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리뷰-미완성과 미숙에 대한 답답함.

NEOKIDS 작성일 06.10.22 0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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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어중간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주의점 1. 별로 따지면 한 세 개 정도의 스포성이 있습니다.
주의점 2. 절대 개인적인 생각이고, 그것을 저 스스로에게 납득이 가게끔 풀어보는 내용입니다. 고로 내가 옳아요!!! 라고 부르짖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이준익 감독이 한 영화잡지에서 인터뷰를 한 것을 기억하는 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는 슛을 세 번 이상 가지 않는다. 만약 세 번을 가도 맘에 안든다, 그럼 그냥 접는다. 그러면 스탭들이 긴장을 한다. 내가 잘 못해서 이렇게 되는 건가 하고 다음 촬영분에서는 철저히 따라오게 된다. 게다가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남의 돈을 쓴다는 것이다. 남의 돈을 쓰면서 슛을 남발할 수는 없다."

뭐, 좋은 소리인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자면 프리프로덕션 쪽에서 상당히 시간과 돈의 집중투자를 해야만
괜찮은 영화가 나오게 된다는 이야기와도 통합니다.

'왕의 남자' 때에도, 사실 그 거칠고 투박한 흐름과 영상미가 썩 맘에 든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왕의 남자의 경우에는, 우리의 전통이미지라는 부분들과 함께,
스토리나 연기등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합친 꼴라주의 결과로
시너지 효과를 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왕의 남자는 아직도 특이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저 개인적인 경우는 옛날 어렸을 적 소년중앙에서 이두호씨가 연재했던 남사당패 만화 같은 것이 오버랩되어서 꽤나 흥이 났었지요. 그 만화에서는 화로를 들고 뒷재주를 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어릴 때의 흥미진진함을 다시 새록새록 새겨볼 수 있는 어떤 회귀현상 같은 것도 자극했던 것이 사실이고요.)

그런 면에서 이번 라디오 스타의 경우는....
저 개인적으로는 나이쓰! 라고 외쳐줄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물론 플롯이나 스토리 자체의 재미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미 이런 플롯의 전례가 있지요. '굿모닝 베트남'
다만, '굿모닝 베트남'의 경우에는 그 주인공에 반대되는 세력 자체가 재즈를 좋아하는 한 전형적인 인물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요소들로 펼쳐지는 데 반해,
라디오 스타는 주인공이 딱히 갈등을 일으킬만한 상대적인 영역이 없었다는데 문제가 있겠죠.

딱히 그것만이 아니라도,
뭔가 계속 이질적인 것을 느끼게 하는 그 흐름들.....

분명 재미는 있다. 그런데 왜 이질감이 느껴졌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는 그겁니다.
극에 저를 몰입하게 하는데 이 라디오스타는 확실히 실패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잔재주들을 피워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음에도,
이상하게 잔재주를 피워줘야 할 대목들에서는
무슨 드라마 나가듯 평범한 구도와 대사로 치고 나간다는 것.

예전에 이와 같은 경험을 '태극기 휘날리며' 에서 경험한 적이 있지요.
분명 멀끔해보이고 괜찮아. 그런데 뭔가가 제 속에서 틀어지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냉소적이 된 이유.
그건 그 축으로 삼은 형제애라는 것이 스스로 붕괴되는 내용이 아닌 작가가 제맘대로 견고히 지어낸 설정이기 때문이라는 것.

'굿모닝 베트남'의 경우를 볼작시면.
어느 정도 지루하게 나가는 초반을 확 뒤집어 엎고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로빈 윌리엄스라는 캐릭터의 힘입니다.
전혀 웃고 떠들 수 없는 상황들만 반복되는 베트남전의 상황에서 라디오방송을 하는데 로빈윌리엄스처럼 한다. 이러면 이미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가 되어나가든 즐겁게 따라갈 수 있지요.

그런데 전개가 틀어진 초반 부분.
사람 때려놓고 합의안한다고 설레발이 치고 있는 상황에서 영월지방방송을 맡게 되는 그 사이의 경위들이 대강대강 비춰지고, 주인공과 매니저는 죽상만 쓰면서 영월 도착하기까지 소위 그들이 말하는 '가오'를 잡습니다. 그 이전도 가수왕 무대 나가는 장면 이후 나는 밑바닥으로 떨어진 거에요 하면서 가오를 잡습니다.

그런데......'가오' 가지고는 최곤이라는 캐릭터를 한 번에 완성시키기가 모자랐다는 것이죠. 이건 그냥 '주먹질 몇 번으로 캐릭터를 정의하려고 하나' 이런 느낌....

요걸 때워주는게 바로 감독의 역량이라는 것입니다. 미장센, 구도, 조명, 등등등등을 이용해서 최대한 캐릭터가 안 살면 살려야 하는 거죠. 미사리 장면 같은 경우만 해도 그런 겁니다. 좀 더 어두운 조명의 장면들을 집어넣었다든가, 밤 장면을 찍는다든가. 등등의 써먹을 수 있는 잔재주들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안한 겁니다. 애초부터 어찌나 밝은 대낮의 미사리인지.

그러니 돈 주면서 노래 한곡 불러보라는 상황극으로만 때우게 되고. 또 그 다음의 주먹질.

아무런 시각적 무게감이 없으니 캐릭터 자체를 초반부터 급하게 구성하려고 해도....그리고 그 뒤에 노브레인이 최곤에게 인사하면서 하는 대사나 안성기의 다방대사로 어케 때워 보려고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캐릭터의 전형밖에 없는 거죠. 이래서는 태극기의 장동건 역할이나 다름 없는 '전형'만 남게 되는 겁니다. 움직일 길이 뻔히 정해져 있는. 전형은 나름대로 기대기에는 편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만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독에서 별로 헤어나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 처음부터 비뚤어질테다! 해버렸으니 극은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이게 비극인데, 그럼 그 예상된 결말까지의 도달을 어떤 식으로 풀어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고도 볼 수 있죠. 그런데 그 밀도들이......차분하지 못했습니다.

구도적 화면의 재미를 잃고 이야기 풀어가기에만 급급해진 영화는 이제 점점 더 톡톡 튀는 단편적 아이디어들에 기댑니다. 그리고 그것이 거대한 꼴라주를 만들어주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것도 실패입니다. 각 아이디어들이 너무 강렬해서, 결과적으로 최곤이란 캐릭터와 박민수라는 캐릭터의 문제들을 희석시켜 버립니다.

아이디어에 관한 한 알프레드 히치콕이 남긴 말이 있습니다. 이것도 기억한 대로 옮긴다면....
"포드 자동차 같은데서 자동차 조립을 한다. 생산라인을 따라 카메라를 쭉 이동시켜 가듯이 찍는다. 차체를 조립하고, 바퀴를 끼우고 나사를 조이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차를 검사하려는 장면에서 차 문을 여니 시체가 툭 굴러나오는 거다. 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쓰지 않았다. 그것과 어울리는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어울리게 집어넣는가의 역량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가 영월주민들의 문제들에 왜 집중하게 되는지, 그리고 스스로 여과하는 장치같은 걸 가지지 않는지. 왜 그들의 문제에 집착하는 자신을 느끼게 되는지, 아무리 말로 대마초 피웠다고 떠들어대도, 심리적인 선들을 건드려대는 스토리라인에서 최곤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그런 지난날들에 대한 생각이라든가 절절할만한 사연들을 단 한 번도 발설해보지 않는 시나리오. 그리고 과도하게 넘치는 아이디어들의 향연.

그걸 뒤늦게 깨닫고는 느닷없이 강PD의 술주정을 집어넣죠. 어익후 이거 무게감이 흐려지겠구나. 그리고 강PD는 또 아무런 전제들도 없이 최곤의 조력자가 되어갑니다. 그저 프로그래시브 어쩌고의 대사를 듣고서. 89년 가수왕이란 사람이 현재 인디씬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들을 열변하는 모습이나, 그걸 듣고서 감동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강PD나. 현실감은 더더욱 떨어지게 마련이죠.

이런 지경에 이르러서는 개그건 뭐건 간에 그저 즉흥적인 느낌들만 들고 전체적인 뼈대의 안에 보고 있는 내가 한 발을 들여놓기가 쉬워지지 않는 겁니다. 어떻게 겨우 들여놨다 싶으면 튕겨나가고. 또 들여놨다 싶으면 어딘가에서 틀어져서 또 떨어져 나가고.

그럼 여기에서 처음에 말했던 이준익 감독의 인터뷰를 곱씹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그런 방식이 좋았던 거야?'라고.
심하게 말하면, 공장제 만화도 하는 정도의 수준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요.
이런 면들을 보면서, 라디오스타에 대해 아까움을 느끼는 것은....
좋은 아이템들을 가지고 풀어낼 수 있는 것에 대한
상업영화의 한계성이란 것이 존재하는 구나, 이런 괴로운 느낌도 들어서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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