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이런 영화 어떨까요?

님좀쩌신듯 작성일 09.12.25 0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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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철이 돌아왔습니다.

 

다들 힘든 시기이지만 온누리에 사랑을 나누는 크리스마스 정신으로 이겨낸다면 머지 않아 옛말할 호시절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와 딱 어울리는 추천 영화 10편을 꼽아봤습니다. 

 

솔로와 커플은 물론, 모든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영화들입니다.

 

 

1.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東京ゴッドファ-ザ-ズ: Tokyo Godfather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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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MBC 베스트셀러극장에서 <산타클로스는 있는가?>라는 단막극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거지들이 산타클로스를 자처하며 연탄 한 장과 보잘 것 없는 선물을 들고 거리를 헤매다 집 없는 임산부의 출산을 돕게 된다는 훈훈한 내용이었는데 나중에야 이 단막극의 각본을 쓴 사람이 <화엄경>, <경마장 가는 길>, <너에게 나를 보낸다>, <거짓말>의 장선우 감독이었던 걸 알고 놀랐답니다.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 <파프리카> 등 실사 영화에 가까운 사실성을 추구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곤 사토시에 2003년 발표한 이 애니메이션은 놀라울 정도로 <산타클로스는 있는가?>라는 단막극과 닮아 있습니다(후자가 무려 17년 전에 나왔으니 설령 영향을 받았다 해도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이 그 단막극의 영향을 받은 거겠지요?).

 

버려진 아기를 발견한 노숙자 셋이 아기의 부모를 찾아 도쿄를 헤매며 좌충우돌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곤 사토시의 작품 중 가장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며, 사랑을 나눈다는 크리스마스 정신에 가장 가까운 작품입니다. ^^

 

 

2. <스노우맨(The Snowman,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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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얀 눈으로 덮어버렸답니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실사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파스텔 톤의 애니메이션으로 바뀌는 멋진 작품.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겨울날 소년은 눈사람을 만들고 그날 밤 자정이 되자 살아움직이는 눈사람이 소년을 찾아옵니다. 소년과 눈사람은 장난도 치고, 밤 하늘을 날고 눈사람 마을로 가서 산타클로스도 만나며 하룻밤 동안 행복한 모험을 즐기지요.

 

26분이라는 짤막한 단편영화인 데도 보고난 후 가슴 한편에 잔잔한 여운이 남는 이유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 가슴에도 유년 시절의 동심이 아련히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제가 'We're walking in the air'의 아름다운 선율도 오래도록 귓가에 머물고, 명작 <나무를 심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파스텔 톤의 질감도 어린 날의 그림책을 보는 듯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고난 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만하지요.

  

 

3. <패밀리 맨 (The Family Man,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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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낭비벽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네, 그래서인지 폭삭 삭았네, 호사가들의 입방아에서 하루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케서방이지만, 한때 그가 출연했다 하면 최소한 기본 이상의 완성도는 나와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패밀리 맨>은 오래 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 <이휘재의 인생극장>에서 봤음직한 상황으로 시작됩니다. 돈과 명예를 품에 안은 벤처기업가 잭. 13년 전 사랑했던 연인 케이트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성공만을 향해 달려온 그가 크리스마스 전날 겪은 사건으로 인해 황당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 눈을 떠 보니 돈과 명예는 온데간데없는 대신 사랑하는 가족들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게 아닙니까! 가족이냐, 성공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그는 과연 어떤 인생을 택하게 될까요.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라는 캠페인에 딱 어울리는 가슴 훈훈한 가족 영화.

 

4.  <나 홀로 집에 (Home Alone,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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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공중파나 케이블 할 것 없이 TV만 틀었다 하면 볼 수 있는 우리의 케빈! 오죽하면 '올 크리스마스도 케빈과 함께'라는 자조 섞인 솔로 부대의 탄식이 생겨났겠습니까. 하지만 여전히 집에 홀로 남게 된 꼬마 케빈이 집에 들이닥친 얼빵한 두 도둑과 맞서 기지를 발휘하는 이야기는 우습고 신이 납니다. 이 영화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줄줄이 발표된 속편들은 너무 폭력적이고 작위적이 되어서 역시 형 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을 곱씹게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미취학 아동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노는 극장에서 우리말 더빙판으로 봤습니다. 아동들의 난동 때문에 영화가 더 실감났던 기억이 있는데요. 맥컬리 컬킨이 캐롤송 'White Christmas'에 맞춰 립싱크를 하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OST도 일품이어서 구입한 음반을 지금도 소장 중이랍니다.  

 

 

5.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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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하면 이 영화 <가위손>을 빼놓을 수 없지요.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밤. 잠 못 드는 손녀가 "할머니, 눈은 어디서 오는 거예요?"라고 묻습니다. 할머니는 "긴 얘기란다."라고 운을 떼며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고성에 살았던 가위손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줍니다.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는 공포영화로 오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팀 버튼 특유의 감수성과 사춘기 시절의 가슴 아픈 첫사랑의 기억을 영화로 승화한 굉장한 작품. 지금도 나이를 잊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조니 뎁이 가위손이어서 슬픈 인조인간 에드워드를 연기하고, 지금은 이런저런 송사에 휘말려 인기가 퇴색했지만 한때 뭇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위노라 라이더가 킴(김 씨?)을 맡아 열연합니다.

 

얼음 동상을 조각하는 가위손 밑에서 킴이 눈발처럼 흩날리는 얼음 조각을 맞으며 기뻐하는 장면과 에드워드가 고성에서 뿜어낸 얼음 조각들이 눈이 되어 내리는 마지막 장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팀 버튼의 오랜 동반자인 대니 엘프만이 선사하는 배경음악도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

 

 

6. <크리스마스 악몽 (Tim Burton's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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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팀 버튼의 영화가 나왔으니 한 편 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게 일은 할로윈 마을의 잭 스켈링튼. 우연히 산타클로스 마을에 갔던 그는 산타클로스를 납치하고 자신이 산타 행세를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팀 버튼'이 감독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 특유의 기괴하고 어두운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음악을 맡은 대니 엘프만이 직접 부른 잭 스켈링톤의 노래는 흥겹고(특히 'What's This?), 잭과 부기 우기가 벌이는 마지막 결전은 기발합니다.

 

잭을 짝사랑하는 헝겊 인형 샐리의 목소리는 <나 홀로 집에>의 케빈 엄마로 나온 캐서린 오하라가 맡고 있습니다.

2006년 12월에 디지털 3-D 버전이 재개봉되기도 했지요.

 

 

7. <34번가의 기적 (Miracle On 34th Street,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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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에 나와 고전이 된 동명의 영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리메이크한 영화.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소녀 수잔. 그 아이의 마음에 사랑과 믿음을 일깨워주려는 노인 크리스. <34번가의 기적>은 두 사람이 차곡차곡 쌓아가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간디>, <섀도우랜드>, <러브 앤 워>의 감독이자, <쥬라기 공원> 같은 영화에서는 배우로도 맹활약하는 리차드 아텐보로가 산타 클로스의 현신과도 같은 크리스로 등장해 열연하고 <미세스 다웃파이어>나 <마틸다> 같은 가족 영화에서 귀여운 여자아이 전문 배우로 활동한 바 있는 마라 윌슨이 새침한 소녀 수잔으로 나와 관객의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영화. 

 

 

8. <산타클로스 (The Santa Clause,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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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면? 그래서 누군가 당장 그의 일을 대신해야 한다면? <산타클로스>는 그런 황당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영화입니다.

 

우연히 산타의 임무를 대신하게 된 완구 회사 마케팅 팀장 스캇.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산타클로스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산타의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합니다. 원래 날씬했던 그가 산타클로스에 걸맞는 몸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지만 본국에서는 먹어주는 팀 알렌 특유의 능글맞은 코미디와 모험도 흥미진진합니다.

 

산타클로스를 믿기에는 여전히 팍팍한 세상사. 그러나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보며 즐기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흡족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은 포만감이 느껴지는 영화.

 

 

9. <다이 하드 (Die Hard,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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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느닷없이 웬 액션이냐고요? 뭐, 어떻습니까. 크리스마스라고 달달한 가족 영화만 볼 수 있나요.

 

이 영화가 개봉한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에 최고의 액션으로 남아 있는 영화 <다이 하드>. 제목은 '죽도록 고생한다'라는 의미라지요.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 토끼처럼,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LA에 왔다가 아내 홀리가 일하는 나카토미 빌딩에서 난데없는 테러리스트들과 맞닥뜨린 LAPD 존 맥클레인. 대마왕 손아귀에 니나를 구해내려고 4차원 세계에 뛰어들었던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그는 테러리스트들의 인질로 잡힌 아내 홀리를 구하려고 마음 모질게 먹고 테러리스트들과 맞섭니다.

 

지금보다 머리숱도 많고 훨씬 팽팽한 브루스 윌리스가 연방 툴툴대면서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존 맥클레인 역을 맡아 온몸을 던져 열연하고, 그와 맞서는 테러리스트 한스 그루버 역은 알란 릭맨이 맡아 머리 좋은 악역을 기막히게 연기합니다.

 

손에 땀을 쥐는 액션과 빌딩을 거의 초토화시키는 격전 끝에 존이 홀리와 떠나갈 즈음이면 흘러나오는 빙 크로스비의 'Let it snow'는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이 영화의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합니다.   

 

그 후로 4편까지 속편이 나왔지만 그 모든 속편이 능가할 수 없었던 막강한 전편.

 

 

10.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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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를 빼놓을 수는 없지요.

 

크리스마스를 앞둔 영국. 영국 수상부터 러브 씬 대역 배우에 이르기까지 총 10쌍의 연인들을 교차편집해 사랑이라는 모자이크를 완성해가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영화.

 

영화 속에서 한물 간 가수 빌리가 부르는 'Christmas Is All Around'의 가사 그대로 사랑은 손끝으로도, 발끝으로도, 바람결에도 느낄 수 있으니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는 메세지를 던지는 이 영화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결혼한 여자친구를 찾아간 마크가 매직펜으로 쓴 피켓을 한 장 한 장 보여주며 속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지요. 

 

국내 개봉판은 15세 등급을 맞게 러브 씬 전문 대역 배우들의 에피소드를 삭제한 버전이었답니다. ㅜㅜ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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