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아이언스......이 아저씨 요즘 작품 고르는게 왜 이런 건지......
그나마 다이하드3에서는 멋있었는데.....
(스포살짝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먼저, 원작을 보지 않았습니다만, 만약 원작이 이러하다면,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이 글은 재밌게 보신 분들에 대한 공격이라든가 영화에 대한 쓸데없는 비방 따위가 아닌, 개인적인 답답함의 정리차원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에라곤을 보면서 답답했던 점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구도와 화면.
반지의 제왕 아류작의 딱지라도 붙이려는 듯
하늘에서 주변풍경과 함께 광각으로 잡는 헬기샷과 슬로모션, 클로즈업의 남발.
숲씬의 어두컴컴한 배경 때문에 살아나지 않는 인물들의 존재감.
전투씬은 정성을 들인 것인지 알 수도 없고,
클라이막스의 전투씬은 전체 비율에 비해 너무 싱겁게 끝나 버리고,
두번째. 인물들.
이렇게 좋은 배우들 둘을, 이렇게 성의없이 쓴 건 누구를 탓해야 할 지....
시나리오 작가? 감독? 이도 저도 아니면 편집?
존 말코비치는 앉아있고 서서 명령내리고 후까시 한 번 잡아주고.
이것으로 자신의 캐릭터가 끝.
제레미 아이언즈는 아무 개연성 없이 갑자기 튀어나와 주인공을 구해주고.....
딱히 캐릭터 서로서로간의 갈등이란게 없이 그저 주욱
너는 나쁜놈 나는 좋은놈 구도로 흘러가는 스토리.
(내가 라이더니까 내 명령을 따라~! 라는 대사가 아주 의미심장했던 건,
영화가 흘러가는 모습이 딱 그 짝이었기 때문.....
그나마 그 갈등이라고 해도 어설픈 경지에 쉽게 해결되어 버리는)
세번째. 플롯.
전체적으로 전체적인 줄거리와 세세한 플롯들을 잘 들여다 보시면,
이것과 똑같은 영화 하나가 머리 속에 떠오르게 될 겁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옷만 바꾼 제다이의 탄생......ㅋ
마지막으로 주인공!!!!!!!!!!!
사상 최악의 주인공입니다.
속세에서 말하는 간지좔좔 뭐 이런 개념으로서의 주인공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주인공 내면에 대한, 그리고 주인공을 조합하는 작가에 대한 문제.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바로 그겁니다. 원작의 주인공이 정말 이런 식으로 흘러가느냐는.
기왕에 에피소드 4를 이야기했으니 그것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처음에 루크가 알투디투를 통해 공주를 알게 되고 오비완을 알게 되고 결국 삼촌이 죽고 그래서 공주를 찾으러 나서는 그 동기. 그것이 차분히 쌓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에라곤은 애초에 그 모험으로 뛰어드는 동기 자체가 너무 환상적인 소재에 기댄 나머지 동기 자체의 기반이 약해져 버리죠. 그냥 드래곤알 깨고 계약 맺고 그러니 당연히 뛰어들어야 한다, 뭐 이런 식인 겁니다. 그런데다가 공주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 자체가 매직에 의한 겁니다. 매지~~익.
그렇다면 아예 이런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겠죠. 맨 처음에 등장하는 마법사가 공주가 드래곤알을 들고 튀니까 직접 가서 공격명령을 내리고 공격을 하고 합니다. 말타고 죽어라 튀었으니까 어느 정도 거리까지는 갔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거기까지 순간이동을 하고 평소에 성에서도 순간이동을 하고 하니까 차라리 그 그림자 마법사가 직접 드래곤알이 깨기 전에 가서 조져 버리면 스토리 끄읕. 뭐 쫄따구들 시켜서 이미 소재도 알아놨으니 가서 만나기만 하면 될 뿐더러, 그 편리하고 전지전능한 매지~익이 있으니까.
이게 바로 소재주의에 빠진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류의 문제점은 또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도 떼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양산형 환타지들. 설정이 이미 다 되어 있으니 그것만 조합하면 끝이라는 편리한 사고방식의 설정과 스토리들.
에라곤을 보면서 느낀 건, 책장 한 번만 펼치기만 해도 현기증이 일어나는 그 양산형 환타지들의 문제점과 같은 선상에 놓인 문제들을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도도 따라하기식의 성의없음. 배우들의 연출도 성의없음.
스토리 자체를 옮기는 것도 성의없음.
그런 것들이 받쳐주지 못하니 특수효과가 날고긴들 그저 그럴 뿐.
대체 영화를 제대로 만들고 싶긴 했던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