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 - 신기술도 잘써야 보약....

NEOKIDS 작성일 11.01.03 03: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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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트론의 세일즈 포인트는 CG의 상당분량 도입이었습니다.

 

만약 트론을 정말 부활시키고 싶었다면, 사실 지금 타이밍은 아주 늦은 감이 있죠.

 

한창 CG기술들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을 때, 그러면서도 매트릭스 같은 것이 나오지 않았을 때.

 

그 때가 딱 적기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이미 세일즈 포인트가 없어진 마당에서는 말이죠.

 

CG가 더이상의 세일즈포인트가 될 수 없다면 답은 역시 스토리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갈수록 문제인 것이,

 

원작 스토리도 워낙 평이했던 마당에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등등의 '디지털적 세계를 제대로 표현하는 작품들'이 늘어가면서,

 

트론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솔직히, 스토리를 어떻게 짜든 트론에게서 기대할 것은 스펙타클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는 이야기죠.

 

 

그런 입장에서 보면, 이번의 트론은 작가의 시각적 의도가 꽤나 기대 이하.

 

매니아층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감독이 원작의 매니아였던지, 디자인이라든가 하는 자체도

 

원작 트론의 부분에서 크게 더 나가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메카나 세계의 비주얼 몇가지도 그렇게 월등한 부분이 없었구요.

 

너무 미국 원작 매니아 층의 기준에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트론의 다른 진짜 문제점은 3D입체 기술.

 

마지막 카드였던 이것조차 제대로 활용을 못했다고 봅니다.

 

 

 

특히 트론의 3D를 보면서,

 

3D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세 가지 정도의 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네요.

 

 

 

 

 

1. 오브젝트를 과도하다고 생각될 만큼 집어넣어라.

 

 

인간의 시각정보는 사실 보고 싶은 부분에만 집중되거나. 전체 이미지를 뭉뚱그려서 받아들입니다.

 

 

물론 영화의 작가는 화면에 나오는 어떠한 사소한 디테일 하나라도 계속 신경쓰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당장 극장에서 그것들을 그 짧은 컷의 시간상 다 뜯어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죠.

 

누가 아바타에서 주인공이 지구인 비행기로 점프할 때

 

화면 왼쪽 하단 구석에서 싸우고 있는 비행선과 익룡들의 개수까지 세고 있겠습니까.

 

단 주의할 점은,

 

주로 스토리의 축선상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구도에서는 항상 중요 오브젝트에 사람의 시선이 쏠리도록 계산.

 

그것이 배우이건, 변신하는 로봇이건, 어떤 것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트론은 3D에 걸맞을 정도의 압도적인 오브젝트들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거기에다가 그 시선의 계산도 너무 심심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2. 오브젝트의 형태에 절대 단순한 것을 쓰지 마라. 되도록 화려하게 인지될 수 있도록 꾸며라.

 

 

어느 정도 위의 이유와 비슷합니다만, 특히 뭉뚱그린다는 것에 주목해봐야 합니다.

 

사람의 시각정보가 두뇌 안에서 재조립되는 과정에 있을 때, 디테일이 잘 표현된 과도한 양의 정보를 다 못보더라도 

 

전체적인 오브젝트들의 화려함이 남아서 시각적 만족을 주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에서

 

3D입체기술 구현의 성패가 갈린다 봅니다.

 

아바타가 업계의 표준감이 될 수 있는 것은 위와 아래 두 가지 이유에서라고 생각되는데,

 

첫째로, 그 화려한 오브젝트들 사이에서도 집중하고자 하는 오브젝트는 온전하게 눈치채지 못하도록 계산되어 있다는 것과,

 

둘째로, 오브젝트를 과도함만큼이나 화려함도 챙겨서 아예 풍광 그 자체의 이미지를 재조립시에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버리는

 

착각의 기술도 대단한 수준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것이죠.

 

아바타 다음으로는 드래곤 길들이기 정도가 그나마 이 요건들을 충족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트론은 워낙 단순한 오브젝트를 쓰다보니 오히려 뭐하러 3D를 쓰고 있나 하는 느낌까지 들게 만듭니다.

 

때로는 인간이라는 오브젝트의 움직임조차도 극단적으로 단순해지기 이를데 없습니다.

 

 

 

3. 오브젝트는 항상 움직이되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이게 좀 웃기는 말이긴 한데, 부연하자면 항상 컷이 계산되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오브젝트가 세게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장면은 표현하면서도

 

항상 부분부분 시선이 고정되어서 역동적인 느낌을 전달해주는 시각적 부분들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중간중간에 슬로우모션으로 전달하는 액션컷도 이러한 부분 때문이겠죠.

 

드래곤 길들이기에서의 드래곤 비행씬들이 모범적인 예라고 보는데,

 

사실 아바타보다 훨씬 더 발전된 구사력이 드래곤 길들이기에서는 이 비행씬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슬로우모션을 쓰지 않더라도 컷편집만으로 확실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도 능력이죠.

 

트론의 3D는 오브젝트들이 아무리 이리 뛰고 저리 날라도 

 

실질적인 움직임의 느낌을 주는 샷들이 극히 적거나 넣더라도 효과가 미미한 편입니다.

 

이것은 일정부분 오브젝트의 단순함에서도 그 영향이 있곘지만,

 

전체적인 세계의 색조 설정 자체에서도 문제가 크지요.

 

어두운 곳에서 형광등 뭉치만 날아다닌다고 입체감이 나나요. -_-;;;

 

 

 

 

 

한 마디로, 트론은 떼돈을 들여서 추억의 재탕을 해보려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원작 트론이 어느 정도의 도전정신으로 이루어졌던 것인 만큼,

 

그 정도의 의미도 이 영화에 부여해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의미만으로 13000원이라는 돈을 투자하신다면,

 

만류하고픈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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