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의 본질적인 매력을 한마디로 평한다면, 서로 박터지게 싸워대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이 가진 정치적 입장차의 문제가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보이념과 보수이념의 한 판 싸움이라고 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문제를 보는 시각이 판이하면서도 서로의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재미가 더 있었던 것이죠. 거기다, 기본적으로 그들이 과거를 가진 친구들이었다는 사실을 베이스로 깔아주면 왠만한 비극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었죠. 브라이언 싱어는 이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았었던 사람입니다.
(어느 쪽을 진보 보수로 이야기하는가는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체제를 지킨다는 점에서는 프로페서X가 보수, 매그니토가 진보 정도가 될 진 몰라도, 인간에 대한 정치적 접근 부분에 있어서는 프로페서X가 진보, 매그니토가 보수 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때문에 엑스맨은 3편처럼 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겁니다. 시리즈로 본다면 엑스맨 3편은 그러한 정치적 테제의 대립이나 정극적 비극의 배경을 단순한 액션용 대립으로만 사용했기 때문에 쓰레기 자리에 등극했습니다. 그럭저럭 입체화된 캐릭터들의 매력을 깊이없는 싸움에다 쳐박은채 70년대 미국 코믹에서나 볼 수 있는 마초 먼치킨스러운 설정과 화면들로 채우는 꼴은 마치 그동안 쌓아놓았던 재정을 쓸데없는 짓에 뿌려대는 저기 어디 누군가(?)의 꼴까지 연상하게 합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그런 근원으로 회귀하는 작품입니다. 굳이 따지면 최근 개봉한 캐리비안 베이의 해적 4편......(음?) 이 사용했던 전술과 마찬가지가 되겠군요. 조금씩 조금씩 확장해서 3편까지 판을 웅대하게 벌리는가 싶더니 4편에서는 다시 1편처럼 새로운 오픈과 함께 단선구조로 흘러가는 그 양상은, 어떻게 보면 칭찬해줄 만도 합니다만, 확대된 이야기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부분에서의 리스크도 피할 수는 없죠. 내용상으로는 그렇지만 외면적으로는 프리퀄의 전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타트렉에서 배운 거겠지요.
엑스맨의 강점이 정치적 테제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극의 배경은 쿠바 핵미사일 사태를 줄기로 하여 나아갑니다. 참으로 영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이념적인 극과 극이 충돌했던 시대만큼이나 엑스맨에 어울리는 상황이 또 어딨을까요. 이런 면을 바탕으로 해서 큰 줄기인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 사이에 여러 캐릭터들의 상황을 끼워넣은 것도 칭찬할만 합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 구조의 영화는 캐릭터의 입체화에 큰 여력을 할당할 수가 없다는데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 구조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갈등에 여력을 할당한 것이 바로 미드 히어로즈죠. 엑스맨을 히어로즈처럼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갤럭티카 이상의 힘을 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길어봐야 세 시간을 넘길 수 없는 영화라는 포맷.
그런 입장들을 고려한다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수작은 아닐지라도 평작 이상은 한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클라이막스 전투장면은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액션이나 화면구성의 차원이 아니라, 스토리 앞뒤전후로 살펴봤을 때의 타이밍, 흐름 선상에서 말입니다. 적절한 때 터지고, 적절한 때 감정선 건드린 후 적절하게 마무리하고 있는 점은 평가해 줄만 합니다.
사족으로......
울버린이 까메오 출연합니다. ㅋㅋㅋㅋㅋㅋ
go & fuck yourself 라는 대사 한 마디지만 묵직하네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