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지적인 노가리-비포선라이즈

아자가올 작성일 06.07.07 07: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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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개인적으로 에단호크 주연의 멜로물은 저를 실망시킨적이 없었습니다.
그가 위노나 라이더와 함께 스타자리를 확고히 자리매김한 청춘 스케치부터
그의 연애물중 가장 아름다운 화면을 자랑하는 위대한 유산에 이르기까지
특출나기로 유명한 그의 영화선택 안목은 연애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포스트 리버 피닉스를 꼽으라면 에단 호크를 첫손에 꼽곤합니다.)

그런 그가 출연한 영화중 빼놓을 수 없는 영화중 하나가 바로 이 선셋 연작입니다.

여자친구를 찾아 유럽까지 왔지만 변심한 여자친구의 마음을 확인하고는
홀로 외롭게 유럽기차여행을 하고 있던 미국 청년 제시와
집으로 향하던 지적이고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 셀린느의 우연한 만남은
같은칸에서의 작은 소동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이때부터 이 둘의 흥미로운 수다가 끝없이 영화를 수놓기 시작합니다.

식당칸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던중 이 미국청년의 귀여움에 프랑스여인은 호감을 가지긴
하지만 생면부지의 이역만리에서 온 제시를 따라 선뜻 기차에서 내리긴
유럽권 출신인 그녀에게도 망설여 집니다.
이를 눈치챈 미국청년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프랑스 여인과 동행하게 될지
관객들은 호기심을 품게 되죠.

여기서 에단호크의 실용성 넘치는 '작업수완'이 빛을 발합니다.

"물론 불안 하실거란걸 알아요.하지만 이렇게 생각하세요.
세월이 흘러서 당신은 남편과 함께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다지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이 아니고
거기에 권태기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러면 문득 이런생각이 들겠죠.내가 지금의 이 남편과 결혼을
하지않고 예전 남자들중 한사람과 계속 만났었더라면 지금 나의 생활은 어떨까?
그 예전 남자들중 한사람이 바로 저죠.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저를 따라 같이 내리면 그 결과를 알 수 있어요.결국 예전 남자들도 지금의 남편과
크게 틀리지 않다는것을 알게 되실거고, 그러면 결국 당신의 결혼생활도 다시 활력을
되찾겠죠. 그리고 지금 나를 따라 내린것은 좋은 선택인 것이구요."

대화에서부터 똑부러지게 자기 주장을 피력하던 이지적인 셀린느지만
그런 그의 귀여운 수작에 알면서도 넘어가 주게되죠.

그리고 다시 그들의 수다는 이어지게 됩니다.


유럽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거치면서 겪게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과 함께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그야말로 주옥같습니다. 이해하기쉽고 공감가는
주제들은 마치 우리의 현재 연애상 같기도 하고,
현학적인 표현사이에 간간히 섞인 위트넘치는 대답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배우자의 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점점 그들의 대화에 동화되어 가죠.

여주인공은 불치병에 걸렸다거나 머리속에 지우개가 들지도 않았으며
남자주인공이 의리넘치는 조직폭력배이거나 전쟁에 끌려가야할 기구한 운명도 아니지만
그들의 해뜨기전까지의 짧은 연애담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이라는 매개체로 인해
점점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무르익어갑니다.
불과 한나절만의 일이지만 말이죠.

그리고 이러한 낭만은 카페에서의 전화통화 씬에서 잘 나타나게 됩니다.

사실 친구와 그날 파리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던 셀린느는 그 약속을 취소해야겠다면서
전화를 하겠다고 합니다.
근데 전화를 하러 간다던 셀린느는 갑자기 손가락으로 전화모양을 만들더니
제시에게 받으라는 시늉을 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하려는 말들을 제시에게 하게 되는데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중 로맨스의 정점에 다다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사실적이기 그지없는 이 헐리우드표 연애담은
에피소드에 있어서 억지라고 생각되는 웃지못할 작은 이벤트들로
이어가면서 그 힘을 더해가게 되는데요,

친절하고 유머넘치는 다리위의 두 청년은 마침 자신들의 아마추어 연극공연이
오늘이라며 초대권을 건네주고,
지금 당장 주는 시제로 자작시를 멋들어지게 써주는 강변의 유랑시인과
노상카페에서의 보게되는 떠돌이 점성술사의 알 수 없는 궁합
그리고 무일푼으로 와인잔과 와인을 얻어내는 내기까지
결코 해뜨기전까지 모두 경험할 수 없을것만 같은 소소하지만 낭만적인 에피소드들은
유럽이기에 가능할것만 같은 묘한 설득력을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이윽고 해가뜨고 프랑스 여인은 이제 파리행 기차에 올라타야만 합니다.
헤어지면서 젊은 남녀는 후일을 기약하죠.모일모시에 비엔나에서 만나자고.
이들의 그 만남은 과연 이루어졌을까요?이루어지지않았을까?
이루어지지않았다면 남자가 나오지 않았던걸까?
아님 여자가?혹은 둘다 나오지 않았을수도 있지요.

영화는 그 사실을 가르쳐 주지않고 제목에서 약속했듯이 해가 떠버리자
냉정하게도 엔딩 크레딧을 올려버립니다.

그 궁금증은 수년이 지나서야 나온 후속편격인 비포선셋에서 확일 하실 수 있는데요
비포선셋 역시 전편만한 속편없다는 속설을 무색하게 만들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죠.

연애담을 좋아하신다면, 지적인 노가리란 어떤것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반드시 보셔야 할 영화들입니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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