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을 하게 된것에 대해 'YWCA'의 얄미운 아줌마들에게 조롱썩인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원더풀 데이즈'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밝은 미래와 짙은 어둠을 동시에 보여줬다면 '아치와 씨팍'은 왜 우리가 한국 애니메이션에 끊임없는 투자와 관심을 가져야 되는지를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자체는 정말 매니아틱합니다. 너무나 B급틱하지요. 선혈이 낭자하고 욕이 난무하며 심지어는 SM장면까지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받아들이는 곽객에 따라서 짙은 혐오를 느낄수도 있고, 즐거운 감동을 느낄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전~혀 심각할 필요없이 -씨팍(류승범)과 아치(임창정)가 이쁜이(현영)을 사이에두고 갈등을 빚는 장면이 그나마 심각한 장면인데, 여기서도 그냥 웃기고 넘어갑니다.- 마냥 즐겁게 볼수 있었네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양아치 연기를 제일 잘하리라 생각되는 류승범과 임창정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초호화 성우진들은 자칫 유치할수도 있는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줍니다. 특히, 신해철의 목소리연기는 너무나 완벽하구요, 멀더와 스컬리의 캐스팅도 센스가 넘치는 부분입니다. 영화 중반까지 깊은 인상을 남긴 '5인용'의 캐스팅도 절묘합니다. (정지혁은 걸쭉한 욕을 거침없이 소화해내는 성우(?)로는 세계 최고일지도 몰라요.)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전개 방식입니다.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그래서 사랑스럽습니다만.) 스토리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듯이 위태위태합니다. 편집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빈약한 줄거리가 더 힘을 받을수도 있었겠다 싶을텐데 말이지요. 중간중간 뜬금없이 보여지는 광고씬들은 하나하나 재기발랄하긴 합니다만 오히려 영화의 맥을 똑똑 끊어먹는 가장 큰 요인이지 싶네요. (이런 장면들은 폴 버호벤 감독의 스타일을 차용한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폴 버호벤은 광고하나하나가 전체 스토리와 매끄럽게 이어진다는게 문제죠.) 그리고 딱히 영화제목이 아치와 씨팍일 이유도 별로 없어보여요. 두 주인공(같지 않은 주인공)은 정말로, 진짜로, 영화내내 하는일이 별로 없습니다. 90분동안 욕만 껄쭉하게 하죠. 반면 액션은 '개코요원' 다 해치우고, 개그는 '보자기단' 이 도맡아 합니다. 덕분에 마지막 결투씬은 뜬금없어 보이기 까지 합니다.
어쨌든,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둘도 없을 작품이라는건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 이후로 최고의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말그대로 '막 나가기' 때문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지브리 계열의 애니를 기대하고 오신분들이라면 엄청난 실망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실망하실게 확실하네요..
PS1)후속편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이 있습니다. 과연 후속편이 제작이나 될수 있으련지. 제작되면 쌍수를 들고 반길겁니다. 저같은 매니아틱한 사람에겐 '딱'이거든요. PS2)'보자기단'은 캐릭터로써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영화가 흥행하지 못하는게 안타까울 뿐이네요. PS3)엔딩씬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알게 해줍니다. 그리고 에..묘하게 향수를 자극한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