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개인적인해석

이준규짱 작성일 08.02.22 22:25:26
댓글 23조회 2,013추천 23

우선 저를 새글쓰기를 누르게 만든 영화의 충격부터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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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솔직히 여타의 스릴러나 액션영화보다 재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다소 지겹고 건조하기도 할테구요.

하지만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건조함이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때로는 숨도 크게 쉬어지지 않을 만큼의 긴장감도 있지만, 웬지 영화 전반에는 무기력함이 가득합니다.

 

이 영화를 본 후 알게 되었지요.

그 무기력함과 건조함은 이 영화가 가진 메시지를 더욱 절실하게 합니다.

 

아마 영화가 끝난 후 대부분 '뭐야! 이게 끝이야?'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너무 건조하다라고 느낄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느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목의 의미와 메시지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우선 모스와 쉬거(살인마)는 젊습니다.

그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심지어는 자신의 목숨까지) 시간위에 얹어 놓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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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늙은 보안관인 에드는 무기력합니다.

그가 한일은 날카로운 관전이죠. 영화내내 실제 이야기의 흐름에서 약간 벗어나 있습니다.

즉, 노인은 그저 방관자였던 것이죠.

노인의 삶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것입니다. 결국 은퇴하게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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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는 우연히 얻은 돈으로 자신의 아내와 행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돈(혹은 인생)을 위해 자신을 뒤쫓는 자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을 다닙니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를 잃었거나 잃고 있는 듯이 무표정하고 건조하죠.(감정이 절제되어 있습니다. - 리뷰를 보니 누군가는 공허하다고도 하고, 답답하다고도 합니다.)

 

모스는 퇴역군인이고 베트남 참전군인입니다. 베트남 참전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죠. 이것은 일종의 메시지 입니다. 베트남 참전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얻은 것이 없는 무의미(무기력)하다할 만한 전쟁입니다.

어쩌면 감독은 모스를 통해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리려 했던 것 같습니다.

돈을 쫓아 앞만보고 달려가는... 그로 인해 무언가를 잃고 있는 듯 늘 공허하죠. - 전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의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의 시절을 이야기 합니다. 1980년이죠. 즉, 이시기에 한참 열정적으로 살던 사람은 지금쯤은 모두 노인이 되어있습니다. 즉, 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일수도 있죠. 그 시절의 모스같았던 젊은 자신의 삶을 반추시키는... 그러면서 에드를 통해 현재의 노인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모스는 이동을 하면서 너무나도 정적이고 무기력한 노인들을 만납니다. 특히 총상을 입고 히치하이크를 했을 때 태워준 노인은 모스에게 "젊다고 해도 그러면 안돼"라고 하죠. 잠시 정적이 흐르며 모스가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저도 그 순간에 노인이 모스가 처한 상황을 알았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노인은 이렇게 말하죠. "히치하이크!"

하지만 감독은 노인이 그의 삶에 끼어들지 못하고 잘못된 조언을 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더군요. 아니면 코미디를 했거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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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감독은 영화전편에 나온 노인들이 모두 무기력하거나 줄거리에 제대로 끼지 못하고 별다른 역할이 없이 죽거나(장모) 스쳐가는 것 자체를 모토로 내세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즉, 영화전편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것을 주제로 한 것일 수도 있죠.

심지어는 영화에서 노인들의 죽음조차 무의미 하죠. (호텔에서 총격시 죽는 차 주인, 장모)

영화는 이것을 분위기로도 말합니다. 음악도 없고, 사막이 대부분인 건조한 텍사스주를 배경으로 하고 심지어 주요 등장인물들까지도 건조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공허하고 답답하죠.

이것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한 노인들을 건조한 삶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죠.

즉, 영화의 줄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것 같은 스쳐가는 노인들이 주인공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모스나 쉬거와 같은 젊은 주인공들과 같은 삶을 젊은 시절에 살았을 그 노인들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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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거는 타고난 살인마입니다. 아무런 감정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자신만의 원칙이 있죠.

아무나 죽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에게 감정적으로 다가서거나 연관되어진 사람만을 죽음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대화를 하게 되면 그 대상에게는 동전을 던져 50%의 확율을 상대방의 인생에 더해 줍니다.

 

그는 자신이 죽여야 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철저하게 죽입니다. 그의 목적은 돈도 아니고 다만 살인이 목적일 뿐이죠.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가 싸이코패스로 보이지만(실제 그런듯), 그는 자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고지식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저는 어쩌면 미국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노인들에게 생사를 강요하거나 융통성없이 자신이 정한 원칙을 타인과 자신에게 강요하는 모습에서 어떤 국가관 같은 것을 본 느낌이라서 말이죠.

 

예를 들면 편의점의 노인에게 농담식으로 진지하게 말하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그의 생사를 쥐고 있죠. 혹은 위의 장면처럼 아무관련없는 노인을 사살하기도 하고(오발?),  젊은 모스의 부인을 죽이기도 합니다. 모두 자신의 목적을 위한 어찌보면 무의미한 희생이죠.

 

명분을 위한 희생... 미국과도 닮은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쉬거가 만난 어린 아이에게 돈을 받길 강요하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모습에서도 그런 것을 느꼈구요.

쉬거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냉정하고 무표정하며, 시종일관 신과 같은 카리스마를 내뿜는 모습에서도 느꼈습니다.

 


 

에드는 무언가 열정적인 듯 하지만 계속 스스로 자폐하고 좌절하는 듯한 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삼촌과의 이야기에서도 노인의 공허함이 묻어나지만 그것을 보다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 꿈이야기 인것 같습니다. 삼촌과의 이야기에서는 노인이 되면 신이 찾아올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무것도 없었고, 자신이 신이어도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인생이 무상하게 흘러갔음을 이야기 합니다. 마치 우리의 인생이 돌아보면 황량하게 느껴질 때가 있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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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엔딩인 에드의 아버지 꿈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저는 에드가 꿈꾸던 것 중 잃어버린 한가지는 자신보다 20년이 젊은 아버지가 돈을 줬는데 잃어버린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 모스가 생각이 났습니다. 죽은 모스는 사랑하는 아내도 잃고(쉬거가 죽임. 신발 보는 모습) 자신이 지키려던 돈도 잃었죠. 즉, 자신이 목적하던 것을 잃은 것입니다.

에드 역시 아버지의 꿈을 통해 자신이 노인이 되면서 자신의 열정(보안관에서 퇴직함)을 잃어버린 것이죠.


두번째 꿈은 젊은 아버지가 자신을 앞질러 가면서 뿔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과거는 짧은인생을 산 아버지보다 열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은 강적을 만난 두려움에 회피하였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그만큼 모스의 경우처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앞만보고 달려간 것입니다. 불을 피우려는 아버지처럼 말이죠. 그래서 인생이라는 시간위에서 에드 자신이 산 인생보다 아버지의 인생이 짧았지만 말입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언제든 그랬을 거라고 에드는 말하죠.

 

이것은 노인의 허무함을 말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열정적인 주인공들의 인생보다 어쩌면 노인이 되어서 살아 있는 에드가 더 나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음.... 이생각 저생각하면서 쓰다보니 잡설이 되었네요.

제가 아직은 30대 초반이다보니 이 영화의 깊이를 따라잡지 못한 느낌입니다.

분명 나이를 더 먹고 본다면 무언가 다른 것을 느낄 수도 있었겠죠...

 

그래서 이 영화는 한 20년 쯤 후에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분명 그때는 무언가 내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영화의 장치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암튼 제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영화 한편을 만났네요.

중딩시절 데미안을 읽었던 충격과 비견할 만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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