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장판 애니의 전성기는 70-80년대가 끝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90년대-현재까지도 극장판 중에 꽤 명작이 많은데 무슨 되도 않는 소리냐 하실 수도 물론 있습지요.
물론 저 극장판 애니의 전성기라는 것은 제작 편수만을 고려한 문제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88년 대작 아키라의 흥행실패를 기점으로, 버블경제의 후폭풍이 몰아닥치면서 일본애니는 침체기를 맞습니다.
세일러문이나 드래곤볼 같은 이름값 있는 작품들 외의 창작애니라는 것은 점점 씨가 마르고 있었고,
각 애니제작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가지 꼼수들을 쓰기 시작하죠.
극장판은 더더욱이나 거기에 들이는 비용, 시간, 인력의 문제들 등등으로 인해,
외줄타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아키라 흥행실패 이후 몇 개의 대작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극장판 애니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 갔습니다.
그렇게 침체된 90-현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래도 극장판에서 작가라고 할 만한 옥석은 살아남았는데,
그 옥석들을 꼽아보자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동경대부와 천년여우의 (지금은 작고한) 콘 사토시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여러모로 극장판이라면 이젠 그만큼 힘든 지평이 된 상황에서,
호소다 마모루는 과연 이 반열에 들 수 있을까.
지금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를 볼 때는 일단은 순탄해 보입니다.
이 늑대아이도 정서적 임팩트 급의 모습은 없으나, 잔잔한 연출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부터 시작해서 이제까지 극장판은 4편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연출력도 워낙 출중했던 까닭도 있거니와,
썸머워즈도 훌륭했기 때문에 늑대아이의 내용에 기대를 크게 했던 면이 있었습니다만,
워낙에 들쭉날쭉이 없는 무난한 스토리였기에 그런 것까지는 얻을 수 없었구요.
다만 엄마라는 캐릭터의 고생이란게 앞뒤생각만 해도 아득해지는 수준이라 뭔가 먹먹해졌던 기분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는 느낌이랄까......그렇습니다.
특히 형제끼리 한 번 대판 싸우는 장면에서는요 ㅎㅎㅎ
캐릭터 디자인은 에반게리온과 썸머워즈의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수고해주고 있습니다.
당최 저게 그 사람의 디자인인지는 잘 몰라볼 정도지만요. 직접 작업한 포스터만이 수준급인지라 ㄷㄷㄷ