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2를 보신 분들은 지독한 혹평을 해놓으셨는데,
그 심정 이해도 갑니다.
아이언맨2는 그렇게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언맨2의 단점을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1. 시나리오의 고조가 빈약하다.
- 전 이런 상황을 소설을 써보다가 느끼게 된 건데요.
모든 것을 말이 되게 하려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집어넣다 보면 극단적으로 장황해지는 상황이 되죠.
제일 좋은 방법은 감정적 고조가 될만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해서 극이 끌어져 가야 합니다.
그럼 극의 빈틈이 생기더라도 관객들은 그걸 알아서 순간적으로 무시해 버립니다.
이 정보가 너무나 매력이 커서 다른 세세한 정보를 다 돌아볼 수 없게 되는 거죠.
좀 자세히 설명하면, 아이언맨 1편을 다시 살펴봅시다.
큰 사건의 구조를 보면 중요한 액션의 부분은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는 마크 1을 만들어서 빠져나오는 부분, 2단계는 마크 3을 만들어서 테러집단을 쳐부수는 일,
마지막 3단계가 부사장의 머신과 싸우는 장면이죠.
이 사이사이에 토니 스타크를 둘러싼 상황이나 파생된 상황들, 즉 서브플롯이 들어가 상황이 고조됩니다.
이러한 것은 아이언맨2도 유사합니다. 문제는 그 사이사이가 상승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그러다 보니, 초반-중반까지 엄청 장황하다가 영화 후반지점에서부터 의미있는 액션들이 나오게 되죠.
보통 시나리오의 초반부를 주 설명부라고 합니다.
이 주 설명부에서는 앞으로 시나리오의 토대가 될 정보들이 충분히 던져져야 하죠.
사실 이 부분은 템포가 빠를수록 좋습니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경우를 예로 들면 아예 처음부터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휘몰아갑니다.
이 상황에서 커크의 탄생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나오게 되는 거죠. 그 다음은 스포크의 어린 시절로 축을 잡습니다.
이 2인의 축만 잡고 나머지는 이후 서브플롯들 속에 끼워넣는 형식인데, 상당히 효과적이죠.
인물이 많이 나오는 만큼 팬들에게도 그 캐릭터들이 익숙하다면
차라리 툭툭 짧게 던지는 형식으로 가는게 훨씬 더 효과가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언맨2는 주 설명부들에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을 뿐더러,
도대체 어디까지를 주 설명부로 잡은 건지도 도대체 모르겠고,
중간중간마다 새 캐릭터가 나오기도 하는 등 관객이 종잡을 수가 없게 만들어 놨습니다.
그렇다고 원래 있던 이들의 갈등이나 상황이 충분히 설명되지도 못합니다.
거기에 토니 스타크의 고충까지 집어넣으려니 결국 영화는 지루해지고 산으로 갑니다.
장황한 사건사고는 필요없이 알짜배기만 빼서 빠르게 던져야 하는 거, 이게 미덕인 거죠.
2. 영화적 스킬의 문제
그 산만하기 이를데 없는 것을 정리해 주는 것이 바로 영화적 스킬입니다.
영화적 스킬은 편집이나 시나리오 상에서의 긴 부분을 축약하는 형식미 등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스포일러 꼴임에도 불구하고 써봅니다만)
아이반이 감옥에서 탈출해서 해머에게 가는 부분. 다 들어내 버려도 됩니다.
짧게 토니 스타크에게 아이반이 죽었다고 알려주는 형식이 되고,
이후 해머와 아이반이 함께 있는 상황을 그려내면 되는 거죠.
오히려 그렇게 가면 토니가 죽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파생 플롯이 나오기도 하니 훨씬 더 좋구요.
굳이 그 타이밍에 넣고 싶었다면,
해머가 감옥에서 나오는 상황의 진행이 되도록 빨라야 합니다. 차에 싣고 내리는 장면도 다 날리고,
그냥 두건만 벗겨서 바로 해머의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씬으로 해도 되죠.
캐릭터의 사용법도 엉망진창입니다.
해머 같은 역은 카리스마가 필요하고, 오히려 아이반보다도 훨씬 더 이지적으로 보이기까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반이 해머를 뒤통수 때릴 때의 반전이 살아나죠.
샘 록웰의 유약한 이미지만 차용한 것은 명백한 실수였습니다.
제임스 로드 중령을 볼까요. 토니 스타크와 싸우는 부분도 얼척없기 이를데 없습니다.
갑자기 화를 내는데, 그 화의 이유가 충분치 못합니다.
초반부의 제임스 로드에 대한 캐릭터 설명이나 서브플롯이 부족했다는 점이죠.
닉 퓨리의 사용법도 개판오분전입니다. 닉 퓨리는 사실 초반부에 쉴드의 중책자이기에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중간에 나오더라도 존재감이 뜬금없지 않죠.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의 사용법도 틀렸습니다. 그녀가 그러한 액션을 벌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비중도 둬야만 합니다.
느닷없이 나와서 몸매자랑이나 고난이도 액션자랑만 하려는 거라면 이건 러닝타임 낭비죠.
초반에 토니 스타크를 괴롭히는 모든 것이 전부 다 믹스가 되어서 10-12분 내에 기초가 닦였어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반이 아크 리액터를 만드는 그 아까운 시간과, 초반의 청문회 따위도 축약해 버리고.
축약해 버려야 할 부분이 하도 많아서 시나리오를 다시 고쳐써야 할 판이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던 건,
감독이 능력이 없거나, 감독이 스케쥴에 쫒겨 잘 살펴보질 못헀거나, 둘 중 하나이겠죠.
3. 그 외의 자잘한 부분들
- 마블 코믹스의 아이언맨을 보고 팬이 된 사람들은 그 세세한 설정을 알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세세한 부분을 이용한 농담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극 초반부터가 뻥뻥 터지지 않고 가는 상황에서는 그런 것 하나조차도 독이 충분히 되죠.
예를 들어, 중간에 쉴드 요원이 이게 왜 여기 있냐고 묻는 둥그런 방패는 캡틴 아메리카의 것입니다.
일종의 농담요소인데 안그래도 늘어지는 극이니 오히려 관객의 몰입도를 깎아먹기도 하죠.
그 뒤에 나오는 어벤져스 파일링 같은 것도 그렇습니다.
아이언맨은 이후 어벤져스에 소속되어 활동하게 되는데, 이 팀은 히어로즈 팀으로서
예전에 마블 코믹스에서 몇몇 히어로들을 묶어서 팀을 만들어보세 라는게 배경이었던 거죠.
닉 퓨리도 중요한 캐릭터인데, 초반에 토니 스타크를 괴롭히는 요소 중 하나로 두었다면 등장이 훨씬 더 좋았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이언맨2는 저에겐 여러모로 개인적으로 '공부'가 되는 영화입니다.
말아먹긴 했지만, 오히려 매력은 있는 서브플롯들 때문이죠.
장황한 부분들은 이후에 부분적으로 중요한 고조를 해야 할 때 써먹을 데가 있긴 하겠죠.
하지만 그것을 합쳐놓을 때는 나름의 기술이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플롯들의 해체 및 재조립을 해볼 수 있는 좋은 블럭장난감 정도가 될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들은 그런 부분까지 관심이 없으시고,
고로 아이언맨2는 최악인 거지요.
사족으로......
테렌스 하워드의 이미지가 훨씬 더 제임스 로드에 맞았다고 생각하는 건 저 뿐인가요.......-_-
그리고 사족 2번째......
전에 인크레더블 헐크의 말미에서도 살짝 운을 뗐지만,
어벤져스 파일링까지 하는 걸 보니 역시 어벤져스 영화는 나오려는가 봅니다.
과연 그 때의 닉 퓨리도 새뮤얼 L 잭슨일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