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라는 걱정은 접으셔도 될 정도로
고대했던 만큼 제대로 만들었습니다.
캐릭터가 많으면 문제가 되는 부분이 관계망을 어떻게 짜느냐의 문제입니다.
캐릭터가 셋을 넘어 다섯 이상이 되면 그 때부터 관계망은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어떻게 상황과 대화를 짜넣어야 할 지 감당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죠.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닙니다. 한 번 삐딱선을 타버리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어벤져스는 상당히 어려운 프로젝트였지만,
의외로 시나리오를 마블의 기조에 맞게 잘 뽑아냈습니다.
마블의 캐릭터는 나름 자기 고민 덩어리들이죠. 스파이더맨만 봐도 아시겠습니다만.
그런 캐릭터들이 가볍게 한마디씩만 주고 받아도 꽤 많은 말들이 나오는데,
이후 중반에 의심과 의견차로 충돌하는 지점까지 끌어올리는 것도 무난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스펙타클한 면은 거의 전투장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액션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앞에 차곡차곡 이야기들을 잘 쌓아놓아서 후반부의 긴 전투장면도 충분한 뒷받침이 잘 되고,
캐릭터끼리의 성격차를 관계망에 잘 사용하고 있는데다,
(이거야 뭐 만화 원작자 스탠 리가 총제작지휘 중 한 명이니 잘 됐을 것이고....)
중간중간 나오는 개그마저 그럴싸합니다.
올해 논란거리가 없을만한 제대로 된 블럭버스터 한 편이 드디어 나왔네요.
사족으로,
1. 토르와 아이언맨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좀 하이개그인데,
토르의 감독이 세익스피어극 달인격 배우인 케네스 브래너이고,
그가 세익스피어 극의 느낌을 차용한 점을 이용해 아이언맨이 토르를 비꼬고 있습니다.
2.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개그 통틀어 최고는 역시 로키가 헐크에게 쳐썰리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ㄲㄲㄲ
3. 스파이더맨이 사람들 구하느라 많이 바빴을 듯......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