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화, 절대권력의 막장쇼(스포있음)

힘내라지성 작성일 07.06.16 23: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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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화'

 

제가 군에 있을 때 황후화가 개봉을 했습니다. 당시 - _ - 한창 휴가를 못나오던 터라 이 영화를 보고 싶었음에도

 

볼 수가 없었죠. 결국 받아놓고는 전투장면만 보고 다 봤다 ~ 하고 접어둔 채로 있었습니다만 오늘 이렇게 다

 

보고서 심심한 나머지 리뷰를 씁니다.

 

내용은 하도 복잡해서 생략합니다.....- _ - 이해되게 쓸 자신이.....

 

 

 

 

 

1. 인상깊었던 장면들


이 영화에서 노골적으로 강조한 소재 몇가지 : 중양절, 국화, 황후가 수놓은 국화문양 등등

 

처음부터 부왕(주윤발)은 걸왕자와 검투를 합니다.


천지만물은 짐이 너에게 주어야 네 것이 된다는 말을 하면서....여기서 이미 반란은 암시됩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 중의 하나, 궁중의 가신들이 일사불란하게 약재를 섞어 탕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무슨 약을

 

만드나 했더니 이게 다 왕의 권좌 및에 넣어 몸에 좋은 증기를 내기위한 것이었습니다. 아놔......

 

 

네이버에서 찾아본 중양절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합니다.


{ 음력 9월 9일을 이르는 말. 중구(重九)라고도 한다. 9는 원래 양수(陽數)이기 때문에 양수가 겹쳤다는 뜻으로

 

중양이라 한다. 중양절은 제비가 강남(江南)으로 간다고 전하며, 이 때쯤 되면 제비를 볼 수 없다. 이 날은

 

유자(柚子)를 잘게 썰어 석류알, 잣과 함께 꿀물에 타서 마시는데 이것을 ‘화채(花菜)’라 하며 시식(時食)으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또 이 날 서울의 선비들은 교외로 나가서 풍국(楓菊) 놀이를 하는데, 시인

 

묵객들은 주식을 마련하여 황국(黃菊)을 술잔에 띄워 마시며 시를 읊거나 그림을 그리며 하루를 즐겼다.

 

각 가정에서는 ‘국화전(菊花煎)’을 부쳐 먹는데 3월 3일에 진달래로 화전을 만드는 것과 같다. }

 

  이 영화에서 소개되는 중양절의 의미는 군신과 부자가 서로의 예의를 알고 규칙을 지키며 화합하는 날 정도입니다.

 

엄청난 아이러니죠. 그 이야기를 하고 앉은 자리에는 화합은 커녕 역심과 견제, 불안의 기운만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부왕은 자기 마누라에게 독배를 탈탈 털어 마시라고 강요하죠. 아들들은 다들 부왕을 무서워하죠.... 아들 셋의 눈에는

 

부왕에 대한 두려움이 ㅎㄷㄷㄷㄷㄷㄷ(단 걸왕의 눈에는 부왕에 대한 반항심이 같이 서려 있지요)
 
자신의 아들들을 경계하고 견제하는 부왕의 모습은 얼핏 그리스신화의 크로노스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자신이 낳은

 

자식들이 자신을 멸할까 두려운 나머지 모두 잡아 먹어버린 크로노스.... 천하의 절대 권력을 얻었으나 이를 잃을까

 

두려워 자기 자식들 조차도 쌀쌀맞게 대해야 하고 역심이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부왕의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합니다. 크로노스는 결국 제우스한테 디지는데 부왕은 다행히도 그렇지 않더군요.

 

 

지극히 화려한 색상이 영화 전체를 범벅하다시피 합니다. 장이모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버린 색채대비가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노란색의 반란군과 검은색의 비밀부대, 그리고 푸르스름한 갑옷의 관군(?)이 만발한

 

국화꽃 위에서 싸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화꽃이 짖밟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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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의 피가 국화꽃 위에 흩뿌려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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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투가 끝난후 아무 일도 없는 듯 쓱쓱 치워버리는 궁중의 하인들의 모습, 프로정신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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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에 조낸 얽메인 사람들의 모습 아 쳐답답....

 

부왕은 절대권력을 얻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오히려 증오하는) 지금의 황후와 정략결혼을 해야 했고 차마 이를

 

폐하지 못하고 죽이려고 독이든 탕약을 정기적으로 멕입니다.

 

황후도 이를 어렴풋이 알면서도 왕이 주는 것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여 마시고 말죠.

 

태자는 소찬을 사랑하지만 황태자의 입장에서 떳떳이 이를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황태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어하지만 궁중 법도때문에 그러지도 못하죠. 게다가 나중에는 자살기도까지 합니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한딱까리 하는 높으신 분들이지만 하나같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규칙, 법도

 

등에 얽메여 하지 못합니다. 절대권력이라는 거대한 태엽 속에서는 그 누구도 진정 자유로울 수 없고 그것이 설령 왕이건

 

왕자건 황후건 간에 다를바 없다는 것이죠. 그들도 크고 작고의 문제를 떠나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물며

 

걸 왕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를 대신해서 화살받이가 되는 반란군 병사들은 어떠할까요.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짖밟고 간

 

국화꽃의 처지와 다를 바 아닙니다. 그들의 주검을 쓱쓱 치우는 궁정 가신들의 모습에서 절대권력의 냉엄함은 극대화됩니다.

 

마치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에서 바닥에 흐른 이병헌의 피를 묵묵히 마대로 닦는 아주머니의 모습처럼 말이죠. 이들이

 

개같이 죽어가고, 황후가 독이 든 탕약을 몇년간 닥치고 복용해야 하는 것도, 왕이 자기를 두려워하는 자식새끼들과 꼴보기

 

싫은 마누라 계속 데리고 살아야 되는 것도 모두 룰 때문이죠. 절대권력이 만든 룰, 이게 사람 죽이는 거다....라는 것을

 

장이모 감독은 이 스펙타클 속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버린 솥에 눌어붙은 짜파게티 찌끄레기를 연상케 하는 반란군 병사들의 주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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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고는 없는 이 가족들을 뭉치게 하는 것은 결국 궁중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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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가식적인 모습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연출, 의, 예, 효,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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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을 달리는 이 가족의 절정은 막내가 찍어줍니다. 지금까지 얌전히 있던 막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_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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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1년 12달 영화제 여배우인양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다니던 황후는 가슴을 손수권으로 가립니다. 역심을

 

상징하죠......이젠 너한테 더이상의 서비스는 없다! - _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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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지막에 왕자를 사로잡은 왕은 걸에게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살려줄테니까 앞으로 매일 독이 든 탕약을 모후에게

 

먹이라고. 절대권력이 갖는 가학적인 면모를 이렇게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2. 아쉬운 점들

 

너무 컴퓨터 그래픽이 티나는 게 아쉽습니다. 중국 정도 되는 나라에 정부의 후원까지 받고 있다면 인건비도 싸겠다

 

한 10만명 엑스트라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 일당 500원만 주면 짐꾼 하나 쓸 수 있다고 하던데

 

말이죠..... 아마도 엑스트라 일당보다는 너무 화려한 의상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워낙 화려한 지라.....

 

일전에 봤던 묵공에서도 너무 티나는 컴퓨터 그래픽때문에 몰입이 방해받는 상황이 많았는데 황후화도 마찬가지더군요.

 

(결국 중국 역사형 블럭버스터가 보여줄수 있는 최고의 스펙타클은 쪽수.....-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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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들의 착한 몸매도 아주 좋은 볼거리입니다. 0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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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문점

 

도대체 왜 중국 공산당은 계속 옛날 왕정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지원할까??

 

중국 공산당과 과거 중국의 왕정들은 저어언혀 공통점이나 연속성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사회주의는 왕정과는

 

대척점에 있는 정치형태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근데 왜...? 중국 정부(= 공산당)는

 

계속 과거 중국왕조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찍게 할까요??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절대권력의 추악한 면모를 곳곳에서

 

드러내는 지라 엄밀히 따지면 중국 정부가 원하는 바와도 배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부왕의 자리에 앉아있는것은

 

공산당이니까요.....

 

물론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작가이고 영화를 찍는 것은 감독들과 스탭입니다만 중국 공산당이 장이모 감독의 영화를

 

노골적으로 후원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생기는 의구심이 - _ - 제가 공산단의 수반이라면 이런 영화찍는 것을 말릴 것 같습니다. 차라리 마오쩌둥이

 

벌인 대장정을 영화화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만들면 차라리 대단한 블럭버스터가 될지도

 

모르죠.....

 

그리고 중국 영화들은 어째서 계속 그들이 가진 구습을 계속 답습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중국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전부 무술을 하고 훨훨훨 날아다녀야만 하는지.....심지어 전족을 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살았을 여자분들도

 

칼들고 훨훨 날아다닙니다. 이것이 결국 나중에 나오는 차세대 중국 영화들을 구속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러한 중국식 블럭버스터의 문법이 '중국 영화라면 이러해야 한다'라는 관객의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다른

 

시도를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국 영화계는 1년에 한두편 정도 이런 역사블럭버스터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들이 일종의 중국영화계의

 

국가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요. - _ - ;;; 전에 한번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들을 위해 아예 외국 영화 수입을 보류해

 

버리기도 합니다. 이 일단의 영화들에서 그려지는 실존의 혹은 가상의 중국왕조들의 모습은 지극히 화려하고 멋있고

 

웅장합니다. 황후화에 등장하는 알록달록 색감의 궁궐이나 말단 병사들까지 차려입는 용무늬 화려한 금빛 갑옷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가신들과 자동문(??), '영웅'에서 나오는 화살들 등등의 소재들은 '과거의 중국'을 판타지월드로

 

치장합니다. 이를 보는 관객들이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말이죠. 이 중국영화의 대표선수들은 화려하고 색깔 알록달록한

 

중국의 모습에 집요하게 집착합니다.


 

어쩌면 이들은 과거의 중국의 모습을 정형화하고 지금의 모습과 단절시키려는 의도로 그러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듭니다. 차라리 매년 1편씩 낼 거면 소재나 방식도 다양화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감상 및 총평

 

나름대로 볼만했습니다. 전에 많은 물의(?)를 일으킨 '영웅'에 관련된 글에서 황후화는 전투장면만 봤다고 말씀드렸었는데

 

다시 보니까 볼만하더군요....역시 어떤 영화든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장이모 감독이 뭔가 영화속에서 하고픈 말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 속의 암시한 것도 모자라서 극중인물의

 

입으로 직접 언급케 하는 등 - _ -; 확실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장치들이 언듯언듯 눈에 띕니다. 어줍잖은 찌질이 관객의

 

논평으로 주제넘지만 감독의 연출에 힘이 많이 들어가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듭니다.


장이모 감독은 절대권력의 비정함을 나타내려 한 것 같지만 정작 관객들은 그런 것보다는 그 화려함과 색상의 미학에 취해

 

극장문을 나서게 될 것 같습니다. (벌써 극장 간판 내린지 오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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