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역사전쟁영화, 킹덤 오브 헤븐(재탕)

힘내라지성 작성일 09.01.24 01: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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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역사전쟁영화, 킹덤 오브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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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오브헤븐은 출시되자 마자 흥미본위의 관점에서 받아본 기억이 납니다. 아, 뭐 리들리스콧

감독이 만든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액션블럭버스터로구나(참고로 리들리스콧 감독은 2000년에 글레디에이터를 만든 바 있음)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봤었는데....생각보다 스펙타클한 장면이 안나오더군요. 그래서 인내심을 잃고 막 돌려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반지의 제왕, 글레디에이터 같은 웅장한 액션신은 그닥 없었습니다. 뭐야. 아랍 전사들과 십자군들이 치고 박고 피튀기는 장면이 적어도 한 20분은 나와야 되는거 아냐? 솔직히 웅장한 액션신이라고는 막판에

 발리옹이 이끄는 예루살렘 수비대와 살라딘 휘하 아랍군대 20만이 공성전 잠깐(영화의 전체

길이에 비해)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십자군 기병대와 사라센의 격돌? 그딴 거 없더라!! -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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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저는 우연히도 킹덤오브헤븐을 PMP에 넣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 영화가 대단한 영화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부분도

많았죠. 예컨데 에바그린이 연기한 공주는 초반에 벨리옹을 좀 꼬시는척 하다가 영화

중후반부에는 급버로우합니다. 또한 갑자기 극이 확 튀어오르는 전개가 많아서 좋은 영화긴

하지만 완성도가 약간 아쉽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 _ - 킹덤오브헤븐 감독판(무려 4CD!!!)를 보고나서 저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아 - _ - 지금까지 이 영화에 품은 의심과 회의를 무색케 하는 그 퀄리티며.....

스토리....... 마치 리들리스콧 감독이 저에게 직접 '전쟁씬 찾으려고 돌려본 찌질이 색휘에게는

 내 영화의 평가를 불허하노라...'라고 꾸짖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1. 킹덤오브헤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독특한 설정들)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어떤 분들은 이 점에서 무척 실망하고, 또 어떤 분들은 이 점에서

이 영화에 찬탄하게 됩니다. 바로 헐리웃의 관습적인 영화문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헐리웃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영화의 전개는 대충 감이 잡히죠. 인물들만 봐도 전형적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앞으로 누가 죽을지 어느 정도 각이 나옵니다. 그래서 반전영화를 제외한

헐리웃 액션영화를 보는 경우에는 그 결말이 관객의 눈에 이미 나와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킹덤오브 헤븐은 이런 관객들의 예상을 깨버리는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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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벨리옹을 찾으러 온 아버지와 그를 따르는 기사들, 딱 봐도 뭔가 있어보이는 전사

들입니다. 원래 보통의 헐리웃영화였다면 아마도 아버지는 벨리옹에게 훌륭한 본보기를

보이다가 적의 수장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벨리옹의 눈앞에서 멋지게 죽어줘야 합니다.

또 아버지 휘하의 기사들은 아버지 사후에도 벨리옹의 왼팔 오른팔로서 요긴하게 쓰이겠죠.

마치 반지원정대의 레골라스, 김리 처럼 말이죠. 전투에서는 분명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벨리옹을 도와줄 것이 명백한 캐릭터들입니다. 하나는 활의 명수, 하나는 백병전의 달인

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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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리옹의 아버지 고프리의 기사들, 뭔가 있어보이지만 이제 곧 죽은 목숨이다 - _ -;;;)

 

 

하지만 이 영화상에서 이 기사단의 90%는 첫번째 전투에서 죽어버립니다. 0 ㅁ 0 ;;;;; 결국

벨리옹은 몇 안되는 측근들과 함께 예루살렘에서 이런 저런 사건들을 겪어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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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예루살렘에 도착한 벨리옹, 보통이라면 바로 벌어질 사라센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워서 이름을 드날려야 하는데요. 실제로는 자기 영지에 틀어박혀서

관개농업 시설 확충에만 힘 씁니다. 이건뭐....... 그리고 관객들이 바라마지않는 사라센과의

전투는 한동안 나오지 않습니다. 사라센과는 계속 신경전만 벌이고 말죠. 여기서도

 관객들의 기대는 처절하게 배신당합니다. 아마 영화관에서 보셨다면 몇몇분들은 분명 졸

타이밍이죠. 그리고 옆 좌석의 친구에게 '야, 싸우기 시작하면 깨워' - _ -;;;; 할만한 전개

입니다. 분명 이 영화를 디렉터스컷으로 심야에 봤다면 잤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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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영지 이벨린에서 관개농업에 힘쓰는 벨리옹, 아이들의 환한 미소,

평화)

 

 

 

2. 전쟁영화에 전투가 별로 없다!?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가장 볼거리가 될 만한 '십자군 전멸'씬을 생략해 버린

것이죠. 요즘 역사기반의 전쟁 블럭버스터는 집요하게 전투씬을 보여주는데에 집착합니다.

고대, 중세 전사들이 벌이는 대규모 전투씬이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반지의제왕, 글레디에이터,

브레이브하트 등의 영화를 제작한 헐리웃은 이를 익히 잘 알고 있죠. 그래서인지 요즘

대하사극으로 나오는 헐리웃 영화들을 보면 전투장면이 유난히 길고, 잦습니다. 또 전투

장면에서의 비주얼에 집착한 것이 아주 눈에 확 뜨입니다. 가장 그 부분이 노골적인 영화가

바로 '300'이죠. 전투 하나를 가지고 영화 한편을 만들었죠.

 

또 이영화에서 미려하게 페르시아 병사들을 학살하는 스파르타 전사들의 모습을 미화하고

또 게임 동영상 같은 카메라 워크를 선보입니다.  '전쟁은 게임(....이자 돈벌이)'이라는

헐리웃 제작자의 말이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이런 영화들을 보는 관객들도 대부분 이런

점을 기대하고 표를 구매합니다. 반지의 제왕 3편에서는 오크대군 10만이랑 붙는다더라....

식으로 말이죠. 저도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 마찬가지 심정이었습니다.

뭔가 스펙타클을 보자! 라는.....


최근의 전쟁영화들은 흥행을 위해 전투장면을 남용하고 있고 이를 그저 오락거리로서

관객들에게 제공합니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전쟁은 볼거리'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하죠.

관객들은 더 멋있게 더 짜릿하게 더 많이 상대를 죽이는 장면을 보고 열광하고 더더욱

말초적인 전투장면을 보길 원하게 됩니다. 그런게 가장 잘나타나있는 장면이 반지의 제왕

3편에서 레골라스와 김리가 벌이는 누가누가 많이 죽이나 내기입니다. 이 장면은 심지어

유쾌하기까지 합니다. 자이언트 코끼리를 레골라스가 우아하게 잡아내자 김리가 '그것도

한마리로 밖에 안쳐줄거야!'하는 장면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웃음이 터져나왔었죠.

 

게다가 최근 전쟁영화, 액션영화에는 유달리 신체절단 장면이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_ - ;;

 

그런걸 보고 좋아하는 인간의 심리란...모르겠군요. 과연 우리가 정말 계백장군과 결사대로

황산벌에 투입된다고 가정하면 기분이 어떠할까요. 킹덤오브헤븐은 이런 전쟁영화에 익숙하고

말초신경 자극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문화를 가진 자들과

얼마든지 타협하고 공존할 수 있다. 왜 굳이 서로를 죽이려고 싸워야 되지? 라는 물음을  

던지면서요.

 

리들리 스콧 감독은 관객들과 제작자가 가장 기대할 만한 장면을 과감히 싹둑 잘라버립니다.

전투의 초입 부분과 전투가 끝난 시체더미와 까마귀들만을 보여줄 뿐이죠. 그 생략의 효과란

생각외로 엄청납니다. 많은 것을 함축해주죠.

사실 전투 장면 전에 이 전투는 응당 패할 수 밖에 없는 전투라는 것을 명시합니다. 따라서

결과가 뻔한 전투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극의 전개상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죠.

보통의 감독과 보통의 제작자가 흥행을 노렸다면 이 장면은 반드시 넣었어야만 하는 부분

(적어도 한 20분은 할애했어야 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 거장은 극의 완성도를 위해

눈요기꺼리를 포기합니다. 그의 과감하고도 놀라운 선택에 박수를!

 


 (싸우기도 전에 지쳐버린 십자군들....그들의 운명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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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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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겁게 막을 내린 전투.....이리저리 전장을 수습하러 다니는 사라센 병사들과 화면 왼편에 불타버린 십자가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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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센군이 철수한 전장에 도착한 벨리옹. 그들을 반기는 것은 십자군의 시체무더기와 까마귀떼뿐....)

 

 

 

 

3. 이 영화에 담긴 메시지


킹덤 오브 헤븐에 나오는 인물들은 두가지 성향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레이놀드 세티용을

위시한 극단주의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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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상대와의 공존, 타협을 거부합니다. 그들은 언제나 전투와 상대방의 완전한 배제만을

원하는 피에 굶주린 십자군이죠. 극중에서는 프랑스 출신 템플러들이 이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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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기어린 인물은 프랑스 출신 기사인 기 드 루지앵...차기 예루살렘의 왕이 될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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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의 조력자....레이놀드 세티용, 피에 굶주린 십자군 장수죠.

 

반면 예루살렘 왕과 벨리옹은 쓸데없는 싸움을 피하려고 하고 예루살렘의 평화를 추구합니다. 그들은 항상 협상으로 상대와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려고 하고 예루살렘왕국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공존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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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대방을 공격할 줄만 아는 급진파 십자군들은 단 한번의 전투로 몰살당하고 맙니다.

반면 남겨진 소수의 수비대로 예루살렘을 방어하던 벨리옹은 살아남게 되죠. 그의 마지막

선택은 놀랍게도 살라딘과의 '강화'였습니다. 이 부분도 사실 보통의 전쟁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설정입니다. 대개 우리는 정의의 편, 상대방은 악의 축으로 묘사되고 그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물과 기름같은 관계입니다. 작년에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화제가

되었던 '300'에서 페르시아와 스파르타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죽거나 혹은 죽임을 당하거나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쪽도 사람이고 저쪽도 사람입니다. 비록 이해관계가

틀어져서 서로 싸움을 할지언정 서로를 모조리 죽이는 것은 사실 무가치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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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 타이베리어스. 그는 사실 살라딘과의 평화를 통한 영지에 관심이 있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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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파인 타이베리어스의 푸른색 기사단과 주전파인 기드루지앵의 흰색 템플러의 대립)

 

그래서도 당연히 안되는 일이고요.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아도 중세전쟁은 상대의 절멸을

꾀한다기 보다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배상금 흥정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대방의 왕을 잡아도 몸값을 받고 풀어주는 경우가 허다했죠.

 이 영화는 결국 공존을 택한 벨리옹이 프랑스로 돌아와서 다시 대장장이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막을 내립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영국의 사자왕 리차드가 벨리옹을 다시 예루살렘으로 데려가려고 등장

합니다. 하지만 벨리옹은 거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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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리차드왕은 십자군 원정에서 똥줄타게 싸우지만 결국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쓸쓸이

귀국하게 됩니다. 포로로 잡히기도 했죠) 어쨋든 벨리옹의 선택은 '용감히 싸우다가 마지막

한 사람까지 전사'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싸워서 우리의 위치를 유리하게 한다음 강화에

응하는 ' 것이었습니다. 이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 부분도 보통 다른 전쟁영화의 설정에 익숙한 저에게는 뒤통수를 후려치는 설정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강화하고 끝나는 식의 전쟁영화는 단 하나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 _ -;;;)

 

공성전이 끝나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살라딘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십자가를 말없이 일으켜세웁니다. 이 장면도 많은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었습니다. 종교간의 관용과 공존 가능성을 암시한

장면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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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들리스콧 감독의 마지막 서비스, 예루살렘 공성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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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벨리옹과 살라딘이 택하는 것은 강화협상이다....다른 전쟁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말에 또다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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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고 평화로운 예루살렘의 정경, 결국 진짜 중요한 것은 전쟁과 살육이 아니라 예루살렘 그 자체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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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한 말은 정정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에바그린의 존재이다 - ㅂ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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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어이없게 전멸당하긴 하지만 십자군들의 위용은 자못 대단한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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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루살렘 왕 보두앵의 모습, 그는 문둥병에 걸린 몸으로 예루살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벨리옹의 롤모델이 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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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완소남, 살라딘! 그 또한 의미없는 전투를 피하고자 하지만 상황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4. 작중에서 예루살렘의 의미
이 영화 속에서 흥미로운 점 하나는 '예루살렘'이라는 단어가 참 여러가지 의미로 비유되어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제각각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예루살렘'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발리옹
"예루살렘은 어떤 곳이죠?"  what is the Jerusalem? (살라딘에게 던지는 물음)
발리옹은 자신의 아버지 고프리로부터 인지를 받은 후 자신이 프랑스에서 저지른 죄(살인)를 씻기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출발합니다. 그가 상상한 예루살렘은 뭔가 성스러운 동방의 도시였을 것 같습니다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프랑스만큼이나 세속화되어있는 한 고색창연한 도시와 탐욕에 눈이 이글거리는 십자군 템플러들 뿐이었습니다. 그가 원한 예루살렘은 영혼의 구원을 줄 수 있는 존재였으나 현실의 예루살렘은 전혀 그러하지 못했죠. 그에게 있어 예루살렘은 지극히 모호하고 의문스런 대상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영혼의 구원을 받으러 왔는데 이곳에서는 구원은 커녕 - - ;;; 이상한 프랑스 기사들이 딴죽을 걸고 하니깐... 그래서일까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발리옹은 예루살렘이라는 말을 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살라딘에게 질문을 던질때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보두앵

예루살렘의 위대한 왕 보두앵에게 예루살렘은 그에게 주어진 시련이자 숭고한 사명이기도 합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문둥병에 걸린 몸으로 그에게 주어진 사명을 지켜나갑니다. 그에게 예루살렘은 눈앞의 현실이자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주어진 현실입니다.

 

 

 


시빌라
시빌라는 자신의 오라버니가 물려준 '예루살렘'이라는 거대한 부담을 나름 잘 매만져서 이끌어나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이 보두앵과 마찬가지로 문둥병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맙니다. 그녀에게 있어 예루살렘을 두고 벌어지는 십자군과 사라센의 끊임없는 전쟁은
그녀에게 예루살렘은 그저 부담스러운 비극의 장일 뿐입니다.

 

 


기 드 루지앵
"내가 바로 예루살렘이다." I am the Jerusalem
 기드루지앵의 대사(왠지 루이14세가 남겼다는 유명한 말을 연상케 하는)에서 그가 예루살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집약적으로 드러납니다. 예루살렘은 그에게 있어 권력욕을 채워주는 원천이고 그 권력을 화채하고 있는 기드루지앵 자신이 바로 예루살렘과 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기드루지앵은 자신의 끝없는 권력욕과 전쟁욕구를 채우기 위해 기꺼이 예루살렘을 걸고서 살라딘과 전쟁을 벌입니다. 그에게 있어 예루살렘은 도박판에서의 판돈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타이베리어스
"이제 더이상 예루살렘은 없어" there is no Jerusalem
타이베리어스는 기드루지앵이 이끈 십자군이 살라딘에게 전멸한 현장에서 발리옹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키프러스로 떠나려고 하죠. 타이베리어스는 예루살렘을 자신에게 봉토와 부를 주는 원천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라센 군대와의 전쟁에서 격멸당한 십자군 병사들의 시체는 그가 기대어온 예루살렘이라는 부의 원천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살라딘
"아무것도 아니지. 혹은 모든것이기도 해."Nothing.... everything
살라딘은 발리옹과 강화협상을 맺고 헤어지면서 예루살렘은 무엇인가? 라는 발리옹의 물음에 이렇게 답합니다. 알듯말듯한 선문답 같은 답변을 통해 관객들은 과연 예루살렘이 무엇이기에 영화속 인물들이 러닝타임 장장 4시간에 달하는 동안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 했는지 문득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최근 가자지구 공습을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치인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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