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라 2004년 11월 본인의 블로그에 글로 옮겼는데 오늘 주홍글씨를 OCN에서 방송해주었기에 마지막 10여분 밖에 보지 못했지만, 과거 썼던 글을 토대로 다시 리뷰 아닌 리뷰를 쓴다.
제9회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주홍글씨' 그 당시 '이은주'란 배우를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더욱이 과감한 노출신이 계속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어 더욱 기대가 컸던 영화였다.
강력계 반장 기훈(한석규)과 그의 첼리스트 아내 수현(엄지원), 그리고 수현의 친구 가희(이은주), 마지막으로 남편이 살해된 경희(성현하)가 그 주인공으로, 경찰대학 출신인 엘리트 기훈이 경희 남편의 살인사건에 개입하게 되면서 영화가 전개된다.
서막에서의 창세기전 인용을 들먹이지 않아도 주홍글씨(원제 Scarlet Letter-물론 1850년에 쓰여진 소설의 제목이다)란 제목으로 보아 영화의 내용이 대충 감이 잡혔다. 늙은 의사와 결혼한 헤스터 프린이라는 젊은 여인은 영국의 식민지 미국에서 '펄(진주)'란 이름의 딸아이를 낳는다. 물론 남편의 아이는 아니었다. 그녀는 간통죄로 'A(adultery)'자를 가슴에 낙인당하는 형을 받는다. 그녀의 상대는 목사였다. 결국 목사는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죄를 고백하고 죽고만다.
물론 주홍글씨가 소설 Scarlet Letter의 아류가 아닌 '사진관 살인사건', '거울에 대한 명상'을 원작으로 하기에 일견 비슷한 내용인듯 싶지만 엄연하게 다른 결말을 갖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이고 말초적인 성욕과 폭력을 소재로 아내와 애인사이를 두고 벌이는 기훈의 외줄타기와, 사진관 살인사건을 통한 두가지 이야기의 액자식 구성은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심리와 상황을 많은 복선과 암시를 통해 잘 어우려낸 수작이라 생각이 든다.
영화내내 흐르는 끈적끈적한 재즈의 선율은 흡사 두 여자사이에서 갈등하는 치정의 모습을..
기훈이 경찰이란 직업을 택한것, 총이 좋아서 분해하고 조립했던 그 모습을 통해서 성에 대한(총은 종종 남자의 성기를 암시) 억눌린 충동 욕망을...
밝고 깨끗한 기훈의 집과, 수현의 말끔한 복장 외면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집이지만, 한편으론 가식적으로 보이는 수현의 표정은 내적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기훈과 수현이 같이 찾은 병원에서 임신사실을 확인하지만, 가희는 기훈으로부터 임신중절을 강요받는다. 물론 다시 찾은 오피스텔에서 잘못을 빌고 격정적인 정사와 함께 사랑한다 말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중절을 강요할수 있을까?
후에 미처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한 글을 읽은적 있는데 병원에서 간호사의 "또 중절하시면 힘드시니 주의 하세요”란 부분에서 수현은 기훈의 아이를 스스로 지움으로써 일종의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수현(엄지원)과 가희(이은주)의 동성애적 코드에서, 기훈과 가희의 사랑에 대한 복수로 결혼을 택한 수현의 선택을 보면 어쩌면 기훈의 아이를 지우는것은 당연한 복수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어찌됐건 불륜에 대한 댓가는 결국 죽음이었다. 정사도중 사랑한다는 외침을 토해내는 기훈의 모습과 트렁크에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죽음을 택한 가희... 그리고 찾아간 가희의 오피스텔에서 발견한 기훈이 써놓고간 '마음'이란 메모..
기훈은 정말 가희를 사랑한걸까?
마지막 경희의 '사랑했으면 괜찮은가요?'란 대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영화였다..
영화에서 이은주의 놀랍고도 과감한 노출연기와 피아노, 노래 실력(그녀는 어렸을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상당한 실력이었다), 그리고 음대출신의 엄지원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연주를 오케스트라와 직접 협연은 배우들의 대한 또다른 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