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싸인은 결국 운명에 관한 이야기지요. 언뜻 외계인이 나오는 SF스릴러로 착각하기 쉬운데 그것은 감독이 교묘하게 장치해둔 맥거핀에 불과하지요. 주제를 마지막에 밝히기 위한 속임수였던 거지요.
우선 이 영화는 모든 것을 '정해진 운명이란 거역할 수 없다'라는 입장에서 보시면 모든 미스터리한 부분들이 다 이해되실 겁니다.
영화의 중반부에 멜깁슨과 그의 동생 와킨 피닉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지요. 이 대화에서 멜깁슨은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하지요. 하나는 모든 현상을 하늘이 정해놓은 운명이라고 믿는 사람, 또 하나는 정해진 운명따윈 없고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 믿는 사람. 그리고 이어서 피닉스가 절묘한 예를 하나 들지요. 학창시절 술에 취한 여자친구에게 키스를 하려다가 문득 자신의 입 안에 껌이 있음알 알고는 잠깐 고개를 돌려 껌을 뱉으려는 그 순간 여자가 오바이트를 한 사건이 있었지요. 만약 껌을 뱉지 않고 그대로 키스를 하려 했다면... 그러한 찰나의 선택까지도 신이 만들어 놓은 운명의 시나리오였던 것일까, 아니면 운명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던 것일까? 바로 이러한 의문을 복선처럼 남겨두지요.
운명은 정해져 있고 사람들은 신이 정해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라는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하면 됩니다.
멜깁슨의 딸은 크게 두 가지 이상한 행동을 보입니다. 하나는 꿈 속에 자신의 가족들이 등장해서 죽거나 위협받는다는 것, 또 하나는 물에서 이상한 맛이 난다며 온 방안 곳곳에 물을 올려 두는 것. 이 두 가지 행동 모두 신이 정해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거지요. 꿈 속에 가족들이 등장하는 것은 나중에 가족들이 외계인으로부터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고 자신의 오빠가 죽음을 당하는 꿈 역시 그것을 예고하는 것이었죠.
멜깁슨의 가족들이 큰 위험에 빠져 외계인으로부터 죽음 직전의 상황에까지 몰리게 되지만 살아남게 된 것 역시 결국은 신이 정해놓은 운명이었던 거지요. 멜깁슨이 외계인의 손가락을 잘랐기 때문에 외계인은 자신의 집을 방문했던 것이고 위기의 순간 멜깁슨은 죽어갔던 아내의 말을 떠올리게 되지요(당시에는 그저 죽어가는 이의 헛소리정도로 여겼던 것이지만, 그것이 바로 복선이었죠) 또 아내의 말 외에도 딸이 곳곳에 물을 깔아둔 덕분에(외계인이 물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딸이 미리 알았을 리는 없겠지요. 결국 신의 뜻대로 움직였던 것이라고 해석되는 것이죠) 외계인을 물리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딸은 오빠(멜깁슨의 아들)가 죽는 꿈을 꾸었습니다. 외계인의 독가스가 아들의 호흡기에 침투한 것 처럼 보였지만 사실 아들은 천식약 복용을 못해서 기도가 막혀 숨을 들이쉬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독가스가 폐 속으로 침투하지 못했고 아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겁니다. 이러한 기막힌 우연은 결국 전지전능한 신만이 꾸밀 수 있는 운명의 시나리오다, 라는 것이죠.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멜깁슨은(특히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살아난 경험) 아내의 죽음 이후 부정해왔던 신의 존재를 다시금 믿게 되지요. 결국 신의 가호로 자신들이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멜깁슨의 심경 변화 역시도 신의 뜻이었던 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신은 한 인간을 시험하기 위해 그러한 시나리오를 꾸몄던 거지요. 처음에 아내를 죽게해서 믿음의 정도를 시험했고 다시 외계인과 천식에 걸린 아들에 관한 시나리오로 믿음을 회복하게 만들었던 거지요.
멜깁슨은 그러한 신의 시나리오 속에서 결국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게 되고 다시 신부복을 입게 된 겁니다.
결국 영화의 제목 싸인은 멜깁슨의 농장에 표시된 거대한 미스터리 써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곳곳에 신이 깔아놓았던 운명에 관한 복선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내의 죽음, 죽어가는 아내의 말, 천식에 걸린 아들, 꿈에 대한 얘길하는 딸, 물을 곳곳에 배열하는 딸,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아들, 자신의 아내를 죽게 한 남자가 했던 물에 관한 단서(자신은 호수로 갈 거라고 말하지요), 그리고 믿음을 잃은 신부가 다시 믿음을 찾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신이 인간에게 보낸 암시, 즉 싸인이었던 겁니다.
샤말란 감독은 그것을 말하고자 했던 겁니다. 이 세상은 어떤 절대자, 전지전능한 신이 치밀하게 만들어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니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마라!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는 것도, 키스를 하려다가 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도, 그냥 키스를 할까 껌을 뱉고 키스를 할까 망설이는 것도, 결국 껌을 뱉으러 고개를 돌린 사이 그녀가 오바이트를 하는 것도 모두 다 신의 뜻 이라는 것이지요~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친 어떤 사람이 뭐라고 중얼대고 지나가는 것 조차 신의 '싸인'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싸인은 운명론적인 관점에서 모든 현상들을 독특하게 해석하고 바라본 샤말란 감독만의 천재적인 수작임엔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스릴러를 만들기란 결코 쉬운게 아니죠. 외계인 하면 '맨인블랙''X파일'이나 떠올리는 대다수의 감독들은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걸작이지요~~~ (출처 : '영화 싸인에서 여러가지 궁금증이...' - 네이버 지식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