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에는 영화 캔디케인과 폰부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발군의 재미를 가진 영화임으로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은 가급적 읽지 말아주세요!
어제 새벽 늦게까지 캔디케인이란 영화를 감상하였습니다.
평소 B급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마이너틱한 제목에 미뤄왔던 영화였죠. 각설하고, 일단 장르는 10대호러의 탈을 쓴 쫓고 쫓기는 스릴의 추격전이랄까요?
95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런닝타임이 끝내고 담배한대를 피웠습니다. 늦은 새벽, 모든 불을 끄고 헤드셋으로만 집중해서 감상해서일까요, B급의 저예산 영화지만 보는 내내 끝없는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해 조금 놀랬습니다.
이런류의 영화는 전문가들이 혹평하기 일수지만, 의외로 전문가의 평도 좋더군요.
그리고 곰곰히 영화를 곱씹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린 의외의 결론은 바로 "폰부스와 닮아있다" 였습니다.
자, 이제 재미있는 이 두영화를 비교하며 글을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01. 발단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일단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폰 부스의 콜린파렐은 그의 이중성을 알고 있는 범인의 전화를 받으며 사건에 휘말리지만, 캔디케인의 폴 워커는 그가 단순히 장난을 쳤던 한 남자의 복수로 범인과의 대결을 시작하게 되죠.
전자인 폰부스의 경우가 범인과 주인공의 직접전인 충돌이 없이 사건이 시작되었다면 후자인 캔디케인은 주인공이 범인에게 원인을 제공했고, 덕분에 범인이 움직이게 됩니다.
캔디케인의 주인공인 두 형제는 동생의 여자친구를 태우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도중 개인 수신 무전기를 사용하며 다른사람들과 교신하며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누군지 모를 사람들과 무전을 나누며 그렇게 시작된 장난은 곧 러스티 네일이라는 남자에게 닿게되고, 형제중 동생인 폴 워커가 형의 제안을 받아 들여 "여자 흉내"를 내며 러스티 네일이란 남자를 골려주기 위해 연극을 시작합니다.
자신을 "캔디케인"이란 여성으로 솎인 폴 워커는 급기야 러스티 네일과 오늘 밤 모텔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기에 이르죠. 하지만 형제가 러스티 네일을 부른 방은 자신들의 방이 아닌, 자신들의 바로 옆 방. 다른 사람의 방입니다.
밤이 깊은 시각. 트럭을 몰고 나타난 러스티 네일은 약속대로 그들의 옆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형제는 자신들의 방에서 옆방의 소리를 엿들으며 자신들의 장난을 웃고 즐기죠.
하지만 문제는 다음 날. 형제의 옆 방에서 러스티 네일과 만났던 늙은이가 살해당하면서 시작됩니다. 러스티 네일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수치심을 준 형제를 필사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게 고속도로를 무대로 승용차와 트럭의 쫓고 쫓기는 추격적이 시작됩니다.
02. 전개
두 영화의 전개 스타일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폰부스가 지극히 좁은 공중전화박스라는 공간 하나만으로 영화내내 긴장감을 극대화 시켰다면, 켄디케인의 경우 공간의 제약이 없는 넓은 고속도로를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매우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폰부스의 경우 범인은 주인공의 약점과 총이라는 극강의 폭력을 이용해 그를 조종하지만, 캔디케인의 범인은 주인공과 관련된 인물을 인질로 잡음으로써 최종적으로 주인공 형제를 조종하게 되죠.
영화 내내 시종일간 범인의 명령에 따르고, 범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들. 이런 스타일과 느낌이 두 영화가 다르지만 상당히 비슷하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두 영화의 이질감을 꼽자면 무전기와 전화기의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폰부스의 경우 전화기를 통해 범인과 주인공이 떨어져있지만 마치 옆에서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끝없이 말을 나누며 시종일간 대화를 통해 긴장감을 지속시켜 나간다면, 캔디케인의 경우는 누군가 한쪽이 메세지를 보내고, 한쪽에서 그걸 듣고 답변을 보내야만 대화가 시작되는 다소 제약적이고 폐쇠적인 환경에서 범인과의 대화가 오고가게 됩니다.
03. 범인
두 영화는 모두 진행 내내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단지 목소리만 있을 뿐이죠. 폰부스의 경우 24시의 "키퍼 서덜랜드"가 세련되면서도 포악한 범인의 목소리를 멋지게 연기했다면 캔디케인의 경우 유명하지는 않은 목소리지만, 낮게 깔리면서 음탕한 범인의 목소리는 일품이였습니다.
또한 두 영화의 범인의 공통점이라면 두 명 모두 "악당"이지만 "메세지"를 분명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폰부스의 범인이 가르침을 주는 선구자와 같다면, 켄디케인의 범인은 복수심이 개똥철학을 불러왔다고 하고싶군요.
물론 주인공을 대하는 범인의 태도가 그렇다는 것이지, 관객들을 향한 범인의 메세지는 두 영화 모두 좋습니다.
04. 결말
두 영화는 결말마저도 비슷한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마침내 클라이막스에 다달아 범인을 제거하였더니, 그는 사실 영화 초반 주인공과 마주친 "다른 사람"이었다. 라는 식의 결말. 그리고 범인은 유유히 사라져서 자신의 생활을 한다는 식의 동일한 결말 말입니다. 하지만 폰 부스의 범인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이미지라면, 캔디케인의 범인은 복수를 완료했으니 유유히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이미지라는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겠군요.
05. 개인적으로
두 영화 모두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캔디케인이 2001년식 B급 영화였다면, 폰부스는 2002년식 A급 영화라고 하고싶군요. 영화가 주는 재미로 따지자면 비슷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폰부스가 굉장히 깔끔한 영상에 멋진 배우들을 기용했다는 사실을 뺀다면 말이죠 ㅎㅎ
캔디케인의 경우, 러닝스케어드로 저와 가까워(?)진 폴 워커의 예전 모습을 보는 재미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결이란 영화와도 느낌이 비슷해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구작 찾아보는 재미에 새벽시간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오래전 토요명화로 봤던 흐릿한 기억의 영화들... 비록 영상은 조금 낡았더라도 재미는 요즘 블록버스터 못지 않더군요. 미션투마스,이벤트호라이즌 등 등.. 자자 하루 쯤은 신작이 아닌 기억이 흐릿한 구작영화를 관람해 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