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초컬릿 상자와 같은거야. 다음에 무엇이 잡힐지 아무도 모르거든.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돈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이기에 돈이 많은 사람이 가장 행복할까. 하지만 얼마 전 7,000억이 넘는 재산을 가진 모 재벌가의 딸이 자살하는 걸 보면 돈만 있으면 무조건 행복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 위에 군림하며 남들보다 더 대접받고 돋보이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가장 행복할까. 하지만 그것 역시 큰 힘에는 반드시 큰 책임이 따르기에 스파이더맨처럼 골치아프고 실제로 욕만 들어먹는 일들이 더 많은 것 같아 기대하는 것 만큼 행복해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것들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게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사실 나도 이렇게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결국은 먹고 살기 위해서이고, 그런 먹고사는 문제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항상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 생각들에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온통 돈과 권력에 미쳐있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돈과 권력이 행복의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에 해당된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즉, 돈이나 권력은 행복과 큰 관계가 없다. 행복은 늘 우리들 마음 속에 있기에 지금 자신의 욕심에 의해 가려진 마음 속 행복샘을 찾기만 한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가 있는 것이다. 신은 그만큼 인간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 스스로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그런 행복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것이고 지금은 서로 간의 질투심으로 인해 내 눈앞에 보이는 남보다 더 나아야지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물론 그건 행복이라기보다는 그냥 욕심의 뒷모습일 뿐이다. 결국 행복이란 감정도 나란 존재를 인식할 수 있어야 느낄 수 있기에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큰 행복이지만, 욕심과 질투에 사로잡힌 인간에게 그런 근원적인 행복은 지금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란 참 골치덩어리다. 자아를 인식하며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그 행복을 알아보는 사람은 60억 인류 중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은 참 "바보"다.
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아이큐 75의 아주 적당히 모자라는 한 바보에 대한 얘기다. 그는 어릴 적 부터 친구들에게 바보라고 손가락질 받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달리기여서 항상 열심히 뛰었지만 그런 자신을 세상은 오히려 멍청하다고 놀렸다. 또 월남전에 참전해 사선을 넘나드는 전투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처지를 그다지 괴로워하지 않았고,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마약에 찌든 폐인 생활을 해도 그는 항상 그녀만을 바라보는 바보같은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에겐 이 모든 일들을 어머니 말씀처럼 인생이란 커다란 초컬릿 상자 속에 들어있는 모양과 맛이 서로 다른 초컬릿이라고 생각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늘 즐거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와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고 있는 아주 똑똑한 우리들은 지금 어떤가. 우리는 다들 똑똑해서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바보라는 소리도 듣지 않고 살았으며, 한 순간이라도 다른 이성과 사랑에 빠지거나 일탈을 행하는 그나 혹은 그녀에게 변함없는 사랑은 고사하고 너그럽게 용서해 줄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한 수 더 떠 우리는 때로 극 중 포레스트처럼 순진한 사람을 속여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뺏아 자기 것으로 할 정도로 훌륭한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우리가 지금 행복한가. 우리에게도 과연 인생이 초컬릿일까. 물론 우리들 인생이 이것 저것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쓰레기인 쓰레기통이란 얘기는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은 만물상이 아닐까. 어떤 때는 달콤한 초컬릿이 잡히고, 또 어떤 때는 손이 더러워지는 쓰레기를 집을 때도 있는.
다만 내가 본 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우리들 인생이 항상 초컬릿 상자일 수 있는데 우리 스스로 행복으로 가득찬 초컬릿 상자를 던져 버리고 오로지 쓰레기통에서 다이야몬드만을 찾아헤매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것은 곧 주인공 포레스트(톰 행크스)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역사의 장면들 속에서 헤메지만 별 관심없이 지나치는 모습을 통해 그런 것들이 - 돈이나 권력 또는 명예가 뒤엉킨 역사의 현장 - 행복과는 전혀 무관하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돈이나 권력 또는 명예 앞에서 불행해져갔던 사람들에 비해 포레스트는 항상 행복했던 것이다.
"왜 죽어요? 엄마.."
"그냥 때가 된거야. 무서워 말거라 아가야.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일 뿐이란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야. 나도 몰랐었지만 난 네 엄마가 될 운명이었단다. 난 최선을 다했어요.
난 네가 네 운명을 만들어 나가리라 믿는단다. 신께서 네게 주신 걸로 최선을 다해 살거라."
"제 운명이 뭐예요.? 엄마.."
"그건 너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것이란다.
인생은 초컬릿 상자와 같은 거란다. 포레스트.. 열기전까지는 뭘 집을지 알 수 없어."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생명체 중 자아를 인식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우리 인간들 뿐이므로 - 물론 이것도 우리 인간들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 항상 행복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그렇게 행복하지가 않다. 돈을 많이 벌어도 그 행복이 그다지 오래가지 않으며, 높은 자리에 올라도 마찬가지다. 또한 사랑을 하면 행복해질거라 착각하지만 욕심으로 가득찬 인간과 인간이 마주치며 부대끼는 일이 뭐가 그리 행복하겠는가. 상처나 부담으로 얼룩질 지언정 그저 눈앞에 놓인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사랑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럴까. 우리는 왜 불행한 것이고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 건 도대체 누구일까.
포레스트는 평생 엄마의 말씀을 잘 들었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또한 오로지 한 여자만을 평생 사랑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처럼 지식이나 돈에 대한 욕심이 많아 그것으로 자신이 우월하다고 착각하지도 않았고, 복잡하게 생각을 꼬아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지도 않았으며 어머니가 돌아가시거나 사랑하는 제니가 자신을 떠났을때도 어머니가 하신 말씀처럼 오히려 그것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는 비록 바보였지만 자신에게만은 인생이 초컬릿 상자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삶의 한 부분이었기에 어떤 것이 손에 잡혀도 항상 초컬릿처럼 달콤한...
"포레스트.. 베트남에서 무서웠어?"
"음.. 잘모르겠어. 어떤 땐 오래 내리던 비가 멈추고 별이 나타났어. 정말 멋었었지. 해가 지기
전에 바유라바트로도 멋있었어. 항상 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어. 산에 있는 호수도 멋졌어.
너무나 맑었어. 제니. 꼭대기에서는 마치 하늘이 두개가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사막에서는
태양이 뜰때 천국이 끝나고 세상이 나타나는 것 처럼 보여. 너무 아름답지."
"너랑 같이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같이 있었어. 제니."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을 꼽으라면 난 아마 역사에 기리 남았던 위대한 야심가들이라고 생각한다. 나폴레옹, 알렉산더, 징기스칸, 히틀러 등... 야망이 몹시도 컷던 사람들. 그것이 욕심인지도 모른채 꿈이나 야망이란 말로 포장된 끝도 없는 신기루에 사로잡혀 평생을 살았던 사람들. 그들이 과연 행복했을까. 행복은 곧 자기 안에 있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찾는 것이기에 그것을 권력이나 돈처럼 밖에서 찾고자 했던 야망이 지극히 컷던 그들은 행복에서 더욱 더 멀어져만 갔던 것이 아닐까.
얼마 전 출근하기 싫어 짜증이 뼈속까지 파고들던 어느 화창한 휴일 정오에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했던 적이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숲속 도로를 지나면서 난 차창너머로 보이는 밝고 화창한 초여름의 풍경과 대화를 나눴다. 하늘에 떠 있는 흰 색 뭉게구름과 차창 너머로 펼쳐진 초록색 나무들, 그리고 머리결을 비집고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난 내가 가진 것이 지금 얼마나 많은가를 세삼 느끼게 됐다. 내겐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들 중 오직 인간들만이 미쳐있는 돈과 권력만 없을 뿐이지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멀쩡한 신체, 그리고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수 있는 내 따뜻한 심장이 있었던 것이다.
"네가 토요일 아침에 죽었잖아. 그리고 널 여기 우리 나무 아래 묻었어. 엄마는 항상 죽음이
삶의 한 부분이라셨어. 제니...난 잘 모르겠어. 엄마가 맞는지. 댄 중위님이 맞는지.
잘모르겠어. 우리가 각자 운명이 있는지.. 아니면 우린 그냥 우연한 바람같은 것인지.
난 둘다 맞다고 생각해.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