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비앙 로즈 - 가수 에디뜨 피아프의 삶

말기암 작성일 08.07.01 16: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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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세 번째 영화 리뷰네요. 저번 리뷰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매음굴에서 창녀들과 함께 자랐습니다.

그녀는 10살때부터 길에서 노래를 불러 동냥받는 돈으로 하루하루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142cm의 더이상 왜소할수 없는 가녀리고 약한 몸을 가졌습니다.

그녀는 약물과 알콜 중독자입니다.

그녀는 가장 진실하게 사랑한 사람은 그녀가 가질수 없는 유부남이었습니다.

그녀가 그를 그리워해 불렀을때, 그는 그녀를 만나러 오는 길에 비행기 사고로 죽게 됩니다.

그녀는 건강악화로 급속히 쇠약해져, 한없이 무대를 갈구하나 40대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 기구한 삶을, 자신의 인생을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라고 노래합니다.

삶을 노래한 진정한 가수. 노래로 스스로를 구원한 여인.


프랑스 최고의 가수 에디뜨 피아프의 일생을 다룬 영화 - 라 비앙 로즈입니다.


실존인물의 삶을 영화화할때 주연배우의 연기력은 영화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실존인물을 표현해낸다는 것은 시나리오의 가상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배우 자신이 연기로 해석해낸 그 인물과 실제 그 인물과의 간극이 너무 멀다면 그건 더이상 그 인물이 아닐 것이고, 간극을 좁히는 데에만 집중해 단지 모방에만 그친다면 배우의 연기는 닮은 얼굴과 닮은 목소리로 최대한 따라하기, 단지 그뿐일 테니까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신인보다는 내공이 있는,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가 기용되죠.


난해하지만, 이상적인 연기라면 배우의 인격이 곧 그 실존인물의 인격인 것처럼 관객이 느끼게 하고 그것이 설득력있게 다가와야 합니다.


제가 라 비앙 로즈를 보며 감탄을 넘어 경악을 느낀 부분은 에디뜨 피아프 배역에 준한 마리온 꼬띨라르의 절정의 연기력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마리온과 에디뜨를 동일인물이라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녀 특유의 장난기 가득하지만 불안함이 서린 섬세한 눈빛. 립싱크 연기라는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무대에서의 몰입도... 에디뜨 피아프도 분명 저러했으리란 확신을 넘어서 그것은 에디뜨 피아프 그 자체였습니다. 거듭해 다시봐도 노래할 때의 그녀는 말 그대로 신들렸다고밖에 할수 없네요...


영화의 서사구조는 약간 불친절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갑작스레 넘나드는 장면전환에 일종의 혼란이 느껴질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그것이 영화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에 대한 정의입니다. 영화의 진행은 그녀가 나이를 먹으며 성장해가는것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그녀의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갑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서사보다는 시점의 교차가 잦을 수밖에 없으나, 그로 인해 노래와 인생이 곧 하나였던 그녀의 삶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사구조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그녀의 노년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거듭해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노년에 급속히 쇠약해져 노래도 할수 없었고, 정신도 함께 약해져 극도의 외로움과 절망에 시달립니다. 영화는 그러한 그녀의 비극을 내내 진득하게 보여주면서 그만큼 모든것을 상쇄시킬 커다란 감동을 준비합니다. 그녀가 노구를 이끌고 찾아온 어떤 해변가. 그곳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영화는 마침내 그 모든 감정을 터뜨립니다.


그녀는 이 인터뷰에서 그토록 화려할수도 그토록 혹독할수도 없었던 그녀의 일생을 담담하게 돌이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해낸, 이보다 편안할 수 없는 눈빛으로 모든 이에게 “사랑하세요” 라 말해줍니다.

어쩌면 그것을 여태껏 보여준 그녀의 삶의 여정에 어울리지 않게 결론부는 너무 느닷없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선회했다고 지적할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 설득력있는 지적조차 시시한 꼬투리로 여겨질 만큼 이 장면은 가슴마저 벅찬 거대한 감동을 담고 있네요.  


결국, 그 어떤 비극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의 삶은 결국 그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을 겁니다. 사랑이 함께 한다면요. 


졸문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Trivia ) 이 영화의 주연 마리온 꼬띨라르는 에디뜨 피아프 배역으로 그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80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비영어권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은 마리온이 역대 두번째라네요. 재미있는것은 이 영화가 분장상도 받았다는 겁니다. 영화의 모든 면에서 보여진 분장팀의 디테일한 연출 덕이겠지만 저로써는 프로필 168cm의 훤칠한 신장의 그녀를 142cm의 자그마한 여인으로 전혀 화면상에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게 표현해 낸 것이야말로 분장상 수상의 결정적인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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