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정말추천해드리고싶은 클릭(내인생내멋대로)-이영화는 꼭 잡으세요

김광성 작성일 07.04.23 19: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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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샌들러하면 미국의 대표적인 코메디배우중에 한명입니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마다 적어도 북미지역에선 어느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몇 안되는 배우중에 한명인데요. 한가지 아쉽다면 북미지역에서의 인기에 비해 해외에선 그다지 지명도가 높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그가 비록 코메디배우이긴 하지만 짐 캐리처럼 온몸으로 웃기는 배우도 아니고 주로 상식밖의 껄렁껄렁한 모습이나 말로 웃기는, 미국식의 코메디배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필자처럼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아직까지는 국내에서도 그다지 폭발적인 인기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우선, 아담 샌들러의 연기스타일을 보면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순둥이처럼 착하다못해 얼빵해보일 정도로 순진한 모습과 어딘지 건달같고 히스테리컬하며 성질 더러운 모습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해피 길모어]부터 살펴보면 착하고 순진한 역(워터보이, 스팽글리쉬, 웨딩 싱어 등)으로 나올때는 머리가 덥수룩하며 약간 껄렁껄렁한 모습으로 등장할때는 이 영화에서처럼 짧게 다듬은 머리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영화속 캐릭터에 따라서 본인이 생각하는 스타일인듯 합니다. 또한 그가 주목받는 또 한가지 이유는 단지 배우로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피 메디슨이라는 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본인이 출연하는 영화에 각본 및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 첫 작품이 롭 슈나이더가 나왔던 [듀스 비갈로: 메일 지골로]였으며 그 이후로 본인 및 롭 슈나이더가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들은 모두 이 해피 메디슨에서 제작한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단,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를 감독했던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의 [스팽글리쉬]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펀치 드렁크 러브]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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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아담 샌들러가 [펀치 드렁크 러브]에서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더니, [첫 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에서도 코믹함 속에 진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웃기는 배우가 아닌, 어느정도 감정연기를 영화속에 담기 시작한 것인데요. 그 후속작인 [스팽글리쉬]라는 영화는 어찌보면 외도아닌 외도(?)같은 영화로 아담 샌들러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북미에서 공개되었으며 국내에서도 2월초에 개봉예정인 영화가 바로 [클릭]이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 또한 그의 프로덕션인 해피 메디슨에서 제작한 영화로 아담 샌들러는 주연은 물론이고 각본 및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약간은 황당스러운 영화의 설정이 [첫 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와 흡사하며 [리틀 니키]처럼 어느정도 공상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얼핏 보면 전형적인 아담 샌들러표 영화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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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영화의 초반부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형적인 아담 샌들러표 영화입니다. 일밖에 모르는 건축가 마이클(아담 샌들러)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강한 강박관념은 항상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하게 합니다. 당연히 그에 대한 가족들의 불만은 점차 쌓여가지만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자신이 성공해서 큰 돈을 벌면 가족도 행복할 것이 아닌가. 왠지 정신없어보이고, 자신의 아이들을 약올리는 옆집 꼬마에게 복수하며, 아들의 수영시합 뒤풀이장에서 동네 아이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거품무는 모습은 여지껏 그의 영화에서 흔하게 보아왔던 모습입니다. 일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른데, 왜 이리 그의 인생에 태클거는 인간들이 많은지. 마이클은 아내와 말다툼을 한 후 시내 마트에서 우연히 모티(크리스포터 월큰)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며 그에게 신비한 기능을 가진 리모콘을 선물로 받습니다. 단순 TV리모콘인줄 알았는데, 이 리모콘은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는 리모콘이었습니다. 멈춤, 빨리감기, 뒤로감기, 음량조절 등 일반 리모콘의 모든 기능을 그의 생활에 접목시킬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마이클은 성가시고 귀찮은 일들은 정지시키거나 대충대충 뛰어넘어가면서 장미빛 미래만을 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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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이클이 몰랐던 것이 있었으니. 그 리모콘은 작동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기 스스로 작동하는 기능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이클이 원할 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장 바라는 순간들, 보기 싫어하는 장면들은 다 걸러내고 원하는 장소와 시간, 위치만을 찾아서 거침없이 빨리감기를 하는 것입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회사의 사장까지 된 마이클. 당연히 그가 원하는대로 되었으니 만족해야만 하지만 사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마이클은 그 과정속에서 벌어진, 자신만 모르는 일들에 경악하게 됩니다. 도대체 마이클에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으며 그는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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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클릭]은 다소 황당스러운 소재를 내포한 코메디 영화입니다.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지만 단순히 코메디 영화라고 한정짓기엔 드라마적인 요소가 오히려 더 강합니다. 일만은 생각하며, 성공을 꿈꾸는 마이클이 신비의 리모콘을 만나면서 자신의 성공신화를 눈깜짝할 사이에 이루지만 그 성공의 뒤안길에 숨겨진 많은 사연들이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입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코메디로 흐르지만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성공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린 미래가 배경이 되면서 영화는 갑자기 진지해집니다. 마이클은 비록 남들에게 존경받는 위치에 오르지만 그의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올랐는데, 자신이 바라던 대로 되었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마이클은 자신이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리와인드해봅니다.  

 

그 과정속에서 보여주는 아담 샌들러의 모습은 과연 저 친구가 아담 샌들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성공만을 기억할 뿐, 그 과정은 전혀 기억못하는 마이클.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가족을 소홀히 해왔는지에 마이클은 눈물을 흘립니다. 분명 아담 샌들러의 변화된 모습이라 할 수 있으며 그외에도 크리스토퍼 월큰, 아내로 나오는 케이트 베킨세일, 그리고 마이클의 상사로 나오는 데이빗 핫셀호프, 제닌역의 제니퍼 쿨드리지, 숀 애스틴 등 조연들의 연기도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명성은 얻었지만 주위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마이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들을 꼽으라면 아들로부터 아버지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그날로 돌아간 마이클. 일때문에 임종도 못하고 사무실에서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았는데, 철저하게 무시해버리는 자신의 모습에 너무나도 화가 나는 마이클. 하지만 아들아, 사랑한다라는 말을 남기며 나가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계속 리와인드하면서 저도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모습은 이 영화의 가장 뭉클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또한 아들에게 반드시 신혼여행을 가라고 병든 몸을 이끌면서 빗속에서 신음하는 모습 또한 무척이나 인상깊은 장면입니다. 아니, 그동안 연기를 잘한다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있었던, 왠지 대충대충 편하게 연기하는 듯한 이미지의 아담 샌들러가 저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그 와중에도 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빌(숀 애스틴)에서 중지를 세워주는 센스까지. 그리고 마지막, 허구헌날 인형에게 엉뚱한 짓을 일삼는 개를 위해서 암컷을 데려왔을때 흐르는 에어 서플라이의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은 도저히 웃음을 참지못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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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보아 온 아담 샌들러의 코메디 영화들은 왠지 가벼운 느낌이 강한 영화들이었는데요. [첫 키스만 50번째]에 이어서 이번 영화 [클릭] 또한 단순히 웃음을 목표로 한 영화가 아니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영화입니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성공만을 꿈꾼다. 물론 이러한 명제는 크게 잘못되어 보이진 않습니다. 이 세상 대부분의 아빠들이 생각하는 꿈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요. 중요한 건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입니다. 성공도 좋지만, 돈을 많이 벌어오는 것도 좋지만 아내는 남편과의 대화를 원하며 아이들은 자신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원합니다. 물론 이 모든것을 완벽하게 수행한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아니, 내가 누굴 위해서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말이야. 도대체 그런 걸 다 들어주면 일은 언제 하느냐고. 참 어려운 명제입니다. 그렇죠? 극중 마이클이 무조건 모든걸 제껴두고 일만 하는 인물이라면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마이클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갈등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게끔 만들며, 신비의 리모콘을 얻게되자 그것이 현실화되는 것입니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가족과의 불화로 갈등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가족들을 생각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일도 열심히 한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가족이 가장에게 원하는 건 참 단순합니다. 물론 안그런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아내와 아이들은 아빠에게 많은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빠들에겐 일로 인해 쌓일대로 쌓인 스트레스가 조그마한 여유조차 갖게 하질 않습니다. 냉정하게 한번 생각해봅시다. 정말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면, 단지 일만을 생각하지 말고 가족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성공하는 그 순간까지 가족은 기다려주질 않습니다. 정말 우리를 위해서 평생을 일했으니 그동안 소홀했던 거 용서해줄께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록 성공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가족들과 나눴던 소중한 시간들을, 가족들은 영원히 기억합니다. 돈 많이 못벌어서 능력없는 아빠는 시간이 지나면 용서가 되지만 사랑없고, 애정없는 아빠는 평생을 용서가 안됩니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삶의 모든 순간들. 때론 빨리빨리 넘겨버리고 싶고, 때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픈 생각을 하시는 분들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재입니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거나 헛된 미래를 꿈꾸는 것보다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는 것이 멋진 미래를 약속하며 훗날 아름다운 과거로 기억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아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번 귀기울여 봅시다. 인생은 절대로 리와인드되지 않습니다. 뭉클한 감동과 함께 소박하고 유쾌한 웃음이 있는 영화 [클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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