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러브레터를 100번 정도 봤다하면 "뻥치지마"라고 다 비웃는데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99년 하고도 11월 26일. 다음해 1월 3일쯤에 불법비디오를 구해서 그해 4-5월까지 매일 한번씩 봤으니.... 그리고 또 그 이후도 드문드문.. 한해에 못해도 네 다섯번 정도 끝까지 봤으니 얼추 계산하면 100번이 넘을지 모른다.
뭐, 내가 러브레터를 많이 봤다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나는 러브레터를 좋아한다. 아니. 빠져있다. 아니, 그건 내 삶이다. 그렇기에 나는 영화관에 갈 때마다 러브레터를 먼저 본걸 후회한다.
"이제 눈 감기 전에 러브레터만한 감흥을 줄 영화를 만날 기회는 안녕이구나!"
원피스에서 루피가 악마의 열매를 먹고 가공할만한 고무고무파워를 얻은 대신, 바다의 저주를 받아 맥주병이 되었듯이 나 역시 러브레터를 보며 [지구 최후의 날]이 내일 모레도 한 치의 부끄러움과 아쉬움 없이 손에 꼽을 영화 하나를 보았으니 후회는 없지만, 대신 영화관에서 러브레터만한 감동을 다시 느끼기에는 글렀다. 러브레터를 보고 난 뒤 영화관을 찾았을 때, 그전에 들었던 뭔가 두근두근한 그런 느낌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러브레터와 비슷한 종류의 영화가 나오면 괜히 설렌다. 이거 러브레터 삘 아니냐고. 그래서 러브레터만큼 재미있는 [미안하다. 글분량상 러브레터를 고작 재미있는 정도의 수식어로 그친 것을] 로맨티끄 영화를 기대한다. 거기에다 일본영화면 기대!,거기다 이와이순지 감독 혹은 관련이라면 최고!! 그래서 나는 무지개여신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비교가 무지개여신이라는 영화에게 약간은 기분 나쁜 비교일지도 모르나 어쩔 수 없다. 너는 태생적으로 러브레터 동생인 것이다. 물론 형만한 아우가 없기에 애당초 니가 러브레터를 능가 할 수 없을꺼라고 이미 접었지만.
무지개여신은 시작부터 러브레터의 느낌이 전해온다. 연인의 죽음. 그리고 초상집.. 러브레터도 이츠키의 추모 2주년이었지. 근데 더 흡사한 건 러브레터도 그랬고, 무지개여신도 그랬고 이 영화에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연인의 죽음에 관해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무표정한 모습들이었다. 러브레터야 이미 죽은 지 2년이 지났다고는 하나. 토모야[무지개여신 남자주인공]은 글쎄.. 뭐라고 할까 먼저 죽은 아오이에게 미안한 듯한, 그리고 조금 대하기 힘들어 하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제대로 문상도 안하고, 바쁘다고 먼저 갈려고 하고 그는 왜 그렇게 초조해 보이는지. 물론 영화를 계속 보게 되면 그 이유를 알게 되겠지만.
무지개여신의 토모야는 흡사 러브레터의 여자 이츠키 같다. ※그런 간지[?]이다. 덤벙대고, 혼자서 끙끙 않고 정말 러브레터의 여자 이츠키가 다시 태어나 조금[?] 멍청해진다면 이럴까? 그렇기에.. 나중 슬픔을 알게 되는 토모야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러브레터의 이츠키는 그래도 제 할일 다하고 씩씩하게 살고 있지만. 여기의 토모야는 아오이[무지개여신 여주인공]없이는 취직하나도 제대로 못한다. 토모야는 여성분의 입장에서 볼 때 모성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녀석이다. 좋게 말해서 모성본능이지. 나쁘게 말해 자기 맘에 안 들면 스토킹하고 외모로만 여자를 판단하고 어째보면 썩 마음에 안 드는 녀석. 이런 토모야를 아오이는 뭐가 좋다고.. 막말로 아오이는 학교에서 영화부 감독으로 일할정도로 당차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한다. 직장생활도 곧 잘해서 직장선배로부터 좀 더 넓은 세계로 가서 네 꿈을 펼치라는 조언도 들을 정도로.[그러나 이 조언을 한 선배는 자기가 이런말을 한 사실도 모르는 게 대략 OTL]하지만 그런 그녀도 맺고 끊고를 못 하는 게 있으니 그건.. 그녀만이 간직하고 있는 무지개..바로 토모야.
영화예고편이 아니었더라면 아오이가 토모야를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도록 영화 안에서 철저하게 토모야와 아오이는 친구관계 이상의 뭐라고 할까 썸씽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 둘의 만남도 경찰서에 관련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고. 하지만 그 둘이 서로를 이용하고 또 이용하며 미운정이 들었을 때.. 이 영화의 제목 그대로 무지개가 펼쳐 보이며 둘의 관계를 예고한다.
무지개는 그렇다.쉽게 볼 수없는 존재다. 무지개를 보려면 반드시 비가 내려야한다 비라는 존재.. 문학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그렇고, 다가올 비극과 슬픔을 예고한다. 영화 무지개여신은 그 제목 그대로.. 비가오고 난 뒤 어렴풋이 보여 지는 무지개.. 그렇기에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쉽게 보이지 않으며 또한 흔하게 존재하지도 않는다. 마치 토모야를 좋아하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는 아오이 처럼.
하지만 그런 아오이도 점점 지쳐간다. 그저 꿈 많았던 대학시절이야 짝사랑이라는 자기만의 비밀로 견디고 두근거렸겠지만, 이놈의 사회생활은 그렇지 않다.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마냥 토모야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견디기에는 힘들다. 무지개여신에서 유일하게 러브레터의 느낌이 나지 않는 부분이라고 할까나? 무지개 여신에는 러브레터에서 간과했던 현실이라는 벽을 보여준다. 아오이의 미국 유학관련과, 토모야의 연상 여인과의 동거에서 빚어지는 자기만의 사랑의 한계... 그런 것을 보여주면서 이 둘의 사랑이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것은 나중의 슬픔을 만든다.
"우리 청춘은 왜 이 모양일까? 그냥 우리 사귈까?"
이 말에 아오이는 잠시 설레지만 토모야의 진심이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슬펐던 장면. 남자와 여자사이에는 냉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연애의 교과서가 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해버렸으니, 짝사랑에 지친 아오이에게 토모야의 이 장난 섞인 말은 죽음보다 더 가혹할지도 모른다. 아오이가 술주정을 빙자하며 토모야에게 거친 빽[?]태클은.... 이미 토모야가 아오이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주었기에 당해도 싸다라는 아오이를 동정하는 감정과, 이런 식으로 밖에 마음을 표현할 수없는 아오이의 미련과 답답함..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감싸 안으며 아직도 남아있는 이 아오이의 가슴 아픈 짝사랑의 여운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러브레터에서 “오겡끼데스카“를 외치는 히로꼬의 마음이 좀 더 현실과 그의 연인이 살아있을 때 그에게 던지는 투정과 애증이 보여 지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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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은 헤어지고 만다. 그러면서 혼자 남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토모야는 직장에서 매일 깨지기 일 수. 그러다 아오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영화는 그리고 이 영화의 리뷰는 내가 처음 이야기 했을 그 당시로 돌아간다. 죽은 아오이 집에서 뭔가 미안함이 남아 버벅 거리는 토모야의 모습, 이제 이해 할 수 있겠지? 토모야가 왜 그토록 친하게 지낸 아오이의 집에서 가장 슬퍼해도 모자란데 가장 덤덤하게 그리고 빨리 그곳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지. 아무리 바보천지 토모야라고 해도.. 아오이의 죽음으로..뭔가 자기 마음속에서도 끊어 오르는... 아오이의 대한 감정...무지개처럼 비가 오고 난 뒤야 비로써 보이는 그런 감정을 느꼈을 테니깐. 많이 늦어버렸지만.
그러면서 러브레터의 마지막 [도서카드]처럼 아오이의 [러브레터]는... 너무 뒤늦게 와 버렸다. 남아있는 자에게 평생 가슴 시릴 아픔과 또.. 자기를 좋아해주었다는 고마움을 남긴채. 영화상에서 단 한 번도 찡그리거나 슬픈 표정을 짓지 않은 토모야의 눈물이 처음으로 보인다. 녀석도 알고 있었을껀데.... 왜 러브레터의 도서카드처럼.. 너무..너무 뒤늦게 와버린.. 이 편지와 휴대폰은 눈물 외에는 쉽게 받을 수없는 그런 것들이었다.
러브레터의 마지막의 이츠키는 도서카드에 담긴 뒤늦게 온 ※"작은 행복"을 알아채버리면서 당황스러움과 남자 이츠키의 마음을 알아버린 설레임과 고마움....그리고 이제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그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이 교차하며 그저 책을 자기 가슴에 부둥켜 안고 애써 눈물을 참아 있는 모습으로 끝낸다. 그래서 러브레터를 정말 가슴 깊게 본 사람이라면..마지막의 이츠키를 보면서. "너도 끝내 알았구나! 근데...."하면서 둘의 마음을 알게 된 관객의 입장에서의 기쁨과 미소사이로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나는 러브레터를 처음 봤을 때 막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데 바보스럽게 웃음도 멈추지 않는 정신나간[?] 모습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무지개여신의 마지막은 이와 좀 다르다. 물론 비슷한 느낌과 감정은 살아있다. 토모야도 뒤늦게 도착한 아오이의 러브레터를 보며 미소사이로 눈물을 흘리는 건 마찬 가지니깐.근데 영화 마지막 벤치에 혼자 앉아 무지개가 찍힌 사진을 보며 씁쓸하게 있는 토모야를 보면서.. 러브레터의 마지막과는 다르게 토모야가 무척 쓸쓸하고 안 되게 보인다. 그 녀석 자체가 워낙 덤벙되는 녀석이기에 이제는 그를 마지막까지 좋아한 아오이가 없기에 드는 측은함도 들지만.. 그런 마지막 장면이 오기 전까지 토모야가 사회와 기타 인간관계에서 당했던 에피소드들이 힘들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불쌍한 느낌까지는 아니다. 그저.. 뒤늦게 알아 채버린.. 것도 꼴에 남자 자존심이라고 끝까지 눈물을 안 보일려고 했던 그가.. 참을 수없는 눈물을 흘리고 아오이의 러브레터에 뒤늦게 아오이의 마음과 자기의 마음을 확인했기에 더 슬픔의 배가 되는 것이라고..근데,
내가 말했잖아..
무지개는 그런거라고.......비가 온 뒤이야......... 그때서야 비로소 보인다고. ..이런 가슴아픈..짝사랑은 이루어질수없
고.. 뒤늦게서야 상대방이 알아 더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수 없어..무지개니깐.......... 비가오지 않으면.. 슬픔이 있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그건..
근데..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없는 그 광경....평생 내 기억 속에 남을 그 광경.........
잡을 수 없고 흔히 볼 수 없지만 무지개 그리고 무지개를 보며 떠오르는 아오이 너의 얼굴.
그 모습만큼은....... 배터리가 방전되든..내가 또 사회에서 욕을 듣든..........
토모야 이 녀석은.. 끝까지 너를 기억 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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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끝나고 난뒤 흐르는 영화 무지개여신의 주제곡 Rainbow song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우리가 쫓아 다니고 찾아 다닌 모든 것들은 점점 퇴색되어가지만 사라지지 않는 무지개는
가슴속에 담아두었으니 우리 꿈은 이루어 질거야 지금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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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지구 최후의 날"에 다시만나...
-니가 보내온 러브레터를 뒤늦게 보며 토모야가......
※그런 간지:아오이가 토모야에게 자기동생에게 말걸지말라고했는데 토모야가 말을 걸고나서 아오이가 동생이랑 이야기했냐고 묻자"대충그런느낌?"이라는 대사.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웃겼던 대사.
※작은행복:러브레터의 그 엽서 나오는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 영어로 small hapine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