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게 너무나 힘들어... (인크레디블)

해에밀 작성일 07.03.04 12: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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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3d 애니메이션이 흔하디 흔한 장르가 되어버렸지만 [토이 스토리]라는 애니메이션이 최초로 공개되었을 때에는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적이 있습니다. 더불어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라는 스튜디오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과거 애플 컴퓨터를 창시했던 스티븐 잡스에 의해서 설립된 이 픽사라는 곳은 이제는 디즈니와 한식구가 되었지만 독자적으로 여러편의 장편 및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발표(물론 배급은 디즈니가 계속 해왔다)하면서 애니메이션계에 거의 독보적인 존재로서 그 입지를 확고히 해왔습니다. 이 [인크레더블]이라는 애니메이션은 그들의 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최초로 사람이 주인공인 독특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물론 기존의 픽사 애니메이션들에 사람이 안나온 건 아니지만 대개 잠깐 등장하거나 조연급으로 등장했던 것에 비해서 이 영화 [인크레더블]은 사람이 주인공인, 하지만 보통 사람이 아닌 소위 수퍼 히어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기존의 픽사 애니메이션들과 비교를 해 봐도 그 스케일이나 스펙터클함은 훨씬 돋보이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픽사 특유의 따스함 또한 여전합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위험이 닥치면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가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던

우리의 수퍼 히어로 미스터 인크레더블. 물론 정부의 비밀 관리속에 그들의 신분 또한 철저하게

보장된 채 활약하고 있지만 그래도 남들을 돕는 일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의욕이 과했던 것인지, 사람들의 생각이란게 간사한 것인지, 예전엔

그가 등장해서 일을 처리하면 환호하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그가 등장하는걸

당연시하며 고마워하는 마음까지 사라져버렸다. 마치 당연한거 아니야? 하는 듯이.

더욱 황당한 건 기껏 죽을 걸 살려줬더니 소송이나 걸고.

에잇, 더러워서 영웅노릇 못해먹겠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수퍼맨 리*에서 로이스가 쓴 "우리가 수퍼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유"

라는 글을 읽은 것인지, 우리의 수퍼영웅을 대하는 관심이나 기대가 예전같지 않다.

이에 정부는 이들의 신분을 속인 채 평범한 삶을 살것을 권하는데, 그게 쉽나?

남아도는 게 힘인데 꼼짝도 할 수 없는 한평 남짓한 조그만 방에서 보험처리일을

하는게 아주 죽을 맛이다. 그렇다고 같은 수퍼걸인 일라스티 걸과 꾸린 가정은 어떠한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특수한 능력이 부담스러운 큰 딸과 말썽꾸러기로 커가는 둘째.

마치 엑스맨의 돌연변이들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사는 아이들. 제발 막내에게는

이런 능력이 없이, 평범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인크레더블과 일라스티 걸.

물론 이 막내 또한 피는 속일 수 없다.

 

 

유일한 즐거움이라면 친구인 프로존과 함께 밤에 몰래 경찰흉내 내면서 사는 것. 그에게

어느날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임무가 주어진다. 상대가 왜, 그런 임무를 주는지는 중요치 않다.

과거 근육질의 미끈한 몸매는 사라지고 중년 가장의 전형적인 몸꽝이 되었지만 그래도

잊고 있던 과거의 추억에 인크레더블은 어린 아이처럼 흥분되고 좋아 어쩔 줄 몰라한다.

아, 근데 이 모든 계획이 그를 없애려는 계획일 줄이야. 게다가 그 상대가

과거 그의 열렬한 어린 팬이었다니. 이 녀석, 과거 인크레더블을 우상처럼 여기다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수모를 당한 후 그 자신이 수퍼영웅이 되기로 마음 먹었단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수퍼영웅들을 모조리 없애고 자신만이 유일한

수퍼영웅이 되는 것이 꿈이란다. 그의 이름하야 신드롬이란다.

 

 

남편이 최근 왠지 수상쩍음을 눈치 챈 아내 일라스티 걸. 이 인간 요즘들어 부쩍

출장이 잦고 애정표현이 장난이 아니다 싶더만 뭔가 있었어. 더구나 수퍼영웅 복장까지

새롭게 주문을 했다니, 뭔가 일을 크게 벌이고 있는게 틀림없다.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지만 그냥 있을 수 없지, 자, 이제 일라스티 걸도 출동이다.

아니, 두 아이, 바이올라와 대쉬까지 엄마와 합세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보니 남편은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고, 자신들까지도 신드롬의

함정에 빠져버린다. 위기에 처한 가족들. 신드롬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위험께 빠트리고, 실로 오랜만에 힘을 합치게 된 인크레더블과

일라스티걸,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은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실로 오랜만에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신드롬을 찾아나선다.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중 최초로 인간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입니다. 물론 보통 인간은 아니며 초능력을 보유한 수퍼영웅이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기존의 픽사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그 어떤 주인공들보다도 힘이 넘치며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한 모습을 선사합니다. 왠지 스토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스토리지만 픽사 특유의 아기자기하면서도 기발한 재미와 함께 전형적이긴 하지만 따스한 감동 또한 잊지 않고 있습니다.

 

스토리 또한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는 블록버스터급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여러 영화들에 등장하는 수퍼영웅들처럼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수퍼영웅은 하루하루가 바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이 너무나도 익숙해지다보니 어느새 그들의 고마움을 모르게 되는 인간들.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수퍼 영웅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는데, 자신이 해야 할 일과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을 남들 눈을 피해가며 평범하게 산다는 게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비단 이런 모습은 이 영화속의 영웅들 뿐만 아니라 여러 수퍼히어로를 다룬 영화에서도 흔히 다루어져 온 소재입니다. 물론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처럼 보통때에도 잘 나가는 인물도 있지만 그도 엄밀히 따져보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마지못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는 있지만 과거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우리의 인크레더블에게 목적의식이 생긴다는 건 그 무엇보다도 그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일 것입니다. 영웅이 영웅다워야 영웅이지. 그들에겐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남들을 돕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자신의 가족들을 돌보는 것입니다. 온통 신경은 바깥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가 있으니 자식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사는지 관심이나 있었겠습니까. 이러한 문제는 비단 이 수퍼영웅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닌 점은 다들 아실겁니다. 비로소 가족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숨겨진 재능을 확인하게 되면서 그들은 진정으로 강한 수퍼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부모는 자식들이 해달라는 걸 다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그들과 생각을 함께 하려는 노력속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다소 진부하긴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인크레더블은 진정한 아버지이자 가족들의 진정한 영웅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도 엄연히 실사영화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애니메이션하면 일부 스튜디오에서만 제작하는 특별장르고 특정계층의 관객들만 보는 영화로 취급되었지만 이제는 각 스튜디오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열을 올리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든 관객층을 노린 다양한 소재의 애니메이션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크게 일조를 한 것이 이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이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자, 평범할 수 없는 인물들이 어쩔 수 없이 평범하게 살아야하는 황당스러움. 그들에게 평범하게 사는 건 사악한 악당을 물리치는 것 보다 더 힘든가 봅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위험이 닥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퍼영웅들의 의외의 고생담.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따스한 가족사랑까지.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울퉁불퉁 근육만큼이나 다이나믹하고 입체적이며 통쾌한 모험담.

[인크레더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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