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중화사상의 오만함

힘내라지성 작성일 07.06.06 13: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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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모의 '영웅'....대학교 2학년때 극장에서 봤었죠. 학교 선후배 들이랑

 

전 원래 짱깨영화들은 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별로 기대안하고 봤습니다만

 

이럭저럭 화살 보는 재미(?)로 봤습니다. 정말 아무생각없이 본 영화였습니다만

 

타율적으로 생각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설날에 아부지랑 함께 티비에서 해주는 영화들을 보고 있었는데

 

영웅을 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뭐 저는 본 영화 또 보고  본 만화 또보는데에 별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은터라

 

끝까지 봤습니다.

 

그런데 아부지께서 끝까지 보고 나서 제게 이 영화를 엄청 욕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쓰레기 같은 영화였다....하고

 

저는 두번째 보는 영화인지라 약간의 애정(?) 비슷한 것을 품고 이 영화를 옹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않다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천하' 응? 얼마나 크고 멋진가?

 

아부지 주장은 이러했습니다. 이 영화는 무척 정치적이다. 천하를 위해 자신의 목적(즉 진왕의 암살)을

 

포기하고 하나둘 죽고 떠나는 검객들은 현재 중국내에서 하나의 중국을 위해 부당하게 희생당하고 억압당하는 소수민족

 

예컨데 티벳 같은 나라들과 다름아니다. 진왕의 천하를 위해 모두가 죽어줘야 되고 희생해주어야 대업을 이루는 것인가

 

그리고 애초에 진왕이 저렇게 천하를 위한다는 말은 구실에 불과하다 등등등

 

.....그러고 보니 그런것 같았습니다. - _ - ;;;; 젝일

 

 

 

 

1. 이 영화에서 명시적으로 강조하는 '천하' 라는 가치가 과연 중요한 것인가?

 

중요한 것 같지만 - _ - 사실 '천하'라는 것은 무척 추상적이고 뜬구름잡는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당시 확고한 중앙집권체제가 지방구석구석까지 뻗어있지 못한 춘추전국시대에서 천하라는 말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영주와 군주들 사이의 패권, 헤게모니 정도의 의미일 뿐, 위민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곡해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실제로 진시황(진왕)은 한비자의 추종자였지 공자의 사상을 따른 군주가 아니었죠

 

실제로 진나라 천하가 왔을때 중국인들은 혹독한 학정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마치 - _ - 진시황이 중국인민을 무지무지무지 아껴서 어렵사리 전쟁을 일으키고 한 것처럼

 

묘사가 되어있더군요. 뭐 영화속 표현의 자유라지만 역사적 왜곡으로 보입니다.

 

또 아까 이 영화속에 나오는 '하나의 중국(즉 천하)' 이데올로기는 저희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우리의 신경계를 자극해주시는 동북공정 문제와도 맡닿아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중국이 고구려사를 확정적으로 집어삼켰다고 가정해봅시다. 한국인으로서는 억울하고 짜증나는 일

 

이지만  '영웅'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중국인들은 아마 모래밭에 한문으로 '천하' 두글자를 그려놓고 우리에게

 

천하(대업 = 중국 = 중국역사로의 편입 = 혹은 속국화)를 위해 소(소소한 것 = 한국, 고구려사 = 자주성 등등)를

 

기꺼이 포기하라고 할 것입니다. 마치 영화속에서 진왕 암살을 포기하는 자객들 처럼 말이죠

 

물론 이 영화의 메시지를 다소 극단적으로 풀이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참 무서운 일입니다.

 

이런 영화를 한국사람들 수십만명이 돈주고 봤다는 것은(물론 저도 그중 하나.... 아놔.....)

 

참고로 이웃나라 일본에서 외국영화 중에서 최다관객 동원 기록을 가진 영화가 바로 '영웅'이라더군요(확실치는 않습니다만)

 

 

2. '영웅' 이후 장이모의 행보

 

영웅 이후 장이모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이와 유사한 '황후화'같이 대작역사액션을 만들게 되고

 

황후화 같은 경우도 '영웅'처럼 노골적으로 중국만세를 외치지는 않지만 어떤 선전적인 의미,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장이모 영화에서 나오는 중국의 과거는 무척 아름답고 우아하게 꾸며져 있지요.... - _ -

 

황후화에 나오는 황금갑옷을 입은 십만대군이라던가 - _ - ;;; 실제 역사속의 중국과는

 

10만광년의 거리가 있는 중국의 모습이 영화속에 담기고 있습니다.(그에 비하면 우리 사극들은 매우 양호한것 같습니다)

 

과거 작은 소재로 걸작을 창조해내던 장이모 감독은 현재 중국산 블럭버스터 제조기로 변모한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경쟁하는 외국영화의 개봉을 막아주기까지하는 중국 정부의 물심양면 지원속에서 새로 만드는 영화마다

 

중국 최다관객수 경신을 꼬박꼬박 찍어주고 계시구요

 

하지만 그닥 대단해 보이지는 않군요

 

 

 

 

3. 개인적 희망

 

아부지에게 그런 비판을 듣고 저는 장이모 감독의 영화 뿐만아니라 중국형 역사 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나오는 영화들이

 

전부 싫어졌습니다 - _ - 그래서 아예 안봅니다(황후화의 경우 십만대군의 몰살장면만 봤습니다)

 

뭔가 영화에 억지로 메시지를 담아야 하고 교훈을 줘야 하고 뭔가 남는게 있어야 한다....이거 아닌거 같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신기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이런 건

 

 일본영화들이 갖고 있는 장점이죠 소소한 이야기의 재미)

 

전 개인적으로 진시황 암살(미수)사건을 영화화 할 거면 '형가 이야기'를 영화화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렸을때 고우영의 십팔사략에서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보고 다시보고 한 기억이 나는데

 

그 이야기를 영화화했으면 정치적으로도 중립적이고 영화도 더 드라마틱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형가 이야기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이것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지라 ^^ ;;)

 

 

 

 

 

4. 결론

 

영웅.....생각보다 안좋은 영화입니다. 가끔 '영웅' 이 걸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있으면 뜯어말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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