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Point 1. 오우삼 감독 특유의 리얼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페이스오프'와 '미션임파서블2'에서 보여줬던 그 액션감각은 아직 그대로다. 조자룡의 창솜씨, 관우의 청룡언월도 휘두르기, 장비의 호쾌한 주먹질 등등. 중국대륙을 호령했던 호걸들의 액션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만하다.
Good Point 2. 거대한 스케일의 전투 씬
첫 장면부터 조조의 대군이 유비를 몰아친다. 유비가 백성들을 이끌고 쳐절하게 도망간 '장판파 전투'다. 오프닝을 장판파 전투 씬으로 잡은것 자체가 좋았고, 중간에 나오는 팔괘진 전투씬도 볼만했다. CG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중국 특유의 '떼거리 스케일'은 여전히 드러난다.
Good Point 3. 나름대로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쓴 캐릭터
오우삼 감독이 캐릭터 설정에 꽤나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유비진영에 도착한 주유에게 "왠 놈이야?"라며 귀청이 떨어지도록 고함을 지르는 장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춘추좌씨전'을 낭독하는 관우. 평소 편두통을 앓곤해 화타에게 치료받는 조조의 모습 등등. 제갈량의 부채는 물론 장비의 수염 한올한올에 이르기까지 많이 애썼다. 특히 전투씬에서 관우의 청룡언월도 액션은 캐릭터성만을 놓고보자면 극찬을 받을 부분이다.
But...
중국영화는 고질적이고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스케일 큰 액션은 볼만하지만, 스토리보드가 엉성하다는 것. 이 영화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오우삼 감독은 삼국지의 애독자들로부터 "원작이나 제대로 읽어봐라"라는 말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Worst. 적벽대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굳이 2편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2시간 12분이라는 꽤 긴 러닝타임에도 적벽대전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혹자는 "적벽대전이 그만큼 거대하다는 거야!!"라고 기대할 수도 있겠다. 글쎄, 과연 그럴까?
여기서 나관중의 원작 '삼국지 연의'를 잠깐 돌아보자. 적벽대전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돌이켜보자. 적벽의 전투가 '대전'으로 불리는건, 그만큼 적벽 대전은 애초에 규모상으로 말도 안되는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조조의 백만대군은 당장에라도 천하통일할 기세였다. 그에 맞선 유비 떨거지와 애송이 손권, 이 얼마나 무모한가. 그럼에도 적벽대전은 유비와 손권의 승리로 끝났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삼국지 연의를 꼼꼼하게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적벽대전은 애초에 치열한 두뇌게임이었다. 거짓 밀서에 속아넘어가 채모와 장윤을 베어버리는 조조의 첫번째 실수. 이어서 방통의 연환계를 받아들이는 조조의 두번째 실수. 거기에 덧붙여 손권진영 황개의 거짓 항복. 때맞춰 불어주는 동남풍까지. 전쟁전에 이미 조조는 두뇌싸움에서 야금야금 지고있었다. 그런 여러 요소들이, 전투시에 한꺼번에 악재로 기폭되며 전쟁을 패배로 이끌었던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면, 적벽대전에 그런 머리싸움이 조금이라도 제대로 나오던가? 제갈량의 화려한 말빨도, 방통의 연환계도, 주유의 고육책도 없다. 영화를 보고 남는것은, 관우가 언월도 휘두르는 장면뿐이다. '적벽대전'이라는 영화제목에 충실했다면, 관객이 다소 지루하더라도 양측 진영의 심리전을 계속 보여줬어야 했다. 그런 다음, 적벽대전 단 한번에 모든 액션을 쏟아부었어야 했다. 그래야 관객들에게 "이런게 적벽대전이구나"라고 강렬하게 각인되며 끝났을 것이다. 내 말 알아듣겠소, 오우삼 감독님? 우리가 보려고 했던건 '적벽대전'이지, '팔괘진'따위가 아니란 말이야.
Bad Point 1. 제갈량 vs 주유? 제갈량<<<<<<주유?!
영화의 앞부분에서, 제갈량은 손권진영으로 넘어가 손권을 설득한다. 바로 이 장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오우삼은 제갈량의 활약 중 가장 유명한 장면 하나를 빼버렸다. 오나라로 넘어간 제갈량은, 단신으로 오나라 중신들에게 맞서 설전을 벌였다. 장소와 장굉을 비롯한 여러 책사들을 세치 혀로 제압하던 바로 그 장면. TV에서 나오는 100분 토론 보다 100배는 재밌는 설전이 영화에는 빠졌다. 대신 제갈량은 찌질이처럼(그렇다, 영화상에서는 찌질이로 보였다) 마굿간에서 말 새끼를 빼주며, 주유 앞에서 거문고나 뜯는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전개인가! 배 몇 척만으로 조조에게서 화살 10만개를 얻어내며 주유를 골탕먹이던 제갈량. 그 포스는 대체 어디로 갔는가? 제갈량 빠돌이들에 입에 게거품을 물고 달라들어 욕할 일이다.
반면 영화상에서 주유는, 그야말로 너무나 멋지게 나온다. 영화만 놓고보면 제갈량보다 주유가 압도적이다 막강한 군대를 지휘하는 카리스마, 지나가는 아이의 피리를 고쳐주는 예술 감각. 민간인의 소를 훔친 병사들에게 베푸는 그 자비심. 그러면서도 제갈량에겐 "당신은 뛰어난 책사요"라며 치켜세우는 겸손함까지. 이 얼마나 완벽한가.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이 보자면 주유가 제갈량보다 몇십배는 뛰어난 사람처럼 보이겠다. 오호, 통재라. 캐스팅이 아깝도다.
Bad Point 2. 장판파에 등장한 상산 조자룡! 그런데..
청홍검도 없다. 전설상의 장수 50인 베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름 없는 잡졸들 십여명을 때려눕히는 조자룡. 그러고는 곧바로 유비진영으로 달려온다. 그것도 거의 반 죽음 상태가 돼서. 창 한번이면 나가 떨어질 병졸들 해치운 조자룡을 본 조조가 말한다. "고놈 참 뛰어난 장수로다." 청홍검은 어디로 갔나? 조조의 맹장들과 싸우던 그 조자룡은 어디로 갔나? 엑스트라들 때려눕힌 조자룡을 보고 "뛰어난 맹장이로다" 따위의 소리를 지껄이다니, 조자룡이 병사들 따위에 고전할 허접이었던가.
Bad Pont 3. 쓸데없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장판파를 첫 씬으로 잡은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손권의 호랑이 잡기도, 주유와 제갈량의 거문고 뜯기도, 심지어 팔괘진 전투도 다 필요없다. 원작에 나오는 두뇌싸움을 적절히 편집해서 잘 보여주면, 2시간 12분동안 적벽대전 전투씬까지 소화하고도 남았다. 축구하는 병사들을 보면서 "이기기만 해서야 재미없다"는 말을 내뱉는 조조. 그리고 끝나는 「적벽대전」. 이렇게 영화 만들거면 2편을 누가 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