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해에밀 작성일 07.03.04 12: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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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에서 1991년 사이에 여섯 곡의 No.1 히트 싱글과 2천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팝 밴드 "팝"(PoP)의 리드 싱어로 활동했던 알렉스 플래처(휴 그랜트). 왕년의 슈퍼스타이던 그이지만 지금은 행사장이나 테마파크에서 중년의 여성팬들에게 흘러간 히트곡이나 들려주는 처량한 신세입니다.

 

한마디로 까페촌을 전전하며 중년의 커플들에게 지나간 노래를 불러주는 "라디오 스타"의 가수왕 "최곤"같은 신세라고나 할까요.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현재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쎅시 스타 "코라 콜먼"(헤일리 베네트)이 듀엣을 제의해 옵니다. 코라는 어린 시절에 알렉스의 팬이었죠. 대스타가 된 그녀는 한 때 자신의 우상이었던 인물과 한 무대에 서고 싶은 겁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설정이죠. 가령 누군가 인기 배우가 되었다고 할 때 자신이 흠모하던 남자 배우나 여자 배우와 한 작품을 하게 된다면 무척 짜릿하지 않을까요?

 

%B1%D7_%BF%A9%C0%DA_1_1-blue_highway.jpg 80년대의 아이돌 스타 "팝(PoP)의 싱어였던 알렉스  

꺼져가던 스타인 알렉스가 코라의 제의(호의라고 봐도 되겠죠.)를 거절할 이유가 없죠.하지만 듀엣에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함께 부를 곡은 반드시 알렉스가 만든 신곡이어야 한다는 것. 곡을 써본지가 10년도 넘은 알렉스는 조건에 당황하지만 그렇다고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컴백 기회였죠.

 

코라의 공연을 불과 2주 앞 둔 시점에서 알렉스는 악상을 짜내려 노력하지만 잘 되질 않습니다. 게다가 매니저인 "크리스"(브래드 가렛)가 붙여 준 작사가라는 친구와는 손발이 맞질 않습니다. 이 때 알렉스의 집에 화초를 가꾸어주러 온 여자 "소피 피셔"(드류 베리모어)가 나타나고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우연히 소피가 읊조린 가사가 쏙 맘에 든 알렉스는 그녀에게 동업을 제의합니다.

 

%B1%D7_%BF%A9%C0%DA_3_1-blue_highway.jpg %B1%D7_%BF%A9%C0%DA_4_1-blue_highway.jpg 우리 동업하면 어때?  

소피는 한 때 등단을 꿈꾸던 문학 소녀였죠. 하지만 사제지간을 넘어선 관계를 가졌던 소설가 솔란에게 당한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학의 꿈을 접은 상태죠. 그런 그녀에게 알렉스는 히트곡의 작사가로서 보란듯이 솔란을 넘어서라고 용기를 줍니다.

 

함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업자 이상의 감정이 싹트는 두 사람. 과연 한 때 문학도였던 여자와 왕년의 스타였던 남자가 작사,작곡한 곡은 히트할 수 있을까요?

 

%B1%D7_%BF%A9%C0%DA_5_1-blue_highway.jpg 한 때는 자신의 팬이기도 했던 슈퍼스타 코라와 함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and Lyrics, 감독 : 마크 로렌스)은 흘러간 스타의 재기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라디오 스타"와 닮은 컨셉을 가진 영화입니다. 다만 "라디오 스타"가 왕년의 가수왕과 매니저의 "찐한" 우정을 보여주었다면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왕년의 슈퍼스타와 작사가의 "사랑 만들기"를 그린 작품이죠.

 

따라서 영화는 기둥 줄거리로 알렉스의 재기 과정을 그리면서도 알렉스와 소피의 애정이라는 곁가지를 쳐 나갑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스토리에 입체감을 부여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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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원 제목은 "Music and Lyrics". 말 그대로 "음악"과 "가사"입니다. 곡의 본질은 음률이죠. 하지만 거기에 가사가 덧붙여질 때 비로소 노래가 되는 것입니다. 혹은 가사에 음률이 붙던지. 그렇다면 실과 바늘 같은 "Music" and "Lyrics" 즉 "음악"과 "가사"란 바로 노래(Way Back Into Love)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그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는 작곡자 알렉스와 작사자 소피를 은유하는 썩 잘 뽑은 제목이라 하겠습니다.

 

영화의 OST에 수록된 곡들은 전곡이 영화를 위해 제작된 작품들입니다. 알렉스 역의 휴 그랜트가 "팝"(PoP)의 지난 히트곡 "Pop Goes My Heart"와 소피를 위한 "Don"t Write Me Off"를 솔로로 불렀으며,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Way Back Into Love"는 휴 그랜트와 드류 베리모어 그리고 휴 그랜트와 극중에서 슈퍼 스타 "코라"로 등장하는 신인 여우 헤일리 베네트가 각각 듀엣으로 불렀습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가 맞습니다만, 전 알렉스가 지금은 30대 아줌마가 된 왕년의 소녀팬들 앞에서 꽉 끼는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앞 뒤로 좌우로 흔들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에선 자꾸만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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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에게 환호하는 아줌마 부대

 

My Sharona의 "The Knack", Call Me의 "Blondie". Can"t Fight This Feeling의 "REO Speedwagon".. 전 알렉스를 보며 때로 신작을 발표하며 지금도 무대에 서고 있는 소년 시절 제 우상들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웃다가 울다가 참으로 희한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특히 80년대의 문화 향수를 지닌 분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라디오 스타"를 보고 감동한 분들이라면 틀림 없이 "찐한" 감동을 한번 더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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