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과 조이진, 심혜진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차승원이나 심혜진은 뭐 이미 대단한 연기자로 알려졌지만, 조이진씨가 나오는 영화는 개인적으로 처음 봤습니다만,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일단 마스크가 개성있고 세련되었으면서도 희안하게 북한의 순수한 처녀가 잘 어울리는 그런 얼굴입니다. 조이진씨 말구 성형미인들을 집어 넣었다면 어색하고, 완전 순진하게 생긴 여배우들을 캐스팅했다면 다소 고루한 느낌이 들었을 것입니다.
심혜진씨도 무난하게 연기를 잘했습니다. 약간 얼굴에 세월이 느껴지더군요. 보톡스와 같은 주름 수술 한번 안했지만, 성형 미인들 보다는 아름다웠습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여배우일수록 깊은 맛이 있죠. 이번에는 조연역할이었는데, 튀지 않고 극의 흐름을 잘 따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대개 탈북소재 영화는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게 보통이지만, 이 영화는 깔끔한 스토리 라인과 차승원의 어리버리한 모습이 적절하게 버무러져 웃음을 자아냅니다.
또 헤어짐과 만남, 그리고 다시 이별이라는 상투적인 러브스토리를 따르고 있으면서도 잔잔한 감동으로 오는 것은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났고, 또 탈북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이에 한 몫 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차승원과 조이진의 재회장면인데, 과장이 하나도 섞이지 않고, 미세하게 감정이 드러내는 배우의 행동 하나 하나가 돋보였습니다.
또 좋았던 건 과장되지 않은 연출과 자연스러운 대사들이었는데, 실제 차승원씨와 조이진씨는 탈북자에게 발음을 교정받았다고 하더군요.
원나잇 스탠드와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요즘, 가슴을 적시는 사랑이야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한번쯤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