 츠네오가 업어 주면 되니 그런 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츠네오는 늙을 때까지 널 업고 다닐 순 없잖아 라고 하지만,
츠네오가 그렇게 오래 조제의 곁에 머무는 일은 없을 거란 걸 조제는 알고 있다.

그녀의 친구가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녀가 보였던
시니컬 한 표정처럼......................

그래서, 두 사람이 헤어질 때까지는 그녀에게 휠체어란 필요 없는 존재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몇 달 후 츠네오는 조제를 떠난다.
츠네오는 헤어진 이유는 한가지 뿐이라고 말한다. ‘내가 도망친 거라고’.
헤어지고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조제와는 이것이 마지막일거라고.
그렇게 조제의 집을 나와 츠네오는 눈물을 흘린다.

츠네오가 지쳐갔던 건 사실이지만, 그저 도망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느 연인들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끝나고 헤어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므로.
그 사랑의 여주인공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다만 츠네오가 다시는 조제를 찾아갈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은 ‘동정’ 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츠네오와 헤어지고 나서, 조제는 휠체어를 산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서 거리를 다닌다.
영화의 마지막은 영화의 초반에서 늘 그랬듯 조용히 요리를 하는 조제와
다시 ‘쿵’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내려가는 그녀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그렇게 그녀는 일상으로 돌아온 듯 하지만, ‘해저 속의 암흑’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그녀는 사랑을 했고, 성장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조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소설 속의 대사처럼 말이다.
‘언젠가 그대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야.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 다시 고독하게 될 거야. 그렇지만 달라지는 건 없어.
거기엔 또 다시 흘러가버린 일년이 있을 뿐이지.’

잡담-
한달 후 일년 후.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마찬가지겠지만,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불행히도 영화속에서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절판이다 OTL

남자 주인공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에 혹시 ‘워터 보이스?’ 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맞았다.
참고로 주인공 이케와키 치즈루는 미소녀 오디션 출신 배우라고. 그렇지만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너무 좋은 연기였다.

진짜 잡담 – 감독 이름 정말 본명인 걸까? 이누도 잇신(犬童一心)이라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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