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칼럼(?)]슈퍼맨 리턴즈(스포일러,스크롤 주의!!)

작성일 06.07.02 01: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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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짤방은 '완전소중슈퍼맨'을 외치시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님. (잘생기셨습니다.)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2006)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아들이 될지니.'

꼭! IMAX 3D 로 보고싶었는데, 결국 보지 못했습니다.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는걸로 만족하기로 했죠. 의외로 관객이 별로 없더라구요
평일 이른저녁이라 그런건지.
아무튼. 슈퍼맨 시리즈중 최초로 극장에서 감상하는 작품이 됬습니다.
사실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구요..개봉전에도 볼까발까 망설이다가,
여친님이 슈퍼맨의 조각같은 얼굴(컴퓨터 그래픽같아 보여서 섬뜩하기도 했습니다.)을
봐야겠다고 보게되었죠.

거두절미하고.
영화자체는 재미있습니다. 아니, 굉장히 스펙타클하고 압도적인 비쥬얼을 보여주지요.
비행기추락씬과 유람선(?)침몰씬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구요.
새로운 슈퍼맨 '브랜든 루스(라우스?롸쓰?)'는 TV시리즈 '스몰빌'의 청소년기 슈퍼맨과
'크리스토퍼 리브'의 클래식 슈퍼맨을 이어주는 가교역활을 충분히 해냅니다.
그의 얼굴에서 고인이 되신 '크리스토퍼 리브'의 얼굴이 오버랩될때의 감동은..정말이지;;
여주인공 '로이스 레인'역의 '케이트 보스워스'는 제가 관심이 별로 없던 배우라 딱히
뭐라 말하기가 그러네요..얼굴은 참 이쁩디다.(최근,올란도 불름과 사귀다 헤어졌다고..)

그리고 , '캐빈 스페이시'.
클래식의 '렉스 루터'를 열연했던 '진 헥크만'은 대단한 연기파 배우입니다.
렉스란 캐릭터는 타 영화에서 볼수있는 히어로에 대적하는 악당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돈많고 머리털이 다 빠질정도의 두뇌회전을 갖고 있다는거 빼구요.
그의 천적 슈퍼맨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위대한 히어로입니다.(게다가 인간도 아니죠!)
그럼에도 슈퍼맨의 천적이라면 모두가 의례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렉스루터라는 캐릭터는
진 헥크만의 연기가 빚어낸 생동감 넘치는 창조물입니다.
적당히 비열하고, 적당히 인간적이기 까지 하고, 어떻게 보면 너무나 귀여운 악당이죠.
사실 슈퍼맨 시리즈에서 가장 복잡한 캐릭터인 렉스역을,
케빈 스페이시는 자신의 스타일로, 능청스럽게, 발군의 연기력으로 재창조합니다.
진 헥크만이 렉스루터를 빚어냈다면, 케빈 스페이시는 그에게 숨을 불어넣준셈이죠.

그럼에도,
이영화는 3시간이 가까운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집니다.
딱히 재미가 없는것도 아니고, 스토리가 이상한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길게 느껴질까요? 그건 바로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플롯/네러티브' 때문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플롯이 반복됩니다.
'1.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혹은 지구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2. 슈퍼맨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3. 위기를 한큐에 해결해주는 슈퍼맨
4. 예의 그 사람좋은 미소를 짓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유유히 사라집니다.
1~4 까지 무한반복'
클래식 부터 최근작까지 계속 반복되어진 동일한 플롯. 관객들은 더이상 공감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지구에 운석이 추락하던, 외계인이 쳐들어오던,
슈퍼맨이 나타나서 해결해줄께 뻔하거든요. 이런 구도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재밌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어라? 이상하게 길다? 이쯤에서 끝날때가 됬는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슈퍼맨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좀 거슬리는 부분도 있구요.

*아래부터는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것을 밝혀둡니다*

물론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이런 단순한 구도의 패턴은 필수 불가결합니다.
70~80년대까진 그런대로 통했죠. 그런데 관객의 입맛이 높아지다 보니까 이제는 별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되고, 감독들은 존재론적 고민을 히어로들에게 부여합니다.
팀 버튼은 배트맨에게 어두움과 이중성을 주었고,
샘레이미는 스파이더맨에게 이기심과 책임감의 세례를 내려줍니다.
역시 싱어 감독이 연출했던 엑스맨도 절대다수에게 억압받는 소수의 존재가치에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럼 싱어감독은 슈퍼맨에게는 무엇을 주었을까요?
그는 슈퍼맨에게(무척이나 현명하게도!) 아들을 내려줍니다.
굳이 이 영화에 슈퍼맨의 아들이 꼭 등장해야했을까요?
마지막 숨겨둔 반전을 생각했던것도 아니라면(영화내내 암시를 줍니다.)대체 왜 아들을
집어넣었을까요?

이 영화는 브라이언 싱어감독이 그동안 은밀히 보여준 '성적취향소수자'들을 위한
결정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게이'이기도 한 브라이언 싱어감독은 엑스맨 1,2편에서도 이 '퀴어'코드를 적절히
사용합니다.(엑스맨 2편에서 '아이스 맨'이 가족들에게 자신의 뮤턴트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커밍아웃'을 선언하는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에서의 연출은 싱어감독 자신의 경험담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절대 다수의 일반인에게 억압받고 박해당하는 '인간이 아닌'무엇의 이야기인 엑스맨은 싱어감독에게 아주 소중한 작품이었죠.
그리고 꿈에 그리던 '슈퍼맨 리턴즈'의 감독을 맡게된 브라이언 싱어는 '게이들의 슈퍼스타'
슈퍼맨을 필두로 그동안 하고싶던 일들을 다 해냅니다. 그에게는 꿈같은 날들이었겠죠?

'슈퍼맨'(혹은 성적 소수 취향자분들)은 이 세상에 자기 혼자 밖에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세상은 슈퍼맨이 필요없다고 까지 하죠. 그래서 그는 평범한 신문기자 '클라크 켄트'로 자신을 감춥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합니다. 세상은 가면을 쓴 그에게는 더욱 무관심하죠. 슈퍼맨 자신도 가면을 쓴 자신이 괴롭습니다. 어떤모습이 진짜 자신인지 점점 두려워 지고 불안해 지기 시작하죠.

그리고 일련의 사건을 겪은뒤 자아를 찾고 돌아온 '슈퍼맨'에게 세상은 열광합니다.
이제 주인공은 '슈퍼맨'입니다. 더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상은 '슈퍼맨'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이제 슈퍼스타입니다.
그리고 '슈퍼맨'에 자신을 오버랩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저 멀리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이제 고민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슈퍼맨의 아들은 여기서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성적소수취향자'분들의 가장 큰 설움이 뭘까요?
세상의 시선? 억압? 아닙니다. 그들은 자손을 번식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설움을 가지고 있죠.
싱어감독은 그런 모두의 설움을 슈퍼맨의 아들을 등장시켜 해결합니다.
슈퍼맨 스스로도 무척이나 흐뭇해하죠. 그리고 조용히 읊조립니다.
슈퍼맨이 지난 세기부터 하고 싶어했던,
브라이언 싱어가 하고 평생 말하고 싶었던,
세상의 모든 '성적소수'들이 외치고 싶었던,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아들이 될지니.'
.
.
.
.
쓰다보니 리뷰나 칼럼은 고사하고 개인적인 감상만 늘어놨네요..에고;;
긴글이나마 재밌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태클은 무서워용.
참..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것을
밝혀둡니다.

PS1) 오프닝에서 오리지날 스코어가 그대로 흘러나올때 감동은 이루 말할수가 없습니다.
이 음악을 극장에서 듣게 될 날이 올줄 누가 알았겠나요?
PS2)'게이들의 슈퍼스타'라는 부분은 실제로 매니아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알려져있는
일종의 '의견'중 하나라는것을 밝힙니다.
PS3)위에서 '성적소수취향자'분들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혹시 기분이 나쁘셨거나 하신 분들이
계셨다면 대단히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런부분에 아무런 감정은 없습니다.
여친의 영향으로 조금 좋아하는 편이지요.
PS4)혹시나 해서 한마디 더.. 이 영화내에서 '슈퍼맨'과 '로이스 레인'은 단 한번도(!)키스하지
않습니다.
PS5)미국쪽 일부 극장에선 상영전 '스파이더맨3'의 티져 예고편을 공개했다고 합니다.
저본때는 '한반도'예고편만 나오던데;;혹시 우리나라에도 상영전에 공개된곳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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