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화요일 가을날.
저번주에 보려던 영화 '색, 계'를 보게됬습니다.
처음엔 무삭제라는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의외로 영화평이 좋아
더 관심이 가게된 영화였습니다.
마침 휴가나온 친구도 만날김에 시내로 나가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첫 시작후 1시간정도는 조금 졸았습니다.
과거이야기로 돌아가 시작하기 때문인데요.
히로인인 '왕치아즈'가 왜 이 일에 뛰어들게 되었고
어떻게 이 자리에 앉아서 마작을 즐기기까지 말이죠.
마치 전민희님 소설 보는 느낌이였습니다.
(제가 보는 전민희씨 소설은 1권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부분이라 좀 지루한데 2권부터는 재미있죠.)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세계 2차대전 당시 한 여인이 일본군 고위층에 있는 매국노를 없애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매국노이자 주인공인 '리'를 만나면서 점점 빠져들고,
마지막엔 정체가 발각돼 사형당하고 맙니다.
당연하게도 여느 멜로 영화와 다름없이 이 영화는
그녀가 007임무를 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진게 아니고,
그에게 빠져드는 그녀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처음 임무를 맡았을땐 암살을 위해 반군 동료와 배드신연습까지 하게되는데,
이때 그녀의 기분은 매우 착잡합니다.
그런 단순한 이유때문에 좋아하지도 않는,
단지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그저 동료에게 처녀를 빼앗긴다는 생각때문에요.
'리'가 상해로 떠나버리고 실패로 돌아간 임무는
그녀에게 그에 대한 분노와 상실감만을 안겨주게됩니다.
그때까지 그녀는 그에게 분노만을 느끼고 있었겠죠.
그래서 후에 반군에게 협력하게 되는거였구요.
하지만 나중에 그와 첫 관계를 가지고 점점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됩니다.
전에 사랑했었던 사람를 내치기까지 하면서
'언젠간 그(리)는 내 심장까지 올라오고 말거예요'라고 고백하게되죠.
그리고 결국 그는 동료들을 배반하고 그의 도주를 돕습니다.
그녀의 행동이 과연 옳았을까?
나 같으면 오히려 그와의 은밀한 사랑을 더 즐길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그였다면 그녀를 오히려 감싸줘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자꾸만 드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전 아직 사랑을 해본적이 없어서 그들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주위를 맴도는 여운만은 느낄수 있었습니다.
글이 꽤 길어졌군요.
간단하게 중요한 말 몇가지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