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시에서 '제비'역으로 개성있는 연기를 하셨던 제비님이 출연 한다고 VIP석 꽁짜 표를 마련해주어서 설레는 가슴으로 비오는 초저녁에 한진 아트 센터를 찾았다.
한 시간정도 일찍 도착한지라 아트센터를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시작하기 20분 전에 입장 했다.
무대 정면에 드라큘라라는 이미지가 쏘여지고 있었고 공연이 시작 되면서 울리는 엄청난 사운드와 횃불을 들고 관객석 사이로 등장하는 배우들.. 두근거림과 온 몸에 소름이.. 이게 라이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쿵쾅쿵쾅 울리는 사운드에, 화려한 원색의 의상을 입은 배우들에, 완벽하리만큼 짜임새 있게 돌아가는 무대 디자인에.. 매료되어 혼을 빼놓고 봤다.
얼마전까지 영화 포스터를 보게 되면 배우들의 네임벨류가 먼저 떠 올랐다. 의례 생각하듯 배우의 네임벨류에 따라서 작품의 완성도가 정해진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고를 때나 평할 때 선입관이 있었다. 영화 일을 하면서 또한 최근에 자주 뮤지컬과 연극의 문화에 접하면서 작품이 배우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지울수 있었다. 배우들도 작품 안에서 그저 한 부분일 뿐이고 여러 스텝들이 모여서 그 부분들이 합쳐져 작품을 탄생한다는것을 알게되었다.
감독이 누구고 배우가 누구냐가 중요하긴 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바라보는이의 즉.. 관객의 눈이다. 어떠한 눈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느끼느냐가 그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지을수 있는것이다. 배우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 작품에 자신을 투영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들의 관점도 변하기는 하겠지만 중요한건 역시 관객의 눈이라는거..
이종현이라는 배우 TV에서는 악역만 맡아서인지 나 또한 선입관을 갖고 보게 되었다. 한 마디로 관심이 없는 배우였다..
그러나 정작 뮤지컬을 보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드라큘라 백작에게 감정이입이 되었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을 땐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백작의 애증과 광기를 표현한 이종현이라는 배우.. 배우의 힘이라는거.. 관객을 사로잡을만한 카리스마와 칼날같이 섬뜩한 대사와 홀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낮지만 서글픈 그의 목소리.. 아.. 감동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정도의 감동과 환희가 그 안에 숨쉬고 있었다..
의례 TV에서 "브로드웨이에서~"로 시작하는 뮤지컬 선전이 많다. TV를 통해 자막 사이의 뮤지컬 하이라이트를 보는것과는 비교 할수 없을 만큼 천 만배 아니 수 억만배의 전율을 느낄수 있는 뮤지컬.. 어쩌면 영화보다, 연극보다 리얼리즘을 더 느낄수 있어서 뮤지컬을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는지 모른다..
내 월급의 10분지1이나 되는 뮤지컬 티켓 가격.. 약간은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러한 감동을 느낄수 있다면 나도 뮤지컬 매니아가 되고싶다. 그리고 2만9천원이 없어서 사지 못했던 OST도 꼭 구매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을수 있을 만큼 열연해주신 연기자분들과 스텝들에게 갈채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